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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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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04.14 22:14

#넥슨은_대답하라,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는 누구의 책임인가?

 

지현여성사업팀



[출처 :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 326일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트오세)원화가인 여성 창작노동자가 집단 마녀사냥을 당했다. 여성민우회와 페미디아 SNS계정을 팔로우하고 과거 한남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바 있어 메갈 이용자라며 일부 게임 이용자들이 해당 원화가에 대해 인신공격 혐오글을 쏟아낸 것이다. 26일 밤에는 해당 게임 제작사이자 넥슨의 계열사인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가 이 원화가를 개인 면담한 내용을 넥슨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게임업계 여성 창작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

이 면담은 사상검증 심문이었다. 김학규 대표는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는가?”, “과격한 메갈 내용이 들어간 글에 마음에 들어요를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또한 양심의 자유보다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한) 대응이 더 중요하다며 변질되기 전 의미의 페미니즘과 메갈을 구분하지 못했다거나, “이전에 메갈과 관련된 인물들이 사과문으로 면피를 했다가 본색을 드러냈기에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면서 사상검증을 정당화하고 해고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넥슨 내에서 여성노동자가 페미니즘에 동의하는 의사를 보이자 노동권을 위협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도 넥슨의 계열사 나딕게임즈와 계약한 여성 성우가 메갈리아를 후원하고 여자들은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지금도 많은 여성 창작노동자들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게임 유저들의 해고하라는 압박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유독 게임업계에서 이러한 반여성적이며 반노동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 답을 알기 위해서는 게임업계와 그 소비자들의 고질적인 여성혐오와 여성 창작노동자가 처한 불안정한 노동 조건에 주목해야 한다.

2016년에 타깃이 된 여성노동자는 성우였고, 현재 공격을 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은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이들 직업군은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은 그림을 제공할 거래처가 있어야만 수입을 벌 수 있으며, 그나마도 업체 측은 최대한 단가를 낮추려고 하고 노동시간으로 작품의 가치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시간당 344원을 버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게임 유저들이 게임에 지불하는 비용 중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지급되는 비율 또한 적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심지어 저작권 양도 계약서를 작성하여 자신의 작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한 일러스트레이터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페이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가 잘린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며 토로하기도 하였다. 외주를 주는 게임업체 측이 완벽한 인 셈이다. 게다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들은 고용주가 남성이라는 성별 권력관계까지 개입돼 열악한 노동조건에 순응하고 성폭력을 당하기도 하는 더더욱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

 

여성혐오와 성 상품화가 만연한 게임업계

게임 내용과 그 소비자들의 여성혐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하다. 한 여성 유저는 도타2’를 플레이하면서 강간 위협을 당했던 경험을 토로하였다. 여성 유저들이 오버워치등의 게임에서 소통하려 보이스톡을 키면 보이루등 여성에 대한 비하의 의미를 담은 욕설을 듣는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게임은 그동안 남성 유저를 소비자의 기본상으로 설정하고 여성을 성 상품화하여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써 왔다. 순전히 남성의 성적 도구로만 여성 캐릭터를 재현하기 위해 가슴 모델링에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넣거나 전투를 하는 사람이 입는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노출 많은 의상을 입히는 일은 허다하다. 게임 광고도 점점 맥락을 상실한, 예쁜 여성을 전시하는 것만으로 이목을 끄는 방향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다루지 않는 이러한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접하는 남성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가 소비되도록 유도되는 방향으로 여성에 대한 대상화를 체화한다. 이 점에서 게임업계와 남성 유저들이 왜 합심하여 페미니스트들을 축출하려는 건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게임에 페미니즘적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게임업계는 편리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고 남성들은 여성을 도구화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전반의 여성혐오에는 넥슨의 책임이 크다. 넥슨은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서비스 기업이며, 넥슨의 투자 없이는 게임을 홍보하기 어려운 계열사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은 이번 IMC게임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자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에 분노한 여성 창작노동자들은 게임업계의 여성혐오와 그로 인한 자신들의 고용불안에 넥슨의 책임이 있음을 제기하며, ‘#넥슨은_대답하라해시태그를 통해 항의하고 있다. 가장 착취하기 쉬웠던 대상인 여성노동자들은 더 이상 착취당하기를 거부했으며, 게임에서 배제된 여성들도 함께 연대하고 있다. 넥슨은 여성혐오로 게임업계가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났음을 인정하고, 여성 창작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게임업계 전반에 만연한 여성혐오 문화를 하루빨리 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