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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파산 10과 

예고된 위기

 

홍석만참세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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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는 만악의 근원이 아니라 가장 발전된 자본주의 체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장과 금융에 대한 국가 개입을 특징으로 하는 케인스주의 체제는 정부가 통제하는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한 관리통화제를 확대하고 국가의 경제개입을 통해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여기에 노동과의 일정한 타협 속에서 임금상승-인플레이션 관리를 통한 발전체제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전후 자본주의 최초의 골디락스(고성장-저물가-저실업)를 구가하면서 발전하던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1960년대 중후반 이후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자금을 동원하는 재정의 화폐화Monetization가 만연하고 중남미 등 중진국에서는 차관 형태의 외국자본을 도입하면서 국가 부채가 폭증했다. 결국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 속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반되면서 노동자의 서민들의 삶이 파탄 지경에 이르러 케인스주의는 후퇴하기에 이른다.

신자유주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주의적 처방이었다. 국가가 중앙은행에서 화폐를 찍어 자금을 조달하던 것에서 벗어나 금융시장을 통해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도록 했다. 이로써 재정의 화폐화를 극복하고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기에 80년대 외채위기를 겪은 중남미 국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채를 거래하는 자본시장을 형성하여 이로부터 이른바 신흥시장Emerging Market 국가들을 형성했다. 또한 부동산 등 고정자산을 은행을 통해(담보) 유동화 시키는 것에서 이를 채권화하여 거래할 수 있는 금융시장을 만들어 고정자산을 유동자산과 같이 만들었다. 이것이 MBS(모기지담보증권), ABS(자산유동화증권) 등으로 불리는 채권이다. 이 채권거래의 안정성을 위해 CDS(신용부도스와프)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을 만들어 채권 등 금융상품 뿐만 아니라 국가의 신용도까지 평가하게 했다. 또 위험거래를 분산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파생금융상품으로 CDS와 국제신용평가기관과 함께 3중의 안전장치로 기능하게 했다.

이처럼 신자유주의는 케인스주의적인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극복하기 위한 방향으로 고안되었고 실제 그렇게 움직이는 듯이 보였다. 1990년대 미국은 소위 신경제New Economy로 불리는 전후 두 번째 골디락스를 이루며 성장을 구가했다. 90년대 이후 미국과 서유럽, 일본 등 기축통화국 뿐만 아니라 사민주의 복지국가가 주를 이뤘던 북유럽 국가들까지 대부분 신자유주의로 돌아섰다.

한편,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기틀 위에서 생산과 금융 세계화를 구축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를 통해 WTO체제를 출범시켰다. 다자간 무역 규범을 형성하려고 했던 미국과 서방 선진 제국들은 도하라운드가 좌초되면서 양자간-지역간 자유무역지대 건설로 우회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90대 초 유럽지역의 외환위기, 멕시코 페소화 위기, 97년 태국을 필두로 한국까지 확산된 동아시아 외환위기 등 변동환율제로 변화한 환율시장에서 외환위기를 빌미로 금융개방을 확대시켜 나갔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이윤율 저하를 상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움직였으므로 금융 및 생산의 세계화와 함께 국내적으로 국가독점 부문을 시장 영역으로 포섭해 내는 민영화를 상시적으로 작동시켜 왔다.

 

2008년 세계대공황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파산 선고

그러나 초기에 잘 굴러가던 금융화(부채화)는 원금보다 더 많은 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금융세계화로 전 세계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부채는 누군가의 자본이 되기 때문에 생산뿐 아니라 유통 영역에서까지 사회적 총자본의 과잉상태가 상존했다. 이윤율 뿐 아니라 이자율도 낮아지면서 위험거래의 안전장치로 기대했던 CDS 프리미엄을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속여서 채권을 팔아 왔고, 위험거래를 분산시키려 만들었던 파생금융상품시장은 가장 투기적이고 위험한 시장이 되어 결국 금융위기의 진앙이 되었다.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선진국 내부의 고용 감소와 노동소득의 저하로 연결되었다. 중국 등 신흥국에서는 세계화로 고용이 확대되었으나 금융개방과 금융화로 더 많은 소득을 거둬가면서 신흥국의 노동소득분배율도 악화했다. 이에 따라 세계화의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노동자 중심의 반세계화 운동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에서 이민자 차별, 국경봉쇄, 자유무역에 대한 공격과 유로존 이탈 등 우익 정치운동이 활개칠 조건을 만들어 놓았다.

