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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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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육·유아교육 농단사태

시장에 모든 걸 내맡긴 

국가의 책임


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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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회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사립유치원 비리문제였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회계부정을 저지른 유치원 1,878곳의 명단이 지난 1011일 국감장에서 실명 공개되면서, 유치원 비리 실태가 고구마줄기 엮듯 드러났다. 비리 행위가 적발된 유치원들은 대부분 사립유치원이었는데, 비리 유형도 가지각색이었다. 유치원 설립자나 원장이 교비를 제 주머니에 쌈짓돈 쓰듯 전용한 사례가 부지기수였고, 개중에는 종교시설에 헌금하거나 명품백과 성인용품 따위를 구입하는 사례들도 확인됐다.

구멍 난 영·유아 보육 및 교육체계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은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서 촉발해 최근 들어서는 어린이집 비리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사립유치원 실태를 중심으로 문제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취약하기 이를 데 없는 공교육 기반

먼저, 한국의 영·유아 보육 및 교육체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현재 보육·유아교육의 영역은 크게 두 갈래로 이원화되어 있는데, 유아교육기관과 보육시설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 보건복지부 및 지방정부가 관장하는 어린이집(0~5)과 교육부 및 시·도 교육청이 관장하는 유치원(3~5)이 각각 보육과 교육의 국가책임범주에 묶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교육 기반이 매우 취약했다. 1021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5.5%이며, 취원 아동 수가 가장 많은 서울지역의 경우 18%로 전국평균치를 훨씬 밑돈다. 어린이집의 사정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 2017년 기준 어린이집의 설치·운영 현황을 보면, 국공립어린이집의 비율은 전체 어린이집(40,238개소)7.8%(3,157개소)에 그치고 있다[2017년 보육통계, 보건복지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치원, 어린이집을 불문하고 민간/사적 자본의 장악력은 국가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해졌다. 보육이나 아동교육이 이윤을 취득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공익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을 갖춰야 할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민간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정부 주도(국가책임)가 아닌 민간 주도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운영이 내맡겨지면서, 사립유치원 비리 행태가 불거져 나온 것도 어쩌면 필연일지 모른다. 어린 자녀를 둔 대다수 학부모들이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이유도 기실 여기에 있을 터이다. 공교육이 담보해야 할 가치가 이윤 창출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민간/사적 자본에 의해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땜질식 처방에 그친 정부 대책

정부여당을 비롯한 관계당국이 비리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빗발치는 여론에 떠밀린 사후약방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여당은 특단의 대책으로 사립유치원 종합대책(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지난 1025일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목표를 1년 앞당긴 2021년까지 조기 달성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국공립유치원 확대 방안·에듀파인 시스템 도입·예산 목적외 예산 사용에 대한 처벌 및 관리감독 강화·학부모 알 권리 보장 방안 마련 등이 주요 골자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까지도 유아교육의 상당 부분을 사립유치원에 의존해왔다. 유치원 교육이 본격적으로 국가책임 하에 시행된 시기는 198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정부는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1982)을 세우고 그 해 14.7%에 불과했던 유치원 취원율을 1986년까지 38%대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20여 년이 지난 현재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고작 25.5%에 그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이 보육과 유아교육에 대한 공공서비스 확대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사립유치원의 재정적 지원 확대를 통해 민간/사적 자본의 입지를 강화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2017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원아 수 기준으로 전국 유치원생 694,631명 중 사립유치원생은 522,110(75.2%)으로 국공립의 172,521(24.8%)3배를 뛰어넘는다. 학부모들은 투명한 회계 운영, 저렴한 교비, 공교육에 대한 신뢰 때문에 사립보다는 국공립을 선호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원생 10명 중 7명 이상이 어쩔 수 없이 사립유치원을 다니는 셈이다. 이마저도 2015년 기준 국공립유치원 4,678개소 가운데 병설유치원 비중이 94%에 달한다. 시설 및 설비 기준이 유아 수준에 맞게 구비된 단설유치원에 비해, 병설유치원 비중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높은 까닭은 주로 초·중학교 빈 교실을 활용하기 때문에 설립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이다. 이처럼 유아교육에 대한 전문 역량과 시설을 갖춘 단설유치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 상황에서, 정부는 폐원하는 사립유치원을 매입 또는 장기임대하는 방식으로 공립유치원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가, 사립유치원 비리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자 국공립유치원의 양적 확대와 일률적인 회계시스템 적용에만 치중한 급조된 대책이라는 인상이 짙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국가가 영·유아 보육 및 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을 스스로 방기한 데 있는 것이다


필수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공영화가 답이다

따라서,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립유치원 문제에만 국한된 땜질식 처방을 넘어, 보육·사회복지·요양·장애활동지원 등에 걸친 공적 돌봄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 고민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국가의 역할을 대체한 민간/사적 자본을 재공공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보육과 유아교육에서 이들 민간/사적 자본의 폐해가 얼마나 극심한지는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립유치원, 민간어린이집의 부정비리 실태들이 현장교사나 학부모들의 제보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그렇지만, 세상의 이목이 주로 설립·운영 주체의 공금 유용,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같은 대표체의 집단적 반발에 집중된 사이, 정작 사회서비스 공급의 주체인 현장교사들의 고용불안, 저임금·장시간 노동, 노동기본권 박탈 문제는 여전히 홀대받고 있다.

이른바 보육·유아교육 농단 사태는 결국 이윤만 좇고 공공성은 뒷전인 민간/사적 자본 위주의 운영구조에서 비롯한 것이다. 정부 스스로도 말하고 있는 국가책임의 핵심이 무엇이겠는가. 국가책임의 핵심은 국가가 지원금만 대주면서 민간/사적 자본이 사익을 편취할 우회로를 열어줬던 과거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학부모의 정보접근권을 포함한 민주적 통제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공립유치원의 대폭 확충 등을 위해 정부 지원의 실질적 확대 요구를 기치로 한 대중투쟁이 필요하다. 대통령 공약을 어물쩡 미루면서 뒷걸음질 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알아서 이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기대는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