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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노조파괴

끝장투쟁으로 매듭짓겠습니다

- 유시영 회장과 최종 담판 내기 전까지 그냥 내려가지 않는다

 

# 금속노조(본조, 충남·대전충북지부) 임원과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지회장 등 조합원들이 유시영 회장의 직접교섭을 촉구하며 지난 1015일부터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항의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사무소 농성과 동시에 아산영동지회 전면파업이 시작되었고, 파업 2주차에 접어들어서도 투쟁동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8년 가까이 이어진 사측의 노조파괴와 교섭해태에 이제는 종지부를 찍겠다는 조합원들의 각오가 그만큼 단단하기 때문일 터… 서울사무소 항의농성 8일차에 접어든 1022, 도성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과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을 <변혁정치>가 만났다.

 

Q 먼저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항의농성에 돌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정훈(이하 ’)저희가 2011년부터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맞선 투쟁을 8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실은 회사 쪽에서도 이런 얘기를 해요. 이 문제를 매듭지을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고.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이 공모한)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20129월 국회 청문회에서 폭로됐고, 그해 10, 11월 검찰·고용노동부가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임직원의 이메일, 전략회의 문건 등이 확보된 시점이 그 첫 번째 기회였다고 봐요. 이듬해 말에 검찰(대전지검 천안지청)이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을 결국 불기소처분하고 손 놓고 있다가, 법원이 뒤늦게 유성지회의 재정신청을 인용하면서 2017년 유시영 회장의 법정구속과 현대차 기소까지 이르게 된 시점이 아마 가장 최근의 기회였던 것 같고요. 이렇게 8년에 걸쳐서 노조파괴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사측도 수차례 놓쳤다고 실토하고 있거든요. 물론, 지회 조합원들이나 연대 동지들과 토론해 봐도 이번 시기가 적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요. 유시영 회장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이 진행되면서 검찰에서도 추가 기소를 해놓은 상황이고, 또 지난 8월에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권고사항(검찰 등 국가기관이 노조파괴 공범이라는 의혹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진상조사를 권고함)도 있었고요.

이런 주변 여건들을 감안할 때 이번 시기가 끝장투쟁으로 승부를 볼 적기라는 판단을 했어요. 그래서 이 시기에 과연 무엇을 할 꺼냐, 거의 한 달 반 동안 조합원들과 토론을 했어요. 어떤 동지들은 민주당사로 가자고 하고, 또 어떤 동지들은 고용노동부로 들어가자고도 했죠. 그런데 고용노동부나 더불어민주당도 따지고 보면 노조파괴 공범인데 거기 가서 우리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이 올라왔죠. 또 어떤 동지들은 현대기아차 본사로 가자고도 하는데, 여론화를 위해 잠시 점거했다 질질 끌려나오는 건 끝장투쟁으로 적합한 전술이 아니라고 얘기가 됐고요. 여러 상황과 조건을 따져본 결과, 유시영 회장이 출근하고 있는 서울사무소로 농성투쟁이 가닥이 잡힌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노조파괴 유죄 판결 이후에도 민주노조에 대한 차별과 탄압 여전해


Q 오늘(1022)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과 면담 결과는 어땠나요

A 도성대(이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2017년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하고 올해 5월에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청문회를 열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오늘 인권위 앞에서 조속한 결과 발표와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나서, 인권위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어요. 이 자리에는 저희 사건 조사관과 그 직속상관인 과장이 나왔는데요, 이 과장이라는 사람이 면담에서 하는 말이 아주 가관이었죠. “이건 인권위 공식 입장은 아니고 자기 생각이다라고 운을 떼더라고요. 아니, 이런 자리에서 개인적 생각을 읊는 것도 사실 저는 이해가 안 갔거든요. 아무튼 담당 과장 얘기가 각하를 결정하고 비공개로 인권위 입장을 내겠다는 겁니다. 인권위에 진정한 사건에 대해 법원 판결이 이미 내려졌기 때문에 각하하는 게 맞다는 거예요. 유시영 회장의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법원의 12개월 징역형 선고로 처벌이 이뤄졌고, 사측의 직장폐쇄도 불법이라는 것도, 해고자 11명에 대한 부당해고도 이미 법원에서 인정됐기 때문에, 각종 사건에 대한 판결이 다 나와서 구제된 사건에 대해 인권위에서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죠.

