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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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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이 된 한국지엠, 

이제 싸움을 피할 곳은 없다


정재헌┃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 대의원



지난해 GM은 뻔뻔하게도 스스로 망쳐놓은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명분삼아 한국 정부와 노동자들에게 ‘고통분담’과 양보를 강요했다. 정부는 공적자금 8,100억 원을 GM에 퍼줬고,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3천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정든 공장을 떠났다.


GM의 탐욕이 여기서 그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GM의 구조조정 공격은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완성차 회사를 구성하는 각 부문인 생산, 연구개발, 정비, 부품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갈라치고 없애려 한다. 정부 지원금을 뜯어낸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부평 2공장은(군산공장 폐쇄로 현재 한국지엠에는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이 남아 있다) 인력 감축을 위해 기존 2교대 근무를 1교대로 전환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지난 연말에는 연구개발부문과 생산부문을 갈라 아예 별도 회사로 만들었고(법인분리), 두 법인 사이에 비용절감 경쟁을 유도하면서 언제든 사업을 철수할 수 있도록 준비한 상태다.



한국지엠 모든 공장이 난장판

2019년 한국지엠 각 공장은 더욱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9일, 한국지엠 사측은 연간 6천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인천 부품물류센터를 세종시 소재 센터로 통폐합하는 안을 냈다. 그런데 협의를 진행하자며 노조에 공문을 보낸 사측은, 협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센터 부지 임대주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미 폐쇄를 결정해놓고 ‘협의를 진행하자’고 기만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연말 사측은 인천항 KD(Knock Down: 자동차 부품 포장 수출센터)를 폐쇄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업무를 외주화한 바 있다. 이번에 인천 부품물류센터를 통폐합하면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정규직 또한 세종시 소재 센터와의 중복 업무로 추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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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재헌]



한국지엠은 노동조합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 법인분리로 갈라져 나온 연구개발부문 신설법인 “지엠 테크니컬 센터 코리아(일명 TCK)”에서는 단체교섭도 시작하기 전에 사측이 2개의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적용해 통보했다. 특히, 새로 채용한 신입사원 80명에게 적용하는 취업규칙은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 이들은 기존 급여규정을 따르지 않고 직무‧직책‧권한에 따라 회사가 조정할 수 있는 연봉계약을 체결한다. 상여금은 이른바 “재량상여”를 적용한다며, 과거 한국지엠 사무직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폐기시켰던 “베리어블 페이(매년 인사고과로 차별적 연봉을 적용하는 것)”를 부활시켰다.


징계와 해고도 사측 멋대로 가능하다. 이제 “제반사규위반, 명예훼손, 조직질서 문란, 경영기밀 외부유출이나 입수, 상사명령 불복 및 해태” 시 징계대상이 된다. 이는 사실 노동자들의 저항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미다. 해고 또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거나 근로계약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사유가 발생할 때”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는 회사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젖힌 것이다. 기존 노동자라고 안심할 수 없다. 단체교섭에서 사측은 신입사원에게 적용한 이 독소조항을 가지고 나올 확률이 높다.


한국지엠의 미래는 사측 스스로 없애고 있다. ‘법인분리하면 신차를 배정하겠다’던 GM의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부평 2공장은 작년 1교대 전환에 이어 최근에는 생산량을 더 줄여야 한다며 협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작년 폐쇄된 군산공장과 완전히 판박이다. 더군다나 부평 2공장은 2022년 이후 생산 물량이 없는데, 사측은 추가 물량 배정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CUV가 배정된 창원공장 역시 생산성 증대와 인력감축 협박을 받고 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소송에서 계속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화는커녕 해고당하고 있다. 각 공장마다 구조조정이 끊이지 않는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가장 먼저 생존 위협에 시달린다.



한국지엠 모든 노동자가 함께, 제대로 싸워보자

이것이 ‘경영 정상화’를 하겠다며 8,100억 원 공적 자금을 받아온 한국지엠의 현재다. 언제까지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지난해 우리는 이미 GM과의 협상으로는 이 악랄한 구조조정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직 구조조정을 위한 교섭이기에, 노동조합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수세적인 구조조정 교섭이 아니라 공세적인 투쟁으로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깊은 패배감에 빠진 조합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조직화 사업에 나서고, 현장 곳곳에서 비정규직을 먼저 해고했던 악습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사측이 또 한 차례 개악안을 들이밀 올해 임금투쟁에서부터, 총고용 보장을 내걸고 제대로 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젠 곳곳이 누더기가 되어서 따로 피할 곳도 없다. 본사로부터 똑같이 물량 협박을 받고 있는 동종업체 르노삼성 노동조합에서 배워보자.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80일이 넘는 파업으로 꿋꿋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

한국지엠에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이대로 말려 죽느니, 날강도 GM을 떠나보낼 각오로 한번 싸워봐야 하지 않은가. 그동안 GM이 강한 게 아니라 노동조합이 약했던 것이다. 이제 한국지엠 모든 노동자가 모여 제대로 된 싸움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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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재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