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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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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 , 폭압기구의 해체가 필요하다 

 

임용현기관지위원장

 


사회주의자들은 혁명의 꿈을 늘 가슴 속에 품고 산다. 동시에 그것이 단지 꿈에 머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만인이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건설하는 운동을 전개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이와 반대로 적폐세력들은 친위 쿠데타를 꿈꾼다. 그들 또한 자신의 꿈이 헛된 망상에 그치지 않도록, 때를 살피고 피아를 가리면서 조직적인 움직임을 꾀해왔다는 사실이 근래 밝혀졌다.

지난 7월 초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2017.3. 작성)은 합동수사본부 조직도, 계엄사령부 조직도 및 전국 병력 투입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이 문건은 당시 군부가 촛불항쟁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대중투쟁을 어떻게 분쇄하고자 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만약 문건에 제시된 시나리오가 실제로 이행되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만으로도 참혹할 정도이다.

 

보수세력의 속셈은?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문건*은 군부독재정권의 잔재인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에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무사를 포함한 군부 세력들이 당시 촛불항쟁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있었음은 문건 제목을 통해 쉽게 추정할 수 있다. 군부의 이같은 상황 설정은 촛불항쟁에 참여한 수백만 노동자민중을 한 순간에 적(문건에서는 일명 폭도’, ‘종북세력으로 호명하고 있다.)으로 간주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적을 신속하게 제압하기 위해 온갖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는 계획을 치밀하게 짜는 행태 역시 군 당국으로서는 필시 스스럼이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 계획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은 까닭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촛불항쟁이 거대한 대중운동으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군을 동원한 무력진압이 오히려 더 큰 화를 자초할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계급 내부에서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했던 촛불항쟁의 역동적 기운을 제도권 정치의 황교안 체제 인정을 통해 결국 상쇄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들은 문건이 공개되자마자, 사태를 일종의 해프닝 정도로 일축하기 위해 시종일관 사력을 다했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탄핵 선고가 어떤 식으로 나든지 간에 국가적 혼란이 야기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가상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문건의 의미를 축소했다. 문건에서 그린 그림대로 사태가 전개된 것도 아닌데, 별 것 아닌 일로 현 정권이 시비를 건다는 투다.

그러나, 문건에서 병력 투입 문제의 사후 불법 책임 논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까지 다각도로 제시된 사실을 감안하면, 단순히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마련한 가상 시나리오일 뿐이라는 보수세력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군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가를 장악하기까지의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세워놓고도, 이제 와서 이것을 군 당국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뻔뻔한 거짓말일 따름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들을 종합할 때, 이 문건은 쿠데타를 염두해 작성되었음이 명백하다.

 

폭압기구의 본질이 드러나다

문건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공방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가 지시하는 바는 간명하다. 바로, 기무사를 위시한 폭압기구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일찍이 마르크스의 진술처럼,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의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이데올로기적 권위와 물리적 강제력을 갖춘 폭압기구를 수시로 동원한다. 예컨대, 군대나 경찰, 감옥, 법원 같은 형태의 조직들이 그렇다. 국가의 공인을 받은 이들 폭압기구는 개인의 사적 폭력은 물론이거니와 피지배계급의 모든 조직된 폭력을 불법화함으로써 폭력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는 것이다. 이처럼 계급사회에서는 특정계급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폭압기구를 장악하고 있다. 오늘날 공권력이라 일컫는 공적 폭력은 이렇듯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피지배계급을 억압하고 착취할 수 있었다.

이것이 폭압기구의 본질이라면, 기무사 역시 폭압기구로서의 속성을 강하게 띨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군사조직 특유의 폐쇄성과 비밀주의도 기무사로 하여금 정권퇴진운동을 무력진압하는 계획을 세우도록 만든 추가적인 요인일 것이다. 기갑/공수부대를 동원한 시위진압, 집회금지 및 반정부 인사에 대한 체포와 구금, 언론 통제와 검열, 국회의 계엄해제 원천봉쇄 등 기무사의 쿠데타 계획은 애초부터 적폐정권 호위라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무사는 노동자민중의 저항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려 한 것이다. 친위 쿠데타를 기획한 계엄령 문건은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유력한 수단 가운데 일부일 뿐이었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 정치 개입, 여론 조작 관여 등 이제까지 기무사가 저지른 범죄행각은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했다. 적폐정권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공안기구로서 주어진 활동범위를 넘어서는 불법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부가 해체 수준의 총체적인 개혁에 나서면 기무사는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

 

고쳐 쓸 게 아니라 완전한 해체가 답

지난 83, 문재인 대통령은 기무사를 근본적으로 개편해 새로운 사령부(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창설할 것을 지시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검토 중인 개편안은 기존 기무사의 역할과 기능을 군사 보안, 군 방첩 및 군에 관한 정보의 수집·처리 등으로 국한하는 것과 함께 대대적인 인적 청산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 군 본연의 폭압기구적 성격을 없애진 못한다. 어제의 보안사가 기무사로 명패를 바꿔달고, 오늘의 기무사가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명패를 바꿔단들, 앞으로도 군은 자본주의 착취체제의 질서를 지탱하기 위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촛불항쟁 때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민중이 제도권 정치의 그늘 아래서 벗어나 직접정치의 잠재력을 마음껏 드러낸다면, 군을 비롯한 폭압기구들은 또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할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 탄핵 당시에도 국방부는 비밀리에 한일군사보호협정을 체결하고 사드배치를 강행하는 등, 노동자민중의 안위와는 상관없는 정반대의 길로 나아갔었다. 노동자민중이 직접 선출하며 필요시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는, 군에 대한 진정한 민주적 통제를 실현해야만 하는 이유다. 이는 비단 군대에만 한정한 문제가 아니다. 검찰과 판사, 경찰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에 대한 선출권과 소환권을 쟁취해야 한다. 파리코뮌은 노동자계급의 자기 해방을 위해 기존의 국가기구를 해체하고, 모든 공직자에 대한 선출·소환을 통해 민주적 통제를 실현한 최초의 역사적 사례였다

나아가, 국정원·보안수사대·시위진압부대 등 모든 폭압기구의 해체와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지배체제에 종속되는 구조의 이러저러한 체질개선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자기통치가 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체제로 전진해나가자.

 

* 지난 83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합동수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삭제된 자료를 복구해 기무사 계엄 문건의 원 제목이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아니라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근혜를 위한 계엄은 실화다’, <한겨레2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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