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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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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게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토닥이(노동자뉴스제작단)서울

 



지금 생각하면, 마치 꿈결처럼, 밝고 따스한 봄의 햇살이 소리 없이 사무실 안으로 스며들 듯이, 그 해(2006) 봄 우리 사무실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다. 먼저 찾아온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하고 싶었던 어떤 일이었다. 우리의 작업들이 테이프나 CDDVD를 통해서가 아니라 전파를 통해서, 텔레비전에서 나온다. 한두 번이 아니라 방영시간을 정해놓고 지속적으로 나온다. 일주일의 노동을 끝내고, 토요일의 특근까지 마치고, 늦잠을 자고 일어난 일요일 아침, 늦은 아침 혹은 이른 점심을 먹으면서 한가로이 TV를 보다가 문득 노뉴단의 영상을 만난다. 꿈같은 일이었다. 이런 꿈같은 결과물 몇 편을 DVD로 묶어서 배급한 작품이 <우리들의 자본주의>이다.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노무현 정부 말기 기존 언론이 담지 못한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시민이 직접 만든다는 시민방송 알티비RTV라는 방송채널이 만들어졌다. 참세상에서는 피플파워PEOPLE POWER라는 시사 심층 다큐물을 제작해서 방영했고, 노뉴단은 노동자 노동자라는 제목으로 방송물을 만들어서 방영했다. 그때도 역시, 우리는 뉴스나 시사나 본격 다큐가 아니라 교육이었다. 노동자대중용 교육영상의 위상으로 일요일 아침 11시에 30분간 격주로 방영이 됐다. 노동자를 만나는 방식에 있어서 처음 하는 일이고 그렇다보니 형식에 있어서도 기존의 우리가 하던 작업들과는 크게 달랐다. 기본적인 포맷은 스튜디오에서 2명의 앵커가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노무상담이나 노동자역사가 주요 내용들이었다. 다루는 내용에 따라서 관련 전문가가 나와서 2명의 앵커와 묻고 답하는 방식이었다. 비록 영상자료 화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런 방식만으로는 지루하지 않을까 우리는 생각했고, 노동자를 만나는 이 좋은 기회를 좀 더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5분여 분량의 짧지만 독립적인 영상물을 하나의 코너로 만들었다.

이 짧은 영상물들을 관통하는 테마는 자본주의? 그것은 노동자의 삶에 어떤 의미일까?’였다. 첫 번째 작업은 자본주의의 가장 치사한 얼굴이라는 주제로 임금체불과 자본주의였다. 노동자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생각하는 것에 빗대어 자본가가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노동자의 임금이란 무엇인지를 다루었다. 이어서, 노동자의 가장 큰 슬픔이라는 테마로 노동자의 죽음으로 쌓아가는 자본주의를 다룬 산업재해와 자본주의’, 더 이상 죽을 수 없을 때, 그때는 노동조합이어야 한다는 노동조합과 자본주의’, 그곳에 이윤이 있다는 테마로 해고의 비밀을 밝히는 해고와 자본주의를 만들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은 이 거지같은 자본주의 하에서 희망은 있는 것일까?를 묻는 것이었다. 투쟁. 투쟁만이 희망이다, 라는 테마의 노동자와 자본주의였다.

 

좋은 대본과 연출의 멋진 만남

대중으로부터 역시 노뉴단이다라는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건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일 것이다. 당시 이 짧은 영상물이 그랬다. 5분에서 7분가량의 짧은 작업들이었지만 테마들이 제법 무거웠는데도 강렬하고 쉽게 전달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같은 호응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작품의 반 이상을 만화 기법으로 구성해서 핵심 내용이 보다 분명해졌고, 이것이 무거운 주제를 보다 쉽게 받아들이게 해줬다. 무엇보다 이 작업이 대중적이면서도 하나의 독자적인 완결구조를 갖춘 작품이 된 데에는 어려운 주제를 대중적으로 짧고 쉽게 풀어낸 대본에 있었다.

그리고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리오 휴버먼)라는 참고서가 없었더라면 좋은 대본도, 작업 자체도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당시 출근길에 차 안에서 읽던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에는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온갖 핵심적인 사건들과 풍부한 통계들, 촌철살인의 비유들로 가득했다. 혼자 읽기 아까워서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던 마음이 좋은 작업 기회를 만나 실제로 행동에 옮겨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이 또한 꿈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이 해 봄에 찾아온 또 다른 꿈같은 일은 동료의 임신이다. 당시 노뉴단은 정말 많은 일들이 새롭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만큼 역동적이었고 원하면 다 이루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던 때였다.

 

* <우리들의 자본주의> - 영상팜플렛: 44/2006/노동자뉴스제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