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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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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난민이 아니라 

난민혐오다

 

세연경기


 

난민은 박해의 위험으로 인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수 없기에 다른 나라에 머물 수밖에 없어 국제적인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나찌를 피해 자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간 유태인들을 유럽 각국이 외면했고, 결국 수많은 이들이 학살당했다. 그 학살을 방조한 것에 대한 반성이 유엔 난민제도 확립의 배경이다. 1951년 난민협약, 1967년 난민의정서를 거쳐 인종, 종교, 국적, 사회적 신분,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의 위험이 있는 이들에 대한 국제적 보호가 이루어지게 됐고 난민제도에 의해 보호를 받았던 대표적인 한국인은 김대중씨다.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해서 1994년부터 난민제도가 도입됐고 2013년부터 난민법이 시행됐다. 20186월 현재, 누적 난민신청 38,169건 중 인정된 건수는 825. 난민인정률 2%(세계평균 37%)에 불과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한국은 난민심사제도가 부실하고 까다로운 것으로 악명 높다. 2012년 유엔 인종차별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우려를 표하며 난민심사절차와 인종주의적 차별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그 권고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제 제주예멘 상황을 계기로 난민법의 폐지까지 주장되고 있다.

 

난민혐오 부추기는 한국정부

예멘의 현대사는 종족 갈등과 식민지배,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내전으로 점철되고 있다. 1962년부터 시작된 북예멘의 공화파와 왕당파 사이의 내전, 식민지배를 받다가 1967년 독립한 남예멘에서 벌어진 권력을 둘러싼 1986년 내전, 1990년 통일 후 남예멘에 대한 차별에 저항해서 벌어진 2000년대 분리주의 운동에 의한 내전, 2006년부터 본격화된 시아파 후티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내전 등으로 예멘은 그야말로 상처투성이였다. 하지만 이는 약과였다. 2011년 쟈스민 혁명 이후 예멘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중동에 불어닥친 민주화의 바람은 예멘에서도 독재자 살레를 34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으나 이후 예멘은 북부의 후티반군, 남부의 분리주의 운동, 동부와 남부의 알카에다 연계 무장세력 등 세 개의 전선과 정부군이 교전하는 양상으로 치달았다. 2015,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인 후티반군이 대통령궁까지 접수하게 되자 그동안은 뒤에서 정부군을 지원하던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면적으로 참전하게 된다. 결국 예멘 내전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이 되었고, 미국과 영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러시아는 이란에 무기를 팔며 이 전쟁의 당사자가 된다. 한국 역시 180억 원어치의 무기를 사우디아라비아에 팔았고, 바로 이 폭탄이 예멘의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21세기의 비극이라 불리는 이 내전으로 지난 3년간 12천 명이 죽고 인구의 82%21백만여 명이 끼니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긴급한 인도적 구호대상으로 추정된다. 예멘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국을 탈출했고 그 중 소수가 제주까지 오게 된 것이다.

죽음을 피해 고단하고 먼 길을 돌아 한국땅을 찾은 예멘난민을 맞은 것은 보호와 배려가 아니라 혐오와 배제였다. ‘이슬람 지도자가 아동성폭력이 이슬람의 문화라고 공언했다’, ‘예멘 난민이 여성을 성폭행할 것이다와 같은 가짜뉴스가 판을 쳤고, 이 가짜뉴스가 만든 혐오와 공포가 난민 반대를 여론화했다. 한국정부는 이런 혐오를 조장했다. 지난 620, 국제난민의 날을 맞아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적 이주와 체류연장의 방편으로 난민제도를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 ... 관련심사를 엄정히 하는 한편 허위난민신청 알선 브로커 단속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난민신청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며 사실상 난민심사와 인정을 더 어렵게 하겠다는 의도다.

법무부는 1017일 예멘난민신청자 458명의 심사결과를 발표했고, 결국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339명에 대해서는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지만 그들은 가족결합도 불가능하고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하며 기초생활보장이나 직업훈련의 기회도 받지 못하고 1년의 체류기간 동안 정부 승인 없이는 취업도 할 수 없다. 단순 불인정된 34명은 전쟁과 죽음의 땅으로 강제송환 될 위기에 처해졌다. 2015년 유엔난민기구는 예멘을 탈출하는 민간인들에게 영토접근을 허가하고 예멘국민 또는 상주자의 강제귀환을 중단하도록 모든 국가에 권고한 바 있다. 난민협약에 가입한 한국정부는 이를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살기 위해 국경 넘은 난민들 혐오가 아닌 연대를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존엄하고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피부색과 종교, 언어, 출신국가, 성적 취향의 다름은 서로 존중받아야 한다. 다름은 가짜가 될 수 없고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누가 다른 이의 삶을 진짜와 가짜로 가를 수 있는가. 자국민 우선의 논리와 난민에 대한 혐오는 동성애, 장애, 여성, 빈곤, 귀족노조 등에 대한 혐오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난민과 연대하고 그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평등해지는 바로 그 순간, 평등은 우리 모두에게로 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