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변혁정치

> 변혁정치

알바노동에도 여성 차별과 혐오는 

공기처럼 떠다닌다

 

강신재학생위원회

 

알바몬이라는 알바 채용·구인구직·취업정보 검색 애플리케이션에서 성매매 산업에 휘말릴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생각보다 어린 여성들이 알바몬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성매매 산업에 휘말리는 경우는 적지 않다. 갓 성인이 된 작고 어린 지정성별 여성인 나는 성매매 산업에 휘말린 것은 아니지만, 여성혐오적인 알바 경험을 공유하며 어린 여성들이 아르바이트조차 안전하게 구할 수 없음을 절감했다.

 

노동의 가치도 존엄도 찾아보기 힘든 방송업계 알바

내가 부당한 경험을 한 아르바이트 종목은 방청객/엑스트라 아르바이트였다. 요구받은 대로 키와 체중을 적고 얼굴이 예쁘게나온 사진을 첨부한 문자를 보내서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신청했다. 나는 키가 작고 체중이 많이 나가 조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 있었던 면접에서 면접관은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더니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3만 원을 당장 내고 배우와 사람들이라는 단체에 가입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그게 알선 업체라는 것도 모른 채 계약서에 서명했다. 안내를 위해 받은 종이 세 장 중 계약서에는 얼마를 받을지도 적혀있지 않았으며, 계약서의 권한을 갖지 못하는 기타 종이에는 일하는 시간과 상관없이 하루에 최소 5~15만 원 정도를 받을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안내받은 대로 알선해줄 사람들에게 키와 몸무게, 사진을 첨부한 엑스트라/방청객 신청 문자를 보냈다. 한 번은 독립영화, ○○○○○○, 단정하고 밝은 색깔의 착장(여성과 남성의 착장이 구분되어 안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이라고 문자가 와서, 독립영화 제목과 다른 정보에 관해 문의를 했으나 답장은 없었다. 가장 문제적이었던 날은 KBS ‘우리말 겨루기방청객 아르바이트와 홈쇼핑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한 날이었다. KBS 방송국에서는 방청객을 안내해주는 스텝들이 아닌 알선해준 사람들과 1시간 넘게 방송국에서 기다려야 했고, 그들은 공주님과 같은 불쾌한 호칭으로 나를 불렀다. 4시간 동안 촬영하고 나서 다음 행선지(홈쇼핑 촬영)에 가기까지는 2시간의 공백이 있었고, 다음 행선지에 도착하고 나면 KBS에서 노동한 대가를 지급해주겠다는 안내를 받았다. 2시간 동안 쉬기도 하고 식사도 했는데, 나는 혼자서 이동하고 혼자서 밥을 먹었는데도 업체 사람들이 밥을 먹는 곳까지 몇 번이고 찾아와 늦지 말라며 독촉했다. 지정된 노동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불편함을 느끼며 홈쇼핑 촬영장 근처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4시간 방청 노동을 한 대가는 고작 15,000원이었다. 당시에는 5만 원을 5천 원으로 잘못 준 거라고 여겼다. 아니었다. 4시간 노동비는 정직한 현금 15,000원이었고 현장에 있던 다른 노동자들도 똑같은 비용을 받았다. 지정성별 여성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머리모양과 화장, 옷차림을 지적당했으며 안경을 벗으라는 지시를 받으면 안경을 벗어야 했고 입술 색깔이 연하다는 지적을 받으면 진한 립스틱을 바르지 않고서는 가만히 대기실에서 쉴 수도 없었다. 촬영장에 갔더니, 자동차 두 대가 있었고 레이싱모델같이 꾸밈노동한 쇼호스트가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애초 공지했던 방청이 아니라 자동차 세척제 선전을 요구받았다. 나는 어리고 예쁘다는 이유로 자동차 앞에 서서 선전하기를 강요당했고, 불쾌감을 표하며 거부했는데도 억지로 떠밀렸다. 홈쇼핑 방청이 아닌 호스트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나서, 현장에서 똑같은 억압을 받은 중국인 여성 둘과 대화하게 되었다. 그들도 15,000원을 받았고, 나와 마찬가지로 꾸밈노동을 강요당했으며 자동차 앞에 서서 대상화당할 것을 요구받았음에도 저항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서 그들과 더 얘기해보았지만,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집 주소까지 다 아는 그 업체 사람들에게 문제제기하기엔 두려움이 너무 컸다.

 

젊은 여성 알바노동자는 그들에게 눈요깃거리에 불과했다

다시 문제적인 점을 정리해보겠다. 우선, 아르바이트 지원서에 키와 몸무게와 얼굴 사진을 모두 첨부해서 통과되어야만 하는 방송업계의 관행은 매우 기형적이다. 나아가 어리고 예쁜지정성별 여성인 내가 자동차 앞에 서서 내내 미소 짓는 쇼호스트 역할을 강요당한 것도 명백히 여성혐오적이다. 둘째로, ‘노동시간이 아닌 시간에 구속을 받고, 그 외의 모든 날에 문자에 5분 이내로 답장하지 않으면 두세 번이고 답장 독촉전화가 오고, 계약서에 명시된 최저시급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처참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어리고 경험 없는 여성들이 이런 착취적 아르바이트에 접근하기가 너무나 쉽다는 점이다. 당장 이화여대 커뮤니티에서도 주기적으로 모던바 아르바이트 현장에 나가서 지시된 노동이 아닌 성판매적 노동까지도 강요당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최소한 여성혐오적이며 착취적인 아르바이트에 대한 접근성을 알바몬등에서 직접 차단하거나, 여성들이 두려움 때문에 노동청에 신고조차 못하고 정당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이 상황부터 시급히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