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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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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의 시간

 

고동민경기

 


2.28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희망행동  

공장으로 가는 길 '모두'  



더 힘들고 어렵게 투쟁해야만 했습니다. 집 떠나 길바닥에서 농성하는 건 투쟁이라고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해고자들이 단식을 하고, 고공농성 정도는 해야 일간지 사회면 귀퉁이라도 보도가 되고, 또 그렇게 언론보도라도 되어야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대책위라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호명되는 해고자들의 이야기는 수없이 많았고, 또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바람 같은 소식이라도 전하기 위해 오체투지를 하고, 삼보일배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경찰들에게 고착되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나가는 행인이 세워져있던 농성물품을 걷어차며 적의의 시선을 보내도 이야기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이야기를 멈춘다는 건 곧 잊혀진다는 의미였습니다. 잊혀진다는 것은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이어지는 죽음만큼이나 무섭고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확신조차 희미해질 무렵까지 쌍용차 해고자들은 그들의 몸을 혹사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증명해갔습니다.

 

망가져가는 몸뚱아리 하나로 많은 해고자들이 증명의 시간을 견뎌냈지만 그 시간의 끝이 좋았던 이들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쌍용차 해고자들은 분에 넘치는 연대로 해고자 복직을 이뤄냈습니다. 투쟁 7년 만에 합의였습니다. 일괄 복직이 아닌 단계적 복직이었지만 참고 기다리면 다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누군가 죽지 않고도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무언가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도의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복직의 문은 좁았고 그마저도 쉽사리 열리지 않았습니다. 2017년 상반기 내 전원복직이라는 합의는 결국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복직 희망자 중 37명만이 좁은 문을 통과했을 뿐이었습니다. 문밖에 남아 있는 해고자 130명의 답답함과 모멸감은 나날이 커져만 갑니다.

 

신차 출시가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매년 최대생산을 갱신하지만 추가복직은 여전히 어렵다고 쌍용차 경영진들은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주간연속 2교대제만 시행되면 해고자 전원복직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던 호언장담은 어느새 사라져버렸습니다. 인도원정투쟁으로 마힌드라 회장이 해고자 복직 해결을 주문했음에도 경영진들은 기다리라는 말조차 입 밖으로 꺼내놓지 않습니다. 자본이 던져주는 기다림이 가혹합니다. 복직시킬 여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것입니다.

 

지난 2월 마지막 날, 마지막으로 복직하는 해고자가 되겠다던 김득중이 다시 밥을 굶기로 했습니다. 그의 네 번째 단식입니다. 새누리당, 대한문,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그가 밥 굶었던 날은 70일이 넘었습니다. “해고자를 복직시켜라”, 그의 요구는 간결했지만 공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뒤돌아서도 갈 곳 없는 미로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몸도 그 굶었던 시간만큼 쇠약해지고 망가졌습니다.

 

약속을 지켜라, 합의했던 해고자 전원복직 약속 이행이 그가 밥과 바꾼 요구의 전부입니다. 그는 네 번째 단식에 들어가며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꺼냈습니다. 마른 수건 짜내듯 제 몸을 죽여 가는 단식에 들어가면서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송구스럽다는 그의 말은, 그로서도 지켜보는 우리로서도 비극입니다.

 

김득중은 망가져버린 그의 몸뚱아리로 다시 이야기를 건넵니다. 김득중의 이야기에 화답하는 이들에게 유일하게 제안하는 것은 그의 이야기가 멈추지 않도록, 잊혀지지 않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는 것입니다. 쌍용차범대위는 김득중지부장의 단식과 맞물려 35일부터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영업소 1인 시위를 결정했습니다. 7일부터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함께하고 14일 영업소 앞 전국동시다발 집회를 진행합니다. 쌍용차 영업소 앞도 좋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도 좋습니다. 1인시위도 좋고 인증 샷을 SNS에 올리는 것도 환영합니다.

 

합의이행 요구에 맞서 쌍용차 경영진은 가까운 시일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과 맞물려 약간 명의 추가복직을 발표할 것입니다. 자신들은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강변할 것입니다. 해고자 전원복직은 현재 경영상황으로는 어림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할 것입니다. 영업소 1인 시위를 하고, 단식을 이어가면 추가복직은 영영 없다고 겁박할 것입니다.

 

정리해고 투쟁 10년입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이야기를 멈출 수도 없고, 잊혀질 수도 없습니다. 적선하듯 던져주는 복직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결국 다시 증명의 시간이 도래했지만 너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투쟁하면 승리한다는 역사를 함께 만들어주시길 호소 드립니다.


※ 참조 : 기사에서 언급한 '쌍용차 영업소 앞 1인시위'는 오는 3월 12일부터 14일 기간에 진행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