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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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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투쟁

주체형성이 시급하다

 

백종성집행위원장

 


410, 자유한국당은 사회주의개헌·정책저지 투쟁본부를 결성했다. “자유시장경제 근간이 흔들리고 우리 경제가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장 철저히 신봉하는 한국당이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김무성과 김문수의 발언이 드러내듯 자유한국당은 시장질서 수호를 정부주도 개헌에 대한 대응 기조로 내걸었다.

주지하듯 이런 이념 논쟁은 토지공개념 논란에서 촉발되었다. 자유한국당은 토지공개념과 경제민주화 등 시장에 대한 낮은 수준의 국가개입에까지 모조리 사회주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개헌안이 자유주의 시장질서를 부정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토지 가격의 거품이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다는 점에서 토지공개념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것”, 사회주의 개헌이라며 색깔론을 덧씌우는 행태는 현재의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자 오히려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응답한다. “그거 자본주의 잘해보자는 거야. 실제로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라는 대답이다. 물론 민주당의 의도와 입장에서 이는 지극히 옳은 말이다.

 

대중의 고통과 분노를 조직해야 한다

민주당 말마따나 정부 개헌안이 사회주의 개헌안이 아님은 물론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런 논란에 대해 노동자민중진영이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 그거 노태우 때 이미 나온 이야기야. 별로 급진적인 이야기 아니야라고 넘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무기력한 대응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지금 자본이 소유한 토지와 생산수단을 몰수할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침묵하며 더 급진적인 국면이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가? 이는 2012년 경제민주화 담론이 불거진 상황에 대한 노동자민중진영 일각의 무력한 대응과 유사하다. “헌법 1192항 경제민주화, 그거 결국 자본주의 잘하자는 거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토지공개념이건, 경제민주화건 현재 개헌을 둘러싼 모든 논의는 사적소유를 전제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토지와 생산수단은 사적으로 소유되어야 하며, 토지와 생산수단으로 벌어들인 지대와 이윤은 그 소유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믿는 다수 대중에게, 토지공개념과 경제민주화가 솔깃한 고려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운동진영이 읽어내야 하는 바는 토지와 생산수단이 소수의 손에 집중된 현실이 야기하는 대중의 고통과 분노다. 지배계급조차 그 사후적 통제조치를 입안해 제시할 만큼 그 고통과 분노는 크다. 바로 지금, 사회주의 대중운동의 불모지인 이 땅에서조차 말이다. 다수 대중은 토지와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전제하더라도, 적어도 그 결과를 통제하자고 외치고 있다. 우리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고통과 분노를 조직하는 것이며, 이를 더욱 급진화하는 것이다. 대중투쟁주체를 형성할 조직과 요구가 필요하다. 바로 그것이 문제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있으며 마침내 민주적 계획경제에 의해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실천적 방법이다. 현 정세에 개입할 공동투쟁조직이 필요하다.


노동자 민중주도 개헌을 위한 주체형성이 필요하다

권력구조 논쟁, 성 평등 조항 논쟁, 토지공개념 논쟁 등 개헌을 둘러싼 논쟁에서 노동자민중은 뒤로 밀려나 있었다. 노동자민중의 절박한 요구가 87년 헌법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운동진영은 개헌투쟁 주체형성에 실패하고 있다. 헌법이 하위 법률에 짓밟히는 현실, 법률보다 주먹이 가까운 현실에서 개헌투쟁 주체형성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분명히 있다. 교사공무원 노동3·정치기본권 보장, 간접고용과 비정규직 철폐, 국가가 책임지는 의식주와 기본권, 보편적인 평등권 등 나의 투쟁과 개헌이 무슨 관련이 있는가에 대한 교육·선전 등 주체형성을 위한 초동작업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 결과 민주노총이 내놓은 노동헌법은 그저 요구안만 있을 뿐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 역시 보수 기독교계가 불 지핀 논란에 공세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주체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노동자민중진영은 정부주도 개헌론에 촉박하게 끌려 다녔다. 또한 진보적 개헌 담론 전반은 법률가들이 주도하는 헌법조문 논의로 한정되어 왔다. 결국 정부 여당과 자유한국당 세력이 개헌논쟁 중심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한계에는 물론 개헌국면 자체의 유동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헌이 20186월에 이루어지느냐의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현 국면에서 노동자민중은 어떤 요구를 부각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개헌 대응의 주체를 형성하지 못하는 한, 운동진영이 내놓은 모든 개헌안은 그저 일 뿐이다. 필요한 것은 주체형성을 촉진할 조직이다.

