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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추악한 뒷거래가 

13년째 거리 투쟁 있게 했다.”

 

김승하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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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국철도노동조합]  



KTX해고승무원 사건은 다른 노동사건과 다르게 수없이 많은 증거 자료를 가지고 있는 사건이었다. 처음 파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절대적인 증거력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보는 것이 어떠한지 제안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투쟁을 시작하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소송을 시작한 것은 법의 판단에 한 번 맡기게 되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소송기간을 하염없이 기다려야하기 때문이었다. 철도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KTX승무원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우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소송을 미뤘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삭발, 단식, 점거농성, 천막농성, 철탑농성 안 해 본 투쟁이 없이 모든 것을 해보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철도공사로부터 1심 판결 수용 약속을 받고 소송에 나섰다.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사법부를 믿어보기로 했다.

결국, 법원은 1심과 2심 판결에서 “KTX해고승무원은 철도공사가 사용자임을 인정했다. 철도공사가 불법파견을 저지른 것이며, 그에 따라 철도공사가 해고승무원의 임금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우리 투쟁이 정당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감격했던 그날, 아직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살아있다는 생각에 감격했었던 그날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나 고등법원 판결 4년만인 2015년 대법원의 판결은 그 어떤 합리적 이유도 없이 승무원측의 패소를 판결했다. 그 많은 증거들은 하나같이 다 부정하면서, 화재와 같은 안전사고는 이례적 사항에 불과하므로 승무원 업무가 아니라는, 일반인의 상식에도 어긋나는 엉터리 판결문을 던져준 대법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해 최악의 판결로 꼽히기도 했지만, 정치적인 판결이라고 밖에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그것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이라는 생각에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얼마 전, 이 판결이 양승태 대법원의 뒷거래 판결이었다는 문건이 밝혀졌을 때, 우리는 분노했지만 한편으로는 드러날 증거가 끝내 드러났다는 생각에 놀랍지도 않았다. 다만 그 대법원 판결로 인해 우리 KTX해고승무원은 13년째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고,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는 돌아올 수 없는 이 현실이 더 절절히 다가왔다. 그 친구는 이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소리칠 수도 없는데, 여전히 사법부, 국토부, 청와대, 철도공사 어느 한 곳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대법원 안에 들어갔을 때, 대법정 앞의 거대한 문 위 정의의 여신상은 그리 높은 데 있으면서도 참으로 초라하다 느껴졌다. 이 웅장한 곳에서 내 친구를 앗아간, 우리 인생을 지금까지 거리로 내몬 그 판결을 내렸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하찮게 느껴졌다


KTX해고승무원 문제는 철도공사가 취업사기로 시작해, 대법원이 그 면죄부를 주면서 완성된 사건이다. 여기에는 철도공사, 정부, 청와대, 사법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이제 더 이상 KTX해고승무원 문제를 방치할 이유도 사라졌다. 하루 빨리 KTX해고승무원이 다시 KTX열차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나라가 만든 죄를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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