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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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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의 실패한 민간투자사업

재공공화가 답이다

 

정용재(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지부장)전북

 


전주시음식물쓰레기처리장(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데시앙아파트와 SBS방송사로 유명한 국내 14위 건설대기업인 태영건설이 운영하고 있다. 건설대기업 소속 직원이라 먹고 살만하겠지 하는 짐작은 여지없이 빗나간다. 조합원 모두가 1년 계약직으로 주기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임금은 동종업계 대비 80%인데다 노동부도 폐지하자는 포괄임금제로 기준도 없이 제멋대로 주고 있다. 24시간 365일 시설에 묶여 저녁이 있는 삶은 고사하고 명절 당일도 쉬지 못한다. 12시간 맞교대 근무, 대체인력도 없어 동료들이 눈에 밟혀 아파도 무조건 회사에 나와야 한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쓰레기에서 나오는 유해가스와 악취로 인해 기관지병에 시달리고 밤샘노동으로 인한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있다.

 

시설 운영 2년 만에 온갖 문제점 드러나

65만 전주시민들이 하루 평균 배출하는 250톤 규모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시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고장 나기 일쑤다. 시범운영을 거쳐 가동한 시설이 2년이 채 안 되었는데도 그렇다. 벌써 세 차례 개선공사라는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들여 뜯고 새로 설치한 기계 설비들이 여전히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24시간 운영해야 겨우 하루 단위 수거량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이다. 수요 예측과 계절 변화에 따른 쓰레기 양, 김장철 쓰레기 폭증, 겨울철 수시로 일어나는 기계설비 동파에 대한 고려와 준비도 전혀 없었다. 결국 일하는 노동자들만 죽어나가는 시스템인 셈이다. 게다가, 회사 과실로 인한 110억 원대의 시설 개선공사 적자 비용을 핑계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겁박하고 있다.

지난 4월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후 6월부터 3개월 동안 교섭을 진행하고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까지 밟았으나 회사는 줄곧 일체 수용불가만을 주장했다. “고용을 보장하라, 임금 차별 중단하라, 장시간노동 줄여라, 시설 안정적 운영방안 제시하라.” 굴지의 대기업이 뭐가 그리 어려워 어느 하나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알고 보니 태영건설은 삼성에 버금갈 정도로 ‘30년 무노조대기업이란다.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전주리싸이클링타운분회 20명 조합원이 첫 노동조합의 깃발을 올렸다.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전주시는

전주시는 65만 시민의 필수공공시설인 음식물쓰레기처리장 건설과 운영에 대해 지방정부의 재원과 행정력을 활용하지 않고 ‘BTO Build-Transfer-Operate라고 지자체와 민간업체가 맺는 민간투자사업의 한 방식을 도입했다. 시설은 민간자본이 투자해 건설하고 일정기간 독점운영권을 행사하고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시설 소유권을 지자체에 양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국가와 지자체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된 민간투자사업의 폐해와 부정부패는 이미 서울지하철 9호선,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사태(부패정권과 유착한 외국 투기자본의 전횡)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민간투자사업은 변형된 민영화라 정의할 수 있다. 흔히들 오해하는 게 민자투자사업은 세금 한 푼 들지 않을 것 같지만, 전주시음식물쓰레기처리장의 경우에도 총 1,100억 원의 건설비용 중 400억 원의 국비가 투입되었다.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건설 이후 민간자본의 안정적 이윤 보장을 위해 전주시민들이 매달 음식물쓰레기 처리 수수료를 상수도요금에 포함해 납부하면 전주시는 이 수수료를 걷어다 태영건설에 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태영건설이 20년 동안 수수료 독점 장사를 하는 것이다. 시설 운영 2년 만에 드러난 총체적인 부실, 골치덩어리 사업의 책임은 전적으로 전주시에 있다.

 

전주시 필수공공시설의 재공공화 투쟁으로 확장되어야

행정의 편리함은 지자체가, 이윤은 민간업체가, 위험과 불편의 감수는 종사노동자와 시민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민자투자사업제도의 폐지와 개선이 정답이다. 따라서, 전주시는 하루빨리 직영 운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민자사업협약서, 공사비내역서, 비밀유지조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감독을 진행해 특혜와 부정부패 시비를 없애야 한다. 또한 계약조건에 종사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보장 등 노동권 보호조항을 신설하는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단기, 중장기 조치가 시급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혈세 낭비,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시민 부담 증가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910일 전면파업 돌입 이후 노동자들은 전주시청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매일 시민선전전, 집회, 2차례의 본사 상경투쟁을 이어왔다. 파업 중 3차례의 교섭을 진행했고 지난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용보장 의제 하나만 집중 타결을 제안했으나 회사는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대체인력 투입, 타 지역으로 처리 물량을 반출해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2019년부터 운영사업을 태영건설의 자회사인 티에스케이워터에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고용 및 임금, 노동조건 승계 투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어 노동조합은 내부 조직 정비 및 이후 2차 파업 투쟁을 위해 1010일 조직적 현장 복귀를 결의했다. 투쟁 승리의 전망은 밝다.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1차 파업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이참에 끝을 보자는 각오와 결의는 여전히 높다. 11월 하순부터 예상되는 2차 파업으로 반드시 고용안정, 포괄임금·장시간노동 철폐, 그리고 전주시 필수공공시설에 대한 재공공화를 위한 근거지를 확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