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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상담사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김진혁┃경기


작년 11월,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시가 학교 청소년 상담 사업을 중단하고 41명의 상담사 노동자를 집단 해고했다. 이 노동자들은 학교폭력, 자살위기, 성 문제, 정서불안, 학교 부적응 등 위기에 처한 학생들이 원활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상담과 교육, 행정업무를 수행해왔다. 즉, 상담사 집단해고는 화성시 소재 초‧중‧고등학교 학생 32,000여 명을 위기로 내몬 것과 다르지 않다.



어떻게든 비정규직으로 부려먹으려고

지난 2012년, 화성시와 경기도교육청은 청소년 상담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화성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학교에서 상담사를 직접 선발해 학교장이 계약하는 형태였다. 2015년에 2기 상담 사업을 진행하게 되자, 현재 학교에서 2년을 초과해 근무한 상담사는 경기도교육청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2년을 넘기지 않은 상담사는 계약종료로 대량 해고했는데, 이 가운데는 ‘만 2년에서 단 하루가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한 경우도 있었다.


2016년부터는 아예 상담 업무를 다단계 위탁구조에 맡겼다. YMCA를 위탁기관으로 선정하고 “청소년 상담복지센터”로 재위탁하는 방식이었다. 2년이 지나면 정규직화해야 하는 규정을 피하려고 1년 9개월짜리 쪼개기 계약도 난무했다. 상담사들은 학교에서 상시지속업무를 담당하지만,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견디다 못한 상담사 한 명이 목숨을 끊는 비극도 벌어졌다.


그런데도 화성시와 경기도교육청은 2017년 말 또다시 계약종료를 통보하고 위탁기관을 “청소년 불씨운동”이라는 곳으로 바꿨다. 계약 기간은 201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였는데, 2018년 말이 되자 어김없이 또 계약종료 통보를 날렸다. 이번에는 아예 10개월짜리 계약을 들이밀었다. 상담사들이 항의하자 당국은 ‘계약 기간을 2년으로 하되, 무기계약직 전환 포기 각서를 쓰라’고 종용했다.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를 보장해야 할 공공기관이 거꾸로 권리 포기 각서를 쓰라니? 노동자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그러자 시와 교육청은 일방적으로 사업종료를 선언하고, 12월 31일 자로 상담사 대량해고를 통보했다.



정규직화 한다더니 집단해고?

집단해고 이후 상담사들은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시에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진보교육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게 무색할 정도로, 경기도교육청은 ‘우리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정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해고였다. 경기도에만 화성시 학교 청소년 상담사, 양주시립예술단, 남양주시 육아 종합지원센터 세 곳에서 집단해고 사태가 발생했다. 모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이었다. 특히 학교 상담사의 경우 꼼수를 부려 1년 9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을 체결하고, 교육청과 화성시가 직접고용을 회피하려 위탁업체를 동원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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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세연]



정부의 기만을 넘어

상담사 노동자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시를 상대로 그냥 물러날 수 없었다. 화성시청 1인 시위, 경기도교육청 천막농성을 진행하면서 3월 개학 전에 집단해고를 철회하고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위기의 학생들을 다시 만날 희망을 품고, 교육청과 화성시의 무책임을 폭로하면서 상담사들은 투쟁의 3개월을 보냈다. 3월 개학 전에 문제가 해결되길 바랐지만,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내팽개친 경기도교육청에 의해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학교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을 버릴 수 없기에, 상담사 노동자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2월 중순부터 경기도교육청 로비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지부장과 조합원 세 명은 죽음을 각오한 단식투쟁(현재 두 명은 병원에 실려 갔고, 지부장과 조합원 한 명은 20일을 넘김)을 진행 중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은커녕 해고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만, 정부의 해결책은 없다. 도리어 직접고용을 회피하도록 ‘자회사 전환’을 독려해 또 다른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원과 예산’ 문제를 핑계로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한다. 화성시 학교 청소년 상담사들처럼 쪼개기 계약이나 민간위탁에 내맡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이제 1단계, 2단계를 거쳐 3단계에 이르고 있다. 앞서 1, