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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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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명탑에 오르다.

동국대 민주화를 위해 고공농성을 진행하며

 

안드레학생위원회

 



1113일 새벽 3, 동국대 학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학교의 눈을 피해 학생들은 만해광장 조명탑 주변으로 모였다. 침묵을 삼킨 학생들의 눈에는 2015년 현 총장의 선임 반대를 외치며 45일 간 고공농성을 진행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난 고공농성 이후, 3년이 훌쩍 지난 어둡고 추운 새벽, 그렇게 동국대 민주화의 염원을 안고, 48대 전 총학생회장 안드레(필자)는 조명탑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학생자치 무시하는 종단의 독선

동국대 총장 사태 4년의 투쟁은 참 길고 험난했다. 동국대는 조계종립 대학이다. 그래서 사립대학의 폐해와 종단의 개입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 총장 권력 위에 이사회 권력이, 이사회 권력 위에 종단 권력이 존재하면서 대학 사유화의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2014, 동국대 총장선거에 조계종단이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은 이러한 대학 사유화 문제의 정점을 보여준 사태였다. 당시 1순위 후보자에게 조계종 총무원장은 이번에는 스님이 총장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넣었고, 2순위였던 보광스님(속명 한태식, 현 총장)은 결국 총장에 선임되었다. 대학을 사유화한 종단, 총장 권력을 위해 종단의 낙하산을 탄 총장, 이에 학생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을 선택했다.

2015년도 초, 당시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미래를여는동국공동추진위원회>(이하 미동추‘)라는 학생기구가 만들어지고, 고공농성, 단식투쟁 등을 진행했다. 특히, 15, 16년 연속적으로 성사된 학생총회에서 각각 총장의 퇴진과 징계를 의결하며, 학생들의 대의가 모아졌다. 현재 미동추는 동국대 총장 사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기층 학생들의 모임으로 유지되고 있다.

총장선거 종단 개입 문제는 총장의 자질과 부정문제로 이어졌다. 종단 낙하산 한태식 총장은 임기 시작 전부터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이후 총장은 학생을 고소했고, 그 고소비용을 교비로 지출했다. 현재 고소비용 교비 지출에 대한 횡령혐의가 대법원에 상고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한 동국대 정상화를 위해 2015년에 50일의 단식을 진행한 김건중 학생을 무기정학에 징계하였고, 지금까지도 징계는 유지되고 있다(현재 무기정학 징계는 2년 지난 현재까지 유지). 청소노동자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으로 노동자들은 본관 안에서 86일의 점거농성을 진행했고, 교육부 감사 결과 700억대 회계부정이 드러났다.

학생들에게 종단 개입 사태 이후, 한태식 총장의 4년은 악몽과도 같았다. 한태식 총장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고 대학을 사유화했다. 스님 총장이라는 구조는 종단의 개입을 용이하게 하는 또 다른 장치가 되었다.

 

총장직선제는 대학 구성원들의 절실한 요구

올해는 동국대 총장선거가 진행되는 해이다. 지난 시간 학생들의 외침은 묵살되어 왔고, 아무런 변화와 책임 없이 다시 총장선거를 마주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고공농성은 지난 과오를 반복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이다. 고공농성의 요구는 총장직선제의 즉각 실현과 현 총장의 연임 반대이다. 종단의 정치적 이권 다툼이 학교에 투영되고, 종단의 입맛에 의해 학교가 운영되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총장직선제가 절실하다.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을 운영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만이 대학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다. 또한 한태식 총장의 지난 악행을 돌아봤을 때, 연임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학생들의 요구는 너무나 단순하다. 밀실에서 유지되고 있는 권력을 광장으로 끌어내 해체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체된 권력을 대학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나눠갖자는 것이다. 총장 한 명이 욕심을 버리는 것, 종단이 동국대에 개입할 수 없도록 제도 하나가 바뀌는 것만이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며, 동국대가 대학으로서 존립할 수 있는 전제이다.

조명탑에 앉아 있으면, 작은 움직임에, 바람 한 줌에 크게 흔들린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살면서 이런 물리적인 죽음의 공포를 느껴본 적이 처음이다. 그 때마다 마음속으로 결의를 다진다. 조명탑에서의 공포는 지금까지 흔들리고 있는 동국대에 서있던 모든 구성원들의 공포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정말 두려운 것은, 거친 비바람과 눈보라도, 조명탑의 흔들림도 아니다. 차기 총장선거에 또 다시 종단이 개입하게 되는 구조가 유지되고, 현 총장이 연임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기 전 까지 지상을 밟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동국대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고공농성을 중심으로 동국대 민주화 투쟁을 더욱 힘차게 전개할 것이다.

오늘도 전국에 많은 동지들이 고공에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전주시청 앞에 있는 김재주 동지 생각이 많이 난다. 농성장을 지키는 택시노동자 동지들도 생각난다. 이제 길거리에서 생활해야 하고, 땅을 밟지 못하는 고공의 싸움이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누군가의 생명을 걸지 않아도 노동자, 민중, 학생들이 나의 권리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 농성 13일차(1125일 기준) 동국대 조명탑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