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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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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환영위장평화쇼사이에서

 

장혜경경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한반도 정세 변화가 427 판문점 선언으로 이어졌다. 427일 남북한 두 정상은 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판문점에서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판문점 선언의 핵심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북핵 문제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합의한 점이다. 두 번째는 올해 내에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해 남--3자 또는 남---4자 회담을 추진키로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 추진 등의 남북관계 개선 및 발전 조치가 담겼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과거 남북 간 핵심합의들(74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의 내용)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핵심 3대 의제를 총망라했다. 종전선언 시기를 못 박고, 남북관계 개선의 이행동력 확보를 위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한 점도 특징이다. 더욱이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이라는 과거형 시제표현으로, 한반도 평화의 불가역성과 그간 남북 간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던 과거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렇듯 판문점 선언은 긴장 격화로 치달았던 최근 한반도 정세를 평화 분위기로 급반전시켰다.

 

위장평화쇼?

이런 427 정상회담 및 판문점 선언이 영 마뜩지 않은 세력이 있다. 바로 보수세력이다. 대표적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판문점 선언을 위장평화쇼로 규정한다. 북한을 악마화하고 북 정권 붕괴를 추진하며, 대북 대결정책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해온 이들은 현재의 남북관계 개선 흐름에 흠집을 내려 한다.

이들은 또한 북핵 폐기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다며 판문점 선언이 북한에 항복한 합의라고 비판한다. 이는 북핵 폐기의 구체적 절차와 방법은 북미 간 회담에서 풀릴 수밖에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은폐하면서, 남북화해 분위기를 역전시키려 하는 것이다. 게다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당연히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주한미군의 존재 및 그 역할에 대해 미군 철수 주장은 이적利敵행위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런 이들의 태도는 정전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남북적대와 한미동맹이라는 지배구조 속에서 자신들이 누려온 정치적 기득권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의 표출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들이 이후에도 한반도 평화 구도 정착에 가장 격렬하게 저항할 것임을 예측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반도에 봄은 는가?

판문점 선언을 바라보는 시선의 한쪽이 위장평화쇼란 규정이 있다면, 다른 한쪽에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하면서 한반도에 봄이 왔다는 낙관적 정세인식이 있다. 물론 이 시각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한다는 점에서, 427 판문점 선언이 한반도 평화로의 전환을 연 회담이라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봄이 올 가능성이 열린 것이지, 아직 봄이 온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반도에 평화시대가 열릴 것인가는 6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합의 이후 구체적 실행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힘들다. 그간 북미합의가 파기된 주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할 때, 합의가 언제든 휴지조각으로 될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둘째, 과거를 반복하지 않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한편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현재의 추세대로 진행될 경우, 한반도 평화는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유지된 상태에서의 한반도 평화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자동적으로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주일미군과 함께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패권의 핵심 지렛대로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시킬 것이다. 북한 역시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 역시 주한미군은 평화협정 체결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북 미사일 방어용이라는 명분으로 강행되는 성주 사드 배치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계속 추진되는 것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어도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유지된다면 그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성격은 무엇일까? 이는 대북 방어용이 아닌 대중국 견제봉쇄용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유지된 한반도는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 남북한 민중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에 한반도가 휘둘리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의 시선은 판문점 선언에 대해 위장평화쇼라는 시선과 적극 환영이라는 시선 그 사이에 위치해야 한다. 냉전적 반()평화 세력의 공세에 맞서 싸우면서도, 판문점 선언에 마냥 환호하고 도취될 수는 없는 것이다. , 미국의 한반도 지배력을 온존시키는 상태에서의 남--미 정부의 평화체제 구축 시도를 넘어서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를 위한 투쟁을 준비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