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67-변혁정치가만난사람01.jpg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위해 

법률가들도 싸우겠습니다

사법부의 권력 남용 막기 위한 민주적 통제 방안 절실

 

#

사법행정기구를 표방하는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았고 일선 판사들을 사찰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오로지 법리를 기준으로 판결해야 할 대법원이 권력과 자본의 입맛에 맞게 판결했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사법적폐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적폐세력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물론 정부 역시 사태 해결을 기피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와 법학 교수 등 법률가들이 지난 65일부터 대법원 앞 시국농성에 나섰다. <변혁정치>가 법률가농성단의 일원이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원인 오민애 변호사를 만났다.

 


Q 지난해 2월 이재용 구속을 촉구하는 법률가들의 법원 앞 노숙농성 이후 다시 법률가농성단이 꾸려졌는데요. 먼저, 이번 농성의 돌입 배경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아시다시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한 특별조사단의 3차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에 대법원이 자체적인 내부 조사를 통해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결과는 극히 일부만 드러난 상태였잖아요. 더구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일부 판사들의 개인적 일탈행위가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성이 완전히 침해당한 일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사법부는 이걸 별 문제 아닌 듯이 치부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려고만 했거든요. , 상대적으로 사법부에 관련한 문제들은 국민 감정상 다소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도 해서, 법률가들이 먼저 나서서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릴 필요성이 있겠다 싶었어요. 대법원을 비롯해서 이 문제에 연루된 책임 있는 사람들이 그냥 이렇게 넘어가는 게 아니라, 제대로 진상도 밝히고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합당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지 않나, 이런 뜻이 모아져서 다시 법률가농성단을 꾸리게 된 거죠.

 

노동자들의 기본권생존권에 역행하는 판결 많았다

Q 민변이 올해 최악의 걸림돌판결로 선정한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가 적법하다는 판결, 2015KTX 여승무원을 근로자로 불인정한 판결 등 사용자에게 기울어진 대법원 판결들이 전부 양승태 대법원 시절 재판 거래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특별조사단이 조사결과를 전면공개하지 않아 유착관계의 전말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문건의 내용으로 미뤄볼 때 판결의 어떤 경향성이랄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짚어주실 수 있을까요

A 일관된 경향이라고 딱 잘라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어쨌든 1, 2심에서 사실관계에 대해 충분히 심리를 하고 올라온 사건을 대법원에서 뒤집는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난 거잖아요. 당시 원심을 깬 대법원 판결들의 방향을 좇아보면, 그 판결들이 미칠 사회적 파장을 많이 고려했는데 주로 노동자들의 기본권이나 생존권에 역행하는 쪽으로 기울었던 것 같아요. 대법원은 법리 판단을 우선시하는 곳인데, 예컨대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의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에 대해 추가 증거도 없이 이미 파악된 내용을 뒤집어버린 거죠. 쌍용차, KTX승무원 판결만 보더라도 정리해고나 근로자파견 문제의 적법성을 따질 때 그 기준이 사용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조사보고서를 보면 사법부가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했다는 사례로 방금 말씀드렸던 사건들도 언급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판결들에 대해 사회적 안정이라든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라든지 이런 것을 추구한다는 게 나옵니다. 사실 판결에는 이런 근거들이 들어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순수한 법리적 다툼이 아닌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었다는 정황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정부나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일정하게 유도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67-변혁정치가만난사람02.jpg


권력과 자본의 결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사법부의 현실

Q 재벌 앞에서 멈춘 사법적폐 판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올초 법원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석방했습니다. 지금은 정치권력과 사법권력의 유착관계가 대중적 공분을 사고 있지만, 경제권력과 사법권력의 관계 역시 공생담합관계라는 의심을 사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구체적인 것들을 토대로 드리는 말씀은 아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경제권력과 사법권력, 정치권력과 사법권력 이렇게 각기 따로 결탁되는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아요. 실제로 권력집단 사이의 유착관계를 구분해서 볼 수도 있겠지만, 딱 분리돼서 별개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드러난 문제도 사법부가 행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 눈치를 보기도 하고 재판을 수단으로 일종의 협박을 하기도 한 거잖아요. 그런 일들이 앞서 말씀드린 KTX나 쌍용차 판결 같은 사례에서 경제권력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사용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법 판결이 나왔던 것이고요. 전체적으로 보면 이게 서로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법부가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지 않은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다시 말씀드리면, 현재 드러난 문제는 일차적으로 정치권력과의 결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경제권력과의 결탁이랑 동떨어진 문제는 또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 유착관계들이 어떤 물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법농단의 결과로 나온 판결들이나, 그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들을 봤을 때는 이게 모종의 결탁이 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실제로 정부를 비롯한 권력집단들은 친자본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이런 의도와 방향을 갖고 그간 권력을 행사해온 것 아닌가 싶어요.

 

Q 이번 파문을 계기로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은 특히 미진하다는 게 세간의 대체적인 평가인 듯한데요. 이에 대해 민변을 위시한 진보적 법률가들의 견해는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A 말씀하신 것처럼 사법개혁 논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 나왔던 얘기인 것 같고, 매번 언급은 되지만 가장 논의가 안 되는 부문인 것 같아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딱히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을 안 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어찌 보면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이번에 드러난 거잖아요. 그냥 아무 일도 터지지 않았다면, 사법개혁 하자는 얘기도 많은 사람들이 솔깃해하지 않았을 거예요. 국민들의 관심이나 호응도 지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겠죠.

지금 같은 경우는 오히려 이런 일이 드러나고, 또 계속 밝혀져야 하는 상황이 있으니까 이제 정부가 이 사안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입장을 제대로 정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게 그냥 사법부 일이니까 사법부가 알아서 하라고 맡겨둘 수 없는 일이란 걸 (정부가) 누구보다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사법개혁이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바로 지금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걸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사법부가 어떻게 변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권력이 특정 집단의 사유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통제 필요해

Q 마지막으로, 사법적폐의 온전한 청산을 위해 노동시민사회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A 사법부 같은 경우는 입법부나 행정부에 비해 권력에 대한 통제가 더 어려운 곳이잖아요. 그리고 판결을 하는 곳이라는 성격 때문에, 사실 법원의 권위랄까 그런 게 되게 높게 평가되는 부분도 있는데요. 사실 사법권력이 직접 선출된 것도 아니라서, 통제 불능의 집단이란 생각이 특히 만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사법권력을 통제할 수 없을 때 그 권력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똑똑히 보았잖아요. 그동안 사법부가 얼마나 폐쇄적이었고 권력을 남용해왔는지 드러났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갖고 꾸준히 문제제기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 저희가 농성을 하는 이유도 그런 지속적인 압박의 일환에서 법률가농성단이 하나의 거점, 수단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한 것이거든요. 우선 여러 가지 방면에서 관심을 갖고 사법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쓰라고 주어진 권력이 더 이상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