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변혁정치

> 변혁정치

우리는 그래도 앞으로 간다

 

황강 한학생위원회

 

지난 15일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는 총투표를 통해 총여학생회(이하 총여’) 폐지안이 가결되었다. 615일 연세대에서 총여 재개편의 안이 통과된 이후로 4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본투표 3일과 연장투표 1일을 거쳐 52.39%의 투표율로 성사된 총투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 대표자들의 편향과 이율배반으로 관철된 선거였으며, 총여 재건을 위해 싸우던 이들은 총투표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이 총투표를 둘러싼 맥락을 알아보고, 학생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모색하자.

 

절차적 부당성으로 점철된 총여 폐지 총투표

앞서 성균관대에서는 지난 2월 한 교수의 미투 폭로가 있었다. 그러나 사건의 해결은 지지부진했으며 비민주적이었고, 학생 대표자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사실상 발을 빼고 있었다. 학내 미투 운동에 개입하며 이 점에 불만을 가져왔던 학생들은, 문과대 여학생위원회에서 몇 년 동안 궐위되고 있던 총여 회칙과 선거시행세칙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총여 재건을 위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이하 성성어디가’)라는 재학생 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일은 순탄치 않았다. ‘성성어디가는 몇 년 동안 궐위 중이던 총여 선거를 치르기 위해 재발견된 회칙을 근거로 총학생회장단에 문의했다. 그런데 회칙과 세칙이 세부적으로 결함이 많아 이를 개정하기 전까지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답변이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회칙 제·개정 문제가 전학대회로 넘어가기까지 3주가량의 시간이 허비되었다.

진짜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대표자로서 지금까지의 중앙운영위원회의 논의에 참여했던 글로벌리더학부 학생회장이 정작 전학대회에서는 총여 폐지 총투표안 발의를 위한 서명을 모으고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중운위에서의 검토와 논의가 마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후 총학생회는 총투표를 강행했는데, 이는 총투표 사유를 공고할 의무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을 억지로 총투표에 적용한 부당한 선거였다. 이들이 불과 몇 주 전에 멀쩡히 존재하는 세칙에 결함이 있다며 총여 선거를 차일피일 미뤘던 것을 생각해보면, ‘성성어디가구성원과 지지자들의 분노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왜 총여학생회를 다시 세우고자 했는가

우리에게 여전히 여학생회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표면적으로만 이해하면, 이러한 구호가 나온 구체적인 맥락과 구성원들이 느끼고 있는 정치적 필요를 이해할 수 없다. 2018년의 봄은 미투 운동의 흐름을 타고 대학가에서 성폭력 폭로가 연이어 이어진 시기이기도 했다. 이들 폭로를 통해 우리는 대학이 결코 고고한 진리의 전당이 아니라 사실은 교수권력과 남성권력이 미묘하게 착종을 이룬 일상적인 갈등의 장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학 안에서 이른바 공적인 권력을 가진 이들이 해온 것은 무엇인가? 201810월 현재, 가해교수에 대한 숱한 폭로가 온전한 가해자 징계로 이어진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는 피해자의 당장의 생존과 안전, 그리고 장기적인 치유와 공동체로의 복귀 등의 고민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각 대학 본부의 자기고백이나 다름없다. 한발 더 나아가, 기득권을 가진 자들끼리 서로의 입장을 봐주는 대학의 이 오랜 가부장적 권력에 대해 성균관대의 학생 대표자들은 자신들의 공적 책임에 걸맞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총여학생회에 대한 공격은 학생회와 학생운동의 의의 자체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다. ‘성성어디가는 반성폭력,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통제, 교수권력 견제 등 오늘날의 대학에 결여된 민주적 가치들을 바로세울 것을 호소했다. 이러한 가치들은 다시 모세혈관처럼 개인들을 옭아매고 있는 억압의 구조들이 만들어내는 실제의 경험, 실제의 필요에 기반을 두었다. 공적 기구들이 모두 책임을 떠넘기던 이런 현실의 문제들을 대변하고자 했던 총여는, 역설적이게도 학생들의 대표자를 자임하는 총학생회에 의해 폐지되었다. 지정성별 여성과 다른 소수자들이 학내에서 겪는 억압의 경험들은 너무나도 어이없게 삭제당한 것이다.

 

페미니즘을 통해 학생정치를 복원하자

성성어디가는 새로운 민주주의, 새로운 정치의 필요성을 환기했다. 형식적 중립과 형식적 평등만을 내세우는 공동체는 결국 소수자들의 고통을 도외시하고 재생산하는 가짜 공동체이다. 아무리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대표자들에게 요구해도 결국 자신들은 잘 모르겠고 책임이 없다는 공염불만 돌아오는 시대 속에서, 이들은 우리의 공동체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질문을 다시금 힘 있게 던졌다. 그렇기에 총여를 지키고 재건하고자 했던 이들의 운동은 단순히 여성만의, ‘소수자만의 운동이 아니었다. 이는 우리가 어떤 조건에 처해 있든 모두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급진적인 함의를 담은 모두의 운동이었다.

연세대에서도 성균관대에서도, 총여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이들은 아직 이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는 지극히 옳다. 더 많은 학생자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치의 본연의 의미를 더욱 날카로운 정치로서 되찾아야 한다. 학교가 진정으로 민주적인 공간,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꽃피울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전까지 우리의 투쟁과 연대는 끝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힘차게 앞으로 나가야 한다. 소수자 집단과 굳건히 연대하며 이 사회의 억압을 철폐하는 데 앞장서는 학생들의 정치를 건설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