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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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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재벌체제 청산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  

 

백종성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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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은 재벌에게 하반기 규제완화를 약속하며 투자와 일자리를 구걸하고 있고, 정기국회에서는 대폭적 규제완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지난 7, 이재용과 만난 대통령의 말이다. “더 큰 발전하시길 바랍니다.” 8, 이재용에게 건넨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말이다.

정부는 재벌체제와 동거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는 정책방향에서도 명확한바, 정부는 2018년 경제정책방향의 3대 전략으로 첫째 일자리·소득주도성장, 둘째 혁신성장, 셋째 공정경제를 내건 바 있다. , 2017년 내세우던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론은 비중이 축소된 채 병렬적으로 결합되어 있을 뿐이다. 이는 그 자체로 한계적인 소득주도성장론의 조기퇴행을 예견했고, 정부가 71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이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핵심규제의 획기적 개선을 명시한바, 이는 사실상 그간 재계가 제기해온 민원 중 상당 부분을 하반기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재벌 민원처리장으로 전락한 하반기 국회

지난 615일 경총은 기획재정부에 혁신성장 규제개혁 9대 과제(영리병원 허용, 원격의료 규제완화,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노동관계법 개정, 고령자 파견허용 규제폐지 등)를 제안했다. 경총 보도자료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노동관계법 개정’, ‘고령자 파견허용업무 폐지를 통한 고령자 재취업 기회 확대등 직접적인 노동개악 요구를 들이민 것이다.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을 만나 규제개혁 프로세스 개선방안을 전달했다. 620, 기획재정부는 7월 초에 경제 6단체장과 간담회를 연다고 발표했고, 이 자리에는 경총과 대한상의는 물론, ‘적폐의 상징으로 지목된 바 있는 전경련 참석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초로 예정되어 있었다. 내외 반발을 인식한 듯 간담회는 취소되었으나, 정부 행보는 자본의 이윤축적을 위해 뛰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 여당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규제혁신 5, 즉 행정규제기본법·정보통신융합법·산업융합촉진법·금융혁신지원법·지역특구법은 규제프리존 등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법안을 이름만 바꿔 다시 내놓은 것이다. 심지어 지역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 민주당), ‘지역특화발전특구 및 규제프리존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규제프리존법, 자유한국당)으로 법안의 명칭을 두고 다투던 상황마저도 8월 말 여야가 규제프리존법으로 법안 명칭을 합의하면서 해소된 상황이다.

민주당은 법안에서 의료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조치를 삭제했다는 점을 들어 해당 법안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규제완화와 다르다고 주장하나, 지자체 선정 전략산업에 대한 규제를 전면 완화하겠다는 본질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전략산업에 대한 사전허용 후 문제 발생 시 사후규제, 기업 자체 안전성 판단 허용 등 생명·안전규제마저 전면 완화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자본은 이미 영리의료법인을 금지한 빗장을 하나 둘 부수고 있으며 당장 8,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상황이다. 자본은 이제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드론산업 규제, 바이오 산업 규제, 자율주행자동차 규제는 다 푸는데 의료산업 규제완화는 왜 안 되나?” 국회는 재벌의 민원처리를 위한 장으로 전락했다.

 

재벌체제 청산의 본질

정부는 재벌을 개혁하겠다면서도 그들의 민원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는 단지 정부 주도 개혁이 불충분해서가 아니다. 문제는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 자체다.

현 정부의 요직을 점한 시민운동 진영, 소액주주운동 진영은 그간 재벌의 전근대적이고 반시장적인 행보가 초래할 파국을 막기 위해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 총수일가의 자의적 의사결정과 과도한 부채비율을 초래하는 중복투자가 낳는 부실이 순환출자 구조를 타고 기업집단 전체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재벌을 개혁해야한다는 것이 주 논지였다.