 

6월 개헌의 가능성과 노동자 민중

변수로 가득 찬 정국이나 노동자민중진영의 대응을 결정하기 위해 6월 개헌 가능성에 대한 몇 가지 경로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첫째, 여야합의가 불발해 국회주도 개헌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다. 이 경우 326일 발의된 대통령 개헌안은 423일까지 국민투표법개정은 물론 524일까지 국회의원 200명의 동의절차를 거쳐야한다. 여야합의를 통한 국회개헌안 발의가 불발한 상황에서 조문을 수정할 권한조차 없는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독자개헌저지가 가능한 자유한국당이 승인할 리는 만무하다. 청와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대통령 개헌안은 여야합의 압박용으로서의 용도가 일차적이다. 둘째, 54일까지 여야합의로 개헌안이 발의되어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면투표에 부의될 경우다. 향후 권력구조를 둘러싼 첨예한 국회대립 상황 상,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합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국회가 발의한 개헌안 자체가 대통령 개헌안에 비해서도 한참 후퇴한 누더기가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촛불과 반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스스로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가 될 것이다. 셋째, 우선 합의 가능한 사항에 대해서만 6월 개헌을 하는 경우다. 이 경우에도 두 번째 경우와 마찬가지로 6월 개헌은 그 어떤 실질적 변화도 가져올 수 없는 짜깁기에 불과할 것이다. 만약 부분적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이후 개헌국면이 다시 도래할 지를 예측하는 것은 현재 무망하다.

노동자민중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며, 상황 대응을 위한 자원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지금, 중요한 것은 다음 계기를 놓치지 않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객관적 조건 상 한 가지는 분명하다. 6월 개헌이 물 건너간다 해도 촛불항쟁이라는 격변 이후 개헌론 자체가 소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자유한국당조차 지방선거 이후 개헌을 주장하고 있는 형국에서도 드러나는 바다. 그 누구도 반 개헌 세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상이 그 무엇이건, 그 대한민국이 새로워야 한다는 것은 대중정서다.

 

개헌투쟁의 기조

핵심은 헌법과 나의 투쟁의 관계를 대중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있다. 대통령 직선제가 피아를 가르는 쟁점이었던 87년에 비해, 현재 노동자민중에게 개헌투쟁은 그 자체로는 한 없이 먼 이야기다. 이 지점에서 개헌투쟁은 법률개정투쟁, 사회공공성 강화투쟁, 생존권 쟁취투쟁과 연관되어야 한다.

첫째, ILO협약비준 등 법률 개정투쟁, 노동악법철폐투쟁과 연계해 삶을 바꾸는 개헌을 위한 실질 동력을 형성해야 한다. 둘째, 기간산업공영화·공공주거쟁취 등 이윤·생산·시장에 대한 공적 통제요구를 대중화해 87년 헌법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셋째, 헌법3조 영토조항 삭제 등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중동력을 결집해야 한다. 넷째, 차별금지법 제정운동 등 대중운동과 함께 87년 헌법의 제한적 평등권과 사회권을 확장해야 한다.

노동권을 확장한다면서 현존하는 노동악법의 피해자조차 구제하지 않는, 현행헌법이 명시한 권리조차 행사 불가능한 현실을 현실 투쟁주체가 정부와 자본에 따져 물을 수 있을 때, 삶을 바꾸는 개헌은 가능하다. 변혁당은 그 대응에 나설 것을 노동자민중진영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