본문 바로가기

변혁정치

> 변혁정치

ccw.jpg


수탈자 GM을 단죄하라

 

이주용정책선전위원장


지난 213일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를 통보한 지 1달이 되었다.

전격적인 발표에 정부와 각 정당들은 일제히 대책TF를 구성했고 언론은 엄청난 양의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GM은 그간 계획적으로 한국지엠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26일 글로벌GM2017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한국지엠을 콕 집어 구조조정을 천명했다.

이로부터 불과 1주일 뒤인 213일에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침을 통보한 것이다.

미리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앞서 1월 초에도 글로벌GM 총괄부사장 배리 엥글이 입국해

노동조합과의 면담에서 인원감축과 구조조정, 철수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미 청와대산업통상자원부산업은행과 비공개 접촉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당면한 구조조정에 대해 노동자들의 고임금을 탓하는데,

이는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사실이 아닐뿐더러 고통분담GM의 이익만 충족시킨 채

더 많은 양보요구를 불러온다. GM은 과거 유럽과 호주에서 철수설과 구조조정으로 협박하며

정부의 자금지원과 노동조합의 양보를 지속적으로 강요하다가 더 이상 뽑아먹을 것이 없을 때에는

곧바로 철수를 단행했다. GM은 이 고질적인 구조조정 전략을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GM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수탈을 진행해왔으며 이번 구조조정에서 노리는 것은 무엇인지 살피고,

GM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무엇을 요구하며 싸워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위기의 원인: GM의 수탈

GM은 한국지엠의 부채와 적자를 구조조정 사유로 지목한다. 한국지엠의 총자산은 74,900억 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부채가 74,80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적자규모 역시 심각해 최근 4년간 누적적자를 3조 원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이는 GM 스스로 만들어낸 위기다. 2012년만 해도 한국지엠은 연간 200만 대를 판매하며 최고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이 직후부터 한국지엠은 천문학적 부채를 떠안으며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2012년 부채비율은 300%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 이르러 4년 만에 85,000%로 폭증했다. 다름 아닌 글로벌GM이 한국지엠에 부채를 떠넘겼기 때문이다.

먼저 GM은 과거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 산업은행에서 빌렸던 인수자금 15천억 원을 한국지엠이 대신 갚게 했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은 2012년부터 본사인 글로벌GM에서 3조 원의 차입금을 약 5%의 고리대로 빌려왔고, 2013년부터 본사에 이자만 매년 1천억 원 이상을 지급했다. 심지어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던 올 1월에도 글로벌GM은 차입금 일부인 4천억 원을 한국지엠에서 가져갔다.

한국지엠의 적자구조 역시 임금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GM이 적자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차를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데, 매출액 대비 비용원가 비중이 93%에 달해 현대차(76%), 기아차(78%), 쌍용차(83%) 등 국내 완성차업계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반면 한국지엠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1~13%, 현대차(15%), 기아차(12%), 쌍용차(14%)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다. , 노동자들의 임금이 아니라 다른 비용지출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전가격문제가 드러난다. 한국지엠은 글로벌GM 공급사슬에 따라 부품을 조달하고 제품을 공급하는데, 부품은 비싸게 구입하고 제품은 싸게 판매해 한국지엠은 손해를 보고 글로벌GM이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GM은 영업비밀이라며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지 않지만, 한국지엠 원가비율이 국내 완성차업계 평균치만 되어도 지금의 누적적자는 1조 원 이상 흑자로 전환한다.

한국지엠의 고의적 부실경영은 이뿐만 아니다. 한국지엠은 매년 6천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지만 정작 신규개발차량의 라이센스는 글로벌GM이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GM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지엠이 엄청난 개발비를 투입하고도 물량부족에 허덕이는 것은 이 의혹이 합리적임을 보여준다.

 

국가의 방조

이처럼 글로벌GM은 한국지엠에 부채와 각종 비용을 떠넘기면서 막대한 현금을 뜯어가고 부실을 자초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한국지엠 지분 17%를 보유하며 2대주주 지위에 있으면서도 글로벌GM의 수탈을 방조해 오늘의 위기를 초래한 공범 노릇을 했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에 이사를 파견할 권리를 갖고 있었고, GM과의 협약에 따라 지난해 10월까지 이사회 거부권도 확보하고 있었지만 GM이 한국지엠 부실을 유도하는 동안 어떤 제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GM의 부채 떠넘기기를 합의해주기까지 했다. 2010년 산업은행은 GM장기발전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는데, 여기에서 앞서 언급했던 GM이 산업은행에 갚아야 할 인수자금 15천억 원을 한국지엠이 상환하도록 합의한 것이다. 그러고도 이번 구조조정 통보 직전인 29일 한국지엠 이사회에서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에 반대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한국지엠 철수설이 불거져 국정감사가 열렸을 때에도 책임은 회피한 채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고만 했다.

산업은행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하면서 주주 간 협약을 맺었고 2010년에는 조금 전 얘기한 장기발전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한국지엠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산업은행과 GM이 서로 합의한 것이 무엇인지 밝히라는 요구가 잇따랐지만 산업은행은 비공개 협약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왔다. 2010년 합의서 체결 당시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의 독자생존방안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나는 것은 라이센스도 글로벌GM이 가져가고 도리어 부채와 적자만 떠안게 되었다는 점이다. 국가는 대우차 구조조정과 헐값매각의 책임자였음에도 한국지엠의 부실을 방조하거나 GM과 공모한 혐의를 벗을 수 없다.

  61-특집_한국지엠구조조정01.JPG


GM의 노림수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현재 GM은 정부에 대해서는 유상증자나 추가투자 방식의 자금지원을,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임금삭감과 단체협약 개악, 인력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군산공장은 폐쇄하고 50만 대 수준의 물량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지엠 생산가능물량은 90만 대 수준이며 군산공장을 제외해도 70만 대에 달한다. , 50만 대 생산물량은 부평과 창원공장에 대한 추가구조조정 통보나 다름없다. 실제로 부평공장은 공장 통폐합과 인력감축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창원공장은 과거 군산공장을 황폐화시킨 책임자가 본부장으로 부임해 생산성 하락 운운하며 최근 구조조정 협박편지를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결국 GM은 군산공장 폐쇄와 대규모 인력감축, 임금삭감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하면서 일정기간 사업은 지속하되 이를 근거로 정부의 자금지원과 노동자들의 희생을 얻어내려 한다. 물론 더 이상 뜯어낼 것이 없다면 해외공장 철수사례처럼 언제든 철수를 단행할 것이다. 지금 정부와 GM간 경영실사의 범위와 방법을 두고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GM과 협의하여 진행하겠다는 이 깜깜이 실사는 근래 조선업 구조조정이나 금호타이어 사례처럼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며 국가와 자본에 면죄부를 주는 절차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를 초래하고도 고통분담을 내세워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시도에 맞서야 한다. 한국지엠 부실의 핵심 원인인 GM의 수탈을 투명하게 밝히고 환수하라고 요구하자. 원래 GM이 부담해야 했으나 한국지엠에 떠넘긴 막대한 부채를 모두 탕감하고 이전가격, 연구개발비, 유럽러시아 철수비용 전가 등 일체의 부실경영 의혹을 규명해 GM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 대해서도 GM과 맺은 합의들을 공개하고 GM이 그간 비공개로 얻어간 것들이 무엇인지 밝히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수탈자를 위한, 자본살리기를 위한 고통전가를 용납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