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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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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기구 참여가 아니라  

대중투쟁의 확대 · 강화가  

절실하다 

 

김혁노조사업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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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주노총]  


 

지난 1017일 열린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이하 정책대대’)가 성원 미달로 유회되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참여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느냐에 따라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았기에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지만, 결국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것이다.

 

민주노총 정책대의원 대회 유회를 바라보는 시선들

민주노총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것에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쪽은 한국노총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사정대표자회의는 (경사노위) 준비기구로서 그 역할을 다했다사회적 대화의 한 주체로서 빠른 시일 내에 노사정대표자회의 소집을 요구해 사회적 대화 진행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단체 역시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노총과 유사한 입장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 측 입장은 아직까지는 신중하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주체가 참여하면 좋겠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지금도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비롯해 각종 협의체가 구성돼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성과를 냈으면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노총 집행부는 정책대대 유회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내년 1월 정대까지 기다려달라고 정부 측을 설득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명환 위원장은 개문발차 등 불필요한 논란보다는 노사정이 같이 마음을 모아 노사정대표자회의 체제에서 의제별·업종별위원회를 잘 꾸려 나가면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 출범을 준비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위 발언에서도 드러나다시피,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는 내년 1월까지 현장을 설득하여 경사노위 참여를 관철시키는 것을 유회에 대한 수습대책으로 세운 듯하다. 이런 기조와 방향은 최근에 개최된 민주노총 상집 평가안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평가안은 대회 일정에 대한 사전소통, 전체 대회에 대한 기획, 의결안건의 사전소통 측면에 문제가 있어 대회가 불발되었다고 진단한다. 이에 대해 총파업을 앞두고 경사노위 참가 건을 정책대대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사무처 성원과 상집간부들의 문제제기가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다수 중집 성원들의 반대에도 집행부 독단으로 경사노위 안건 상정

올해 초 문재인 정권은 근로기준법을 개악한 것에 이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양대노총 의견을 무시하고 최저임금법을 여야합의로 통과시켰던 바 있다. 이에 양대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를 중단하면서 강력하게 문제제기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정 간 대립이 격화되던 시기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는 변명과 함께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와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했다. 시기만 달리했을 뿐 민주노총 행보도 한국노총과 별반 다르지 않게 전개되었다.

민주노총은 816일 중집에서 격론 끝에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한 바 있다. 다만 반대여론을 감안하여 정부의 신뢰 회복 조치 압박을 위한 노정교섭을 병행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최저임금법 개악 이후 그 어떤 전향적인 정책 변화나 정부 조치도 없는 상황 속에 노정 교섭, 협의의 정세적 불가피성을 강변하는 입장 변화였다.

이런 문제 때문에 822일 중앙위에서도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 반대 의견들이 강경하게 표출됐다. 무엇보다도 근기법과 최임법 개악 이후 정부의 입장이나 정책의 변화가 없으며, 나아가 추가적인 개악 의도까지 감지되고 있다는 점,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을 앞두고 현장 조직화에 교란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점, 교섭과 투쟁의 병행이라는 방향 자체가 구체화되지 못한 채 교섭 성사에 치우치고 투쟁과의 유기적 결합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의 우려였다.

한편, 816일 중집에서는 경사노위 관련 안건 상정은 조직 내 충분한 토론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9월로 예정된 정책대대를 한 달가량 연기하고 안건 상정 여부도 추후 중집에서 재논의한다는 것으로 결정된 바 있다. 그 이후 928일 열린 중집에서 다수의 중집 성원들은 총파업을 앞두고 있으며 조직 내 토론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거듭 지적하고 정책대대에서 경사노위 관련 안건 상정을 유보하자고 하였으나, 위원장이 직권으로 정책대대 상정을 결정하였던 것이다.

