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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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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화 된 고용구조를 더 고착화시켰다

 

선지현충북

 

 

고용노동부가 지난 410일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이하 ‘720가이드라인’)>에 따른 추진 실적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10.1만 명이 정규직 전환을 완료(2020년까지 완료될 예정 포함)했다. 720가이드라인에서 발표했던 205천 명의 49.3%. 정부가 발표했던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316천 명의 1/3수치다. 일시간헐업무 등으로 분류된 비정규직 10만여 명을 포함하면 1/4정도가 이번 정부 정책에 혜택을 본 꼴이고, 그 결과 이유가 무엇이든 75%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여기에 2, 3단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남았다. 1단계 결과 발표지만 출범 직후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운운하며 요란하게 시작했던 걸 떠올려본다면 생색내기 정규직 전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수치다.

게다가 정부가 발표한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고 해서 정말 정규직인 건 또 아니다. 대부분이 무기계약직이고, 간접고용의 폐해가 고스란히 유지되는 자회사 정규직이다.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의 차별 개선책이 함께 논의된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비정규직 전환의 결과는 정규직-무기계약직-기간제-자회사 정규직-용역 및 파견 등으로 더 세분화된 고용의 위계화를 고착화시켰다. 노동자 요구는 더 개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참 의미 없다! 노동존중~

비정규직 제로 선언과 더불어 강조되었던 정부 구호가 노동 존중이었다. 720가이드라인에서도 추진 원칙에서 충분한 노사협의를 강조했고, 노동조합들도 노동 존중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노동 존중은 실체를 찾기 어려운 그야말로 의미 없는 구호였다.

상시지속업무를 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 및 강사 직종의 교육노동자들은 출발에서부터 배제되었다.

정규직 전환 대상을 가르는 노동실태 자료는 비공개였다.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 참여한 노동계 추천 위원들에게도 회의에 제출된 자료를 모두 수거해가는 등 실태 자료는 비밀 중에 비밀이었다. 당사자였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고, 대다수 노동자들은 최종 발표가 날 때까지 사실상 침묵을 강요당했다.

노동계 참여를 포함한다던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비정규직을 사용해왔던 기관들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에 불과했다. 우선 전환 심의위원회에 노동계 참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충북도 전환 심의위원회와 같이 비정규운동본부 등 지역 노동계의 강력한 항의로 노동계 참여를 이뤄냈다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며 다시 박차고 나오는 일도 발생했다. 또한, 대부분의 심의위원회가 졸속으로 진행됐다. 수백에서 수천 명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다루는 심의위원회가 고작 1~2회 회의로 종료된 경우도 많았다. 아예 심의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않은 시군 단위 지자체도 많았다.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은 예외 적용으로 무력화

720가이드라인의 주요 원칙은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 전환이었다. 그러나 예외가 차고 넘쳐서, 현실에서는 상시지속업무라고 해봐야 고작 1차 시험을 통과한 정도에 그쳤다. 공항공사, 철도 등 1만여 명에 달하는 대량의 비정규직을 사용해왔던 공기업들은 위험안전업무라는 기준을 내걸어 전환 규모를 줄여나갔다. ‘위험안전업무 외주화 금지라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상시지속업무 중에서도 위험안전업무가 아니면 예외가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왜곡되었다. 또한, 청년 선호 일자리 운운하며 정규직 전환이 아닌 신규채용을 주장해 일부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상시지속업무가 예산 문제를 이유로 갑자기 일시간헐업무로 전락하고, 직무량을 따지며 정규직 전환 불가로 분류하기도 했다. 여기다 각 기관별 자의적인 기준이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원칙보다 더 앞섰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정년 65세 권고안이 현장에서 무력화되면서 촉탁직으로 고용을 유지하거나, 정규직 전환 대책이 오히려 고령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상황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모두를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예외 적용은 차고 넘쳤다.

 

문제는 노동자운동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책 발표는 촛불항쟁의 힘이고, 십수 년간 처절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다. 그럼에도 정규직 전환 추진 과정은 정부가 주도하고 노동조합은 쫓아가는 형국이었다. 그러다보니 평가는 수치, 노동(조합)계 참여 보장 여부로 국한되는 한계를 가진다. 현실적인 이유라는 이름으로, 실용적인 접근으로 여전히 위계화 된 고용구조에 갇혀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비롯해 정치사회운동이 정부 발표를 계기로 운동을 만들었다면 어떠해야 했을까? 정부가 양산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구조적 원인을 바꿔나가는 것이어야 했다.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이 민간부문으로 확대되고, 이를 통해 저임금불안정체제 전반에 균열을 만드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어야 했다. 이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진보변혁 정치운동에 참여를 확대하는 운동이 이뤄져야 했다. 이를 통해 노동의 위계화를 무너뜨리고 연대와 평등의 노동을 만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이 과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