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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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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사법체제

존재할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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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해군간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무죄판결 규탄 기자회견’. [사진 : 여성단체연합]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2018118일과 1119, 고등군사법원은 8년 전 해군함정에서 발생한 성소수자 대위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에게 연이어 무죄를 선고하며, 여성이자 성소수자인 피해자를 위력으로 짓밟은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피해자의 존엄을 무참히 짓밟았다.

피해자의 중위 시절 직속상관인 박 아무개 소령은 피해자가 직속부하이자 성소수자라는 점을 이용해 수차례 성폭행했고, 피해자는 임신중절수술까지 받아야했다. 끝이 아니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당시 함장 김 아무개 대령은 피해자를 숙소로 불러 다시 성폭행하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 또한, 박 소령은 성소수자임을 밝힌 피해자를 네가 남자를 잘 몰라서 그런다, 남자를 가르쳐주겠다는 언사와 함께 성폭행 하는 등, 피해자의 여성·성소수자로서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무참히 짓밟고 조롱했다.

6년 후 사건이 알려지고 가해자들이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각각 10년과 8년형을 받았지만, 연이은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두 가해자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심리적 억압상태에 놓여 있었음은 인정하나, 폭행 협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돼서 피해자 진술을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 ‘피해자 진술이 피의자 진술에 비해 신빙성이 없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가해자 손을 들어주었다.

 

이번 판결은 위력은 존재하나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안희정 성폭력사건 재판부의 판결과 같은 맥락에 있다. 강간을 최대한 좁게 해석해야 한다며(소위 강간 최협의설)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분노를 잠재우려하지만, 그럴수록 저항은 더욱 커질 것임을 모르는가.

이러한 최협의설에 근거한 재판부 판단으로 강간 피해자의 44%가 강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명하복, 계급에 기반한 군 권력과 위계가 피해자들을 얼마나 압박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없는 재판부는, 사실상 가해자 대변인일 뿐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과연 어떤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가 자기 피해를 드러낼 수 있다는 말인가.

성범죄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성소수자는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로 일관해온 군사법원은, 군대라는 공간이 여성과 성소수자의 인권을 어떻게 짓밟는지를 우리에게 다시 확인시킨다. 또한, 군사법원은 그 존재 자체가 군 범죄의 은폐와 확대재생산에 기여할 뿐임을 증명한다.

대법원은 고등군사법원의 결정을 파기하고 가해자들을 엄벌하라. 또다시 가해자편에서 피해자를 짓밟는다면, 크나큰 분노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회변혁노동자당 역시 작금의 상황을 개탄하며,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언제나 함께할 것이다


20181120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