제가 그 얘길 듣고 하도 기가 막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각하’, ‘혐의 없음’, ‘기각이라는 말을 골백번도 넘게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각하고, 각하가 나인 듯 생각될 지경이다. ‘각하라는 얘기, 까짓 거 한 번 더 듣는 게 뭐 얼마나 대수겠냐마는, 그래도 법원이나 노동부 같은 기관이 아닌 인권위에서 이렇게 주장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요. 저희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인권을 말하는 국가기관에서 이렇게까지 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더라고요. 지난해 12월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올해 10월에 이르러서야 대법 판결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제가 너무 억울하고 어이없어서 지금도 현장에서는 가학적인 노무관리가 계속되고 있다고 항변했어요. 그랬더니 그런 얘긴 처음 들어봤다면서 입장을 슬몃 바꾸더라고요. 결국 각하는 담당 국장의 개인적 견해였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이후 면담과 자료 요청 등의 방식으로 재조사를 거쳐 정신건강실태조사와 함께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듣고 면담을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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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현대차, 유성기업이 한몸처럼 움직인 노조파괴 8


Q 현대기아차의 부품사 노조파괴 지배개입 혐의가 이미 낱낱이 드러났지만,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다라는 게 그동안 세간의 인식이었잖아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가장 힘센 재벌은 현대차라는 게 확실히 드러난 것 같아요. 요즈음 삼성 노조파괴 문제가 널리 회자되고 있지만, 사실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일들과 하등 다를 게 없거든요. 정부나 언론이 삼성 노조파괴에는 솜방망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뭇매를 가하는데, 어떻게 된 게 현대차 노조파괴 문제는 아예 건드리지를 않아요. 이게 지레짐작으로 하는 얘기도 아니고, 양재동 현대기아차 10층 사옥에서 현대차가 창조컨설팅과 공모해서 유성기업 노조파괴를 했다는 게 검찰 압수수색을 통해서 이미 다 드러났거든요. 얼마 전 창조컨설팅 심종두(전 대표), 김주목(전 전무) 법정구속 판결문에도 이 사실이 적시가 돼 있단 말이죠. 그리고 고용노동행정개혁위가 유성기업 노조파괴의 배후에는 현대차뿐만 아니고, 노동부와 검찰, 심지어 청와대까지 연루돼 있다는 발표를 했는데도, 노동부는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적폐청산과 개혁을 얘기하면서 각종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우리가 요구한 것도 아니잖아요. 정부 스스로 과거사 청산을 말했고, 그에 따른 조사결과까지 발표했죠. 결국 핵심은 조사결과나 권고사항 발표가 아니라 후속조치를 이행하는 것일텐데, 저는 정권이 재벌과 싸울 의지가 없는 거라고 봐요.

 

조합원들의 투쟁 결의, 그 어느 때보다 높아


Q 8년에 걸친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마침표를 찍는 투쟁에 임하는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A 사실 어떤 일을 도모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잖아요. 저는 솔직히 말씀 드려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주변 여건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라고요. 처음 서울사무소 농성에 돌입했던 때를 50%였다고 보면,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우리 승산이 75%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유현석 사장(유시영 회장의 아들)이 오늘(1022)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것도 그걸 입증하는 거라고 보고요. 더 이상 피할 곳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겠죠. 이날 유현석이 건넨 얘기인즉슨 교섭이 열릴 경우 공장으로 복귀할 것이냐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교섭이 열린다고 바로 내려갈 생각은 없다고 답했어요. 적어도 큰 틀의 합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했죠. 물론, 저희가 생각하는 큰 틀의 합의란 어떤 것인지도 일러뒀어요. 그건 무엇보다도 노조파괴 핵심 가담자들에 대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 2010년도 이전의 단협, 지난 8년간의 퇴보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세 번째로는 남아있는 해고자들에 대한 문제였어요. 최소한 해고자 문제는 해결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거죠. 마지막으로는 어용노조 해체와 관련된 문제도 있고요.

이런 문제들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나머지 지엽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올해 안이든 이달 안이든 실무협의를 통해서 매듭짓는다는 정도의 합의는 필요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전달했어요. 어찌 됐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이대로 내려갈 수는 없다, 저희는 분명히 못 박았고요. 다행히 조합원들의 투쟁 결의는 높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끝장투쟁이라는 생각이 조합원들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독려하지 않았는가 싶어요.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