 

신자유주의 파산, 이후

신자유주의의 파산 이후 미국을 필두로 일본, 유로존, 중국까지 대공황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양적완화를 진행했다. 기축통화국의 양적완화는 자국 화폐수요를 충족하고, 부실한 금융채권을 양질의 국채로 전환시켰으며, 디플레이션에 맞서 화폐가치 하락을 촉진했다. 동시에 초저금리와 함께 달러 등 기축통화를 외부로 향하게 했다. 흘러넘친 돈은 대부분 신흥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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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생산성 증가율(왼쪽 표)과 좀비기업 비중(오른쪽 표)을 나타낸 그래프 [출처: 국제결제은행BIS]


그럼에도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정상적인 경기회복의 조건인 과잉자본의 퇴출이나 한계 기업의 퇴출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썩은 세포를 죽이거나 도려내야 하는데도 양적완화는 그야말로 죽어가는 자본에 생명연장 장치를 붙인 것과 같은 꼴이 되었다. 매년 이자도 못 갚는 한계 기업들은 죽지도 않고 낮은 금리로 차입을 늘려가면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이런 좀비기업은 2008년 세계대공황 이전 보다 오히려 2배 이상 늘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과잉자본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큰 과잉상태로 몰아갔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아담이 금단의 사과를 먹은 이후 가장 많은 자본이 지구에 흘러넘치고 있다**. 특히 달러 등이 흘러넘친 신흥국(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자본유출 등의 문제로 위기의 새로운 진앙이 될까 우려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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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부채 현황 [출처: 국제금융연구소 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 IIF]

 

예고된 위기와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파산 이후 따뜻한 자본주의니, 자본주의 4.0이니 말은 많았으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이윤율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전략을 상실한 채 10년이 흘러가고 있다. 세계화에 균열이 생기고 생산성 경쟁이 가열되면서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기능을 상실한 채 미국의 경제 도발을 당사국끼리 알아서 하라고 눈만 껌벅거리고 있다.

지난 경기순환에 대해 확실한 교훈을 얻었다고 자평하는 주류경제학계에서도 빠르면 2019년 초 또는 2020년 이후에는 다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곧 도래할 위기에 대응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저금리 상태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외에는 대응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에서 다시 양적완화라는 연명치료를 계속할 것인가? 부채를 줄이고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른바, 창조적 파괴) 외엔 지속된 위기를 벗어날 계기조차 잡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따라서 이번 위기는 과잉자본의 해소 즉 (기업, 정부, 가계) 부채 축소의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부채의 축소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퇴출을, 정부부채의 축소는 긴축정책을, 가계부채의 축소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대규모 후퇴를 말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실직과 임금축소, 복지 후퇴 및 가계 파산이다.

 

자본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4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이 자본주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노동생산성은 하락하고 제조업이 축소된 만큼 서비스업의 생산성도 그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산성 위기는 더 고조될 것이다. 쿠오바디스Quo Vadis?

 


* 전 세계 기업의 10% 이상이 좀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장사 4곳 중 1곳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대출금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451, 2016463, 지난해 506곳 등 수년 째 증가세다. 저금리 기조에서 빚으로 연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20181분기 현재 전 세계 부채는 247조 달러 (282049조 원)에 이른다. 비금융기업 부채 74조 달러, 정부 부문 부채 67조 달러, 금융 부문 부채 61조 달러, 가계 부채 47조 달러 등이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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