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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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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충원 요구 넘어 

외주화 철회 투쟁으로

 

엄길용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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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교섭에서 차별적인 안을 마련한 철도노조 중앙위원회 회의에 항의하는 현장조합원들.



철도노조는 지난 1024일 확대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118일 파업돌입을 결의하였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공공부문의 많은 노동조합과 간부들이 투쟁보다는 청원과 로비에 힘쓰고 있는 시기에 철도노조의 파업결의 소식이 어떻게 비춰질 지 궁금하기도 하다.

공기업 중 유일하게 철도공사는 매년 상시적인 인건비 부족으로 비정상적인 임금구조와 복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철도공사는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면서, 초과근무를 억제하고 연가보상비 이월과 더불어 수당과 상여금을 줄이자고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철도공사의 인건비 부족,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큰 이유는 정원을 대폭 감축하면서 상위직급 위주의 직급별 정원을 축소한 데 기인한다. 전체 정원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인건비 예산을 책정하는 이른바 총정원제가 철도공사 출범 시 도입되었다. 그런데 이명박근혜정권에서 강제적인 정원감축이 있었고, 기재부는 직급별 정원을 기준으로 임금예산을 책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간 민영화 공세와 구조조정으로 신입사원이 제한되면서 철도노동자의 평균연령은 만 47세에 이르게 되었다. 이처럼 장기근속자가 많아지면서 상위직급 인원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는데, 기재부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인건비 예산 책정에서 직급별 정원제를 도입하였고, 이는 상시적인 인건비 부족을 야기시켰다. 그리자 철도공사는 인건비 부족을 빌미로 후생복지 악화 등 노동조건을 지속적으로 후퇴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간외, 휴일근무가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인건비 부족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철도는 부득이하게 24시간 365일 운영되고 있고 필연적으로 야간/휴일근무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문제는 철도가 쉬지 않고 운영되기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충원을 하지 않고 부족한 인원을 가지고 시간외, 휴일근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인력충원을 하지 않아 정원이 확보되지 않으니 인건비 예산에서 그만큼 빠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시간외, 휴일근무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계급적 단결을 꾀해야

노조 요구의 핵심은 총인건비 및 임금구조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감축된 정원을 원상회복시켜야 하고, 직급별 정원비율을 조정(상위직급 정원 확대)하여 왜곡된 인건비 예산 책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서 정원은 곧 임금이고 정원회복은 임금회복이라고 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찌 보면 임금을 깎지 말라는 아주 소박한 요구라고 볼 수도 있다.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된다면 줄어든 정원을 회복하는 정도의 인력충원과 더불어 매년 반복되는 인건비 부족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철도노조의 현안 요구는 민주노조로서 응당 제기해야 할 절실한 계급적 요구와 투쟁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도 사실이다. 하기에 총인건비 및 임금구조의 정상화라는 소박한(?) 요구는 정규직 철도노동자 중심의 요구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자회사 또는 용역 등으로 일하고 있는 철도노동자의 숫자가 1만 명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다(이 중에 노··전문가 협의체의 협의를 통해 1470명가량을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런데도 매년 늘어나는 사업에 대한 인력충원 규모는 쥐꼬리수준에 지나지 않았고, 철도공사는 기존 직원들의 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부족 인력을 메꾸는 방식으로 일관해 왔다. 이러한 현실은 그동안의 철도민영화와 구조조정 공세로부터 비롯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외주·용역화된 철도 사업들을 모두 직영으로 환원하라고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에서 생명안전 업무라는 정부 기준에 맞추려고 발버둥 칠 게 아니라, 외주·용역 철회,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내걸고 투쟁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철도 ··전문가 협의체에서 결정한 직접고용 인원조차 철도노조는 온전한 정규직화까지 ‘2년 또는 3년을 유예하자는 대단히 차별적인 요구안을 가지고 사측과 협의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노무현 정권 출범 초기였던 2003년 철도민영화저지 파업투쟁과 공권력의 침탈이 떠오른다. 그 때도 많은 기대들이 있었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은 그대로 계승되었고, 수많은 노동자가 감옥에 갇히거나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과거를 돌아보고 지금 무엇이 바뀌었는지 반문해봐야 할 시점이다.

지난 1026일 열린 3차 조정회의에서 중노위는 노사 간 이견이 커서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조정을 종료했다. 이대로 간다면 파업이 불가피한 수순이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매우 정당하고 필요한 투쟁이지만, 또 다른 철도노동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노릇이다. 피와 땀으로 일구고 지켜온 민주노조에 걸맞는 정책과 투쟁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