 

경사노위 참가에 반대하는 흐름들의 결집

민주노총 정책대대를 앞두고 경사노위 참여 반대를 기치로 좌파 정치조직, 그리고 현장조직들의 조직적 결집이 이루어졌다. 변혁당을 비롯한 좌파연대는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사정 대표자회의 복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맞서 투쟁에 힘써야 한다>는 제하의 유인물을 배포하여 27개 정치조직과 현장조직 명의의 연서명을 조직해나갔다. 이들은 또한 대의원대회 직전 대의원과 조합원들에 대한 연서명을 확대하였던 바, 당일까지 100명의 대의원과 현장간부 184, 조합원 451명의 서명을 조직했다.

한편, 대대에는 현장발의안으로 금속노조 중심의 심의보류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이들 입장은 좌파연대조직과 다소 상이했다.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인정하는 수준에서 산하 업종별위회나 의제별 위원회에 집중할 것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내에서 경사노위 관련 조직적 토론이 부족한 현 상황을 감안하여 충분한 조직적 토론을 통해 다가오는 정대에서 안건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중집에서 경사노위 참가 건을 반대했던 중집위원들이나 좌파연대, 그리고 현장발의를 준비했던 금속노조의 안들이 내용적으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통점 역시 존재했다.

첫째,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의지가 갈수록 약해지고 친기업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공통적인 문제의식이다. 문재인 정권이 공약에서부터 취임 이후까지 압도적 여론이 아님을 핑계로 정면 돌파를 하지 않았던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건이 대표적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형국이지만, 정부는 양대노총이 일관되게 반대하였던 근기법 개악을 필두로 최저임금법 개악, 급기야 규제프리존법까지 재벌의 입맛에 맞게 통과시켰다.

둘째, 민주노총 간부나 조합원들의 트라우마가 해소되지 않는 한 경사노위 참여는 쉽사리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1998년 노사정위에서 정리해고법과 파견근로자법 통과, 2006년에는 노사정대표자회의 등에서 비정규법 개악을, 2009년에는 복수노조 유예와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등을 합의했던 역사가 있다. 노정교섭이 표류되면서 최소한의 신뢰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경사노위 참여는 많은 간부와 조합원들에게 또 하나의 난제일 뿐이다.

셋째, 아래로부터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1121일 총파업 총력투쟁은 그 규모가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으나 새로운 민주노총 집행부의 결집력과 기세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런 중대한 투쟁을 앞두고서 민주노총 내부가 갈라질 수 있는 경사노위 참가에 하나로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사노위 참여를 우려하는 또 하나의 문제

정책대대가 열리기 전 910일 공공병원 노사정TF에서 합의한 공공병원의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은 절차상·내용상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가 갖는 파급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 중집에서도 격론이 벌어지다가 19차 중집에서 다음과 같이 결정하게 된다.



3. 보건의료노조 표준임금체계는 직무가치 중심의 차별적 임금체계인 정부의 표준임금체계()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공공운수노조와 민주일반연맹에서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표준임금체계()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민주노총 공공비정규특위 참여 가맹조직(6) 정책담당자와 3개조직(공공운수, 민주일반, 보건의료)에서 추천한 임금정책 전문가들과 진행하는 워크숍 진행 후 판단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보건의료노조는 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있어서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자회사 전환 문제를 돌파하고 호봉제에 기반한 새로운 임금체계 도입과 함께 직고용 쟁취를 이루었다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을 온존시키는 임금체계를 용인할 수 없으며, 나아가 공공부문 전반의 임금체계 개악에 물꼬를 트는 결정이 노사정위에서 합의된 것이다. 그런데도 대중운동의 구심이 되어 자본과 맞서야 할 민주노총 중집이 직무급에 대한 판단조차 유보했다는 것은 이후 경사노위 참여가 얼마나 위험한 결정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말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무엇 때문에 경사노위를 하는지 그 이유가 보건의료 노사합의에 그대로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지난달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국사회가 중장기적인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가 사회적 대타협이라면서, 한국노총과 만난 자리에서도 임금수준이 오르면 결국은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할 국면에 온 것이며 그것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사노위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당 대표가 솔직하게 고백한 것으로, 경사노위 참여가 노동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낳게 할지를 예견케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