그러나 재벌은 이미 충분히 시장적존재다. 문재인 정부 등장 전부터 지주회사는 급증하고 있었고, 이는 재벌 스스로 순환출자를 해소해왔음을 뜻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지주회사 현황에 따르면,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의 수는 2010년 도합 942개에서, 20172,020개로 급증해왔다. 문재인 정부 등장 이전에도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의 재편은 일반적 흐름이었다는 이야기다. 부채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99730대 재벌 평균부채비율은 519%에 달했으나, 2018년 현재 자산 5조원 이상의 총수 있는 기업 집단’, 곧 재벌의 부채비율은 70.2%에 불과하다. 이미 과거와 같은 재벌은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 민중에게 재벌개혁의 본질은 재벌을 시장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 본질은 재벌이 상징하는 거대한 생산력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에게 재벌체제가 문제인 이유는, 그것이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거대자본 주도의 전 국가적 수탈체제이기 때문이며, 이 체제의 청산은 시장의 강화가 아니라 사회의 강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보장과 통제권 강화가 재벌체제 청산의 핵심이다. 이는 결국 총수일가의 지배 그 자체, 비정규직 양산, 노동조합 파괴, 장시간-저임금-불안정 노동체제의 종식을 뜻한다.

 

정부가 노동자 민중에게 줄 수 있는 바는 없다

그러나 정부 재벌개혁론은 노동자 민중의 요구와 애초 반대 방향에 서있다. 2017, 정부 재벌개혁을 주도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에게 두 차례 간담회를 통해 재벌에게 셀프개혁을 주문했고, 그 요지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라는 것이었다. 20184월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순환출자가 사실상 해소되었다며 그간 재계의 지배구조 및 거래관행 개선노력에 대해 시장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20185105대 재벌 CEO 간담회에서 김상조는 향후 비상장,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총수 주식보유 자제와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요청하며 이를 정부 2년차 재벌개혁 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824,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사익편취 규제기준에 포함되는 총수일가 회사 지분보유율을 상장사·비상장사 모두 20% 이상으로 일원화하고, 이들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사익편취 규제대상으로 놓기로 했다. 또한, 경성담합(가격담합과 입찰담합)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없이도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고,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며(상장계열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지분 합산 15% 한도로 의결권 행사 제한),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 요건을 상향(상장회사 2030%, 비상장회사 4050%)하겠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자본과 자본의 관계를 소폭 조정하는 데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집중하는 이유 역시, 한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다른 기업의 사업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 있다. , 정부에게 재벌개혁은 곧 혁신기업 양성과 직결되어 있으며, 이 지점에서 최근 혁신성장론 대두와 소득주도성장론 퇴행은 정부 재벌개혁론 자체의 한계와 닿아 있다. 한 발 양보해,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는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며 재벌개혁 중심의제로 놓이는 것이 정당하다고 하자. 그러나 재벌이 일감 몰아주기에 나선 근본원인은 바로 경영권 승계임을 기억해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는 지분 승계에 뒤따르는 상속세 납부를 위한 현금 확보, 혹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3세 승계를 제어하겠다는 의지 없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변죽을 울리는 조치일 뿐이다. 이를 잘 드러낸 사례가 바로 현대차그룹의 3세 승계 방안에 대한 김상조의 극찬이다. 정의선이 대주주인 글로비스 사업 일부와 모비스를 글로비스에 유리한 비율로 합병하고,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글로비스 지분과 교환해 현대차 그룹을 승계하겠다는 방안은 재벌들이 그간 애용한 기업분할과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총수일가 지배체제 강화방안과 그 본질에 있어 전혀 다르지 않다. 심지어, 김상조 본인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 촉구한 기업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 금지법안조차 추진 의지가 전무하다.

재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들, 총수일가 지배체제도, 저임금-장시간-불안정 노동체제도, 비정규직 양산과 노조파괴도 변하는 것은 없다. 결국 노동자 민중이 정부 재벌개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반기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정부는 재벌은 경제성장의 동반자라는 태도를 보다 본격화할 공산이 높다. 국정농단 주범들은 여전히 거대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고, 정부는 그 주범들과 손잡고 있다.

