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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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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04.14 20:40

애소금쟁이

 

도시아파트에도 어김없이 봄이 온다. 올해도 아파트의 봄은 회양목과 냉이에서 시작되었다. 회양목과 냉이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3월 중순 바람 속엔 아직 겨울 추위가 남아있는데 아파트 옆 도랑엔 애소금쟁이가 떠있다. 애소금쟁이는 소금쟁이, 등빨간소금쟁이와 함께 도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소금쟁이다. 이 소금쟁이들은 모두 어른벌레로 땅속에서 겨울을 나는데, 몸집이 가장 작은 애소금쟁이가 이른 봄 제일 먼저 나타난다. 꽃잎 한 장 없는 소박한 회양목꽃, 티끌 같은 냉이꽃 그리고 조그만 애소금쟁이, 작고 소박한 것들이 먼저 깨어나 봄을 맞이한다. 그래서 이른 봄은 바쁜 도시 사람들 눈엔 쉽게 띄지 않는다.

소금쟁이는 물 위에 떨어진 벌레나 죽어서 물 위로 떠오른 물고기 따위의 체액을 빨아먹는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먼저 먹이를 차지한다지만 이른 봄 일찍 일어난 애소금쟁이는 먼저 차지할 먹이가 보이지 않는다. 왜 애소금쟁이는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났을까? 아파트와 만나는 곳에서부터 콘크리트로 덮여 찻길이 되어버린 이 도랑물에는 소금쟁이와 등빨간소금쟁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소금쟁이를 정말 좋아한다. 소금쟁이가 물에 가라앉지 않고 떠 있는 게 신기해서 그런가, 소금쟁이를 모르는 아이들은 없다. 어린아이는 홀린 듯 쳐다보며 소리 지르고, 큰아이는 잡으려고 달려든다. 소금쟁이는 하늘을 날 수 있고 땅 위를 걸을 수 있지만 주로 물 위에서 살아간다. 소금쟁이는 어떻게 물을 뜰 수 있을까? 소금쟁이 다리는 잔털로 덮여 있어서 물에 쉽게 젖지 않는다. 게다가 가운데 다리와 뒷다리 끝에 있는 기름샘에서 기름이 배어 나와 물에 젖지 않게 돕는다. 또 몸통보다 긴 다리를 쫙 벌려서 물 표면에 넓게 닿게 해서 물 표면의 막을 터뜨리지 않고 떠있을 수 있다.

애소금쟁이가 도랑 건너편 쪽으로 휙 달아난다. 마치 얼음판에서 미끄럼을 지치듯 물 위를 걷는다. 소금쟁이는 1초에 자기 몸의 100배를 간다고 한다. 애소금쟁이 몸길이가 1cm쯤 된다. 몸의 100배는 1m가 되니까 그 말이 딱 맞다. 소금쟁이 세 쌍의 다리는 각각 하는 일이 다르다. 기다란 가운데 다리는 배의 노와 같은 구실을 한다. 가운데 다리로 물 표면을 저어서 물 위를 빠르게 걸어갈 수 있다. 뒤쪽으로 향한 뒷다리는 방향타 구실을 한다. 만약 뒷다리 가운데 한쪽 다리를 다치면 앞으로 가지 못하고 한 방향으로 뱅뱅 맴을 돌게 된다. 앞다리는 두 다리보다 무척 짧다. 그래서 소금쟁이를 언뜻 보면 마치 다리가 네 개인 것처럼 보인다. 앞다리는 먹이를 붙잡아 체액을 빨아먹을 때 쓴다. 물 위에서 살아가는 소금쟁이는 물 위로 떨어진 벌레가 일으키는 잔물결도 잘 알아챈다. 또 암컷을 유인할 때에도 물 표면을 흔들어서 구애를 한다.

소금쟁이는 어째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생물학자 조복성은 소금쟁이의 다른 이름으로 소금장사, 똥방지가 있다고 했다. 소금쟁이는 소금장수를 이르는 것 같다. 소금을 지게에 잔뜩 지고 깊은 산골까지 다니는 소금장수는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한다. 호랑이를 잡고, 호랑이 뱃속까지 구경한다는 소금장수는 아이들에게 친근한 사람이다. 소금장수가 무거운 소금짐을 지게에 얹고 두 다리를 벌리고 지게잣대기를 집고 일어설 때의 모습이 네다리를 벌리고 물 위에 떠있는 소금쟁이의 모습과 닮아서 그리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똥방지는 똥바가지 지게라는 말인데, 똥장군을 지게에 지고 똥을 파는 똥장수를 이르는 것이다. 소금장수와 마찬가지로 똥장수도 무거운 똥장군을 지게에 지고 일어설 때의 모습이 소금쟁이와 닮아서 그리 불리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소금쟁이는 물 위를 청소하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똥을 치우는 똥장수와 하는 일도 닮았다. 조선시대 학자 박지원은 <예덕선생전>에서 똥거름을 치는 똥장수 엄행수를 보기에 부끄럽지 않을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그리고 그를 예덕선생으로 불렸다. 그러고보니 소금쟁이가 옛이야기 속에 자주 나오는 친근한 소금장수 같고, 또 똥장수 예덕선생 같기도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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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강우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