 

정부 기조와 다를 바 없는 민주노총의 재벌개혁 요구

더욱 큰 문제는 민주노총이 내건 재벌개혁요구조차 시민사회 진영은 물론 정부 기조와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내건 2018 총파업 총력투쟁 7대 요구(적폐청산·비정규직철폐·노동기본권보장·사회임금확대·안전사회구축·재벌개혁·최저임금법 원상회복, 이상 8222차 임시중앙위) , 재벌개혁 요구 항목은 지주회사제도 개편 재벌 순환출자 해소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사내유보금 과세 사외이사제도 개선 주주대표소송 원고적격 확대로 구성되어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를 제외하면, 민주노총이 내건 재벌개혁 요구 태반은 정부 시장주의 재벌개혁론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요구로는 노동자 민중 주도 재벌체제 청산은 불가능하다.

노동자 민중이 재벌체제 청산의 주도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허공에 뜬 이야기가 아니다. 상황을 보자. 201825, 이재용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가 이재용을 피해자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경영승계를 위한 조직적 작업은 존재하지 않았고, 이재용은 정권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금전을 상납했다는 것이 판결 요지였다. 그러나 지난 824, 박근혜에게 원심보다 많은 징역 25년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이재용의 삼성그룹 경영승계를 위한 조직적 작업의 존재를 인정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동원된 과정에는 박근혜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고, 박근혜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이유는 바로 이재용의 경영승계라는 것이며, 이재용은 박근혜 정권의 강압에 희생당한 피해자가 아니라 정권 사주한 범죄자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생 사건이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사건 등, 이재용의 경영승계 작업이 과거부터 이어져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96일 이명박 1심 구형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명박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검찰은 이명박이 수뢰한 뇌물액 111억 원 중 68억 원은 바로 삼성이 대납한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비용이라고 명시했다. , 삼성그룹이 이건희 특별사면과 금산분리 완화를 청탁하고자 이명박에게 뇌물을 공여했다고 본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노조파괴 범죄로 창조컨설팅 심종두가 7년 만에 구속되었지만 정작 그를 사주한 현대기아차 그룹 정몽구·정의선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재벌체제의 본질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 민주노총 재벌개혁 요구의 중심에는 재벌총수 구속처벌과 경영권 박탈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 문제를 매개로 한 보수우익 발호에 대해, 진짜 문제는 재벌체제에 있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쟁취투쟁과 재벌체제 청산 정치투쟁을 이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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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재벌체제 청산 총파업으로

삼성, 현대기아차, SK, 대한항공·아시아나, 신세계·이마트 등 재벌과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은 많다. 문제는 촛불 이후 재벌체제 청산투쟁을 전면적 정치투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결과 이 모든 노동자들이 산개된 채로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등 범죄집단 수장들이 경영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반기 재벌체제청산 투쟁을 성사하지 못할 경우, 재벌체제 청산이라는 목표는 기약하지 못할 만큼 멀어질 수도 있다.

범죄 총수일가 구속처벌과 경영권 박탈을 위한 상법개정, 자사주-지주회사를 활용한 3세 승계 차단, 재벌대기업 비정규직 사용금지와 고용의무제 도입, 재벌노조파괴 엄중처벌과 노조파괴 기업 특별세무조사 등을 하반기 국회와 국정감사는 물론 대정부 요구로 내걸어야 한다. 이 요구를 바탕으로 재벌과 싸우는 노동자 민중을 모아내고, 다시 재벌체제 청산투쟁에 불을 지펴야 한다. 2016-2017 촛불항쟁이 없었던 일이 되지 않기 위한 관건이, 바로 지금 노동자 민중 주도의 재벌체제 청산투쟁을 형성하는 것에 있다. 민주노총은 11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진정 이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범죄총수일가 구속처벌과 경영권박탈을 필두로 한 재벌체제청산 요구로 아래로부터의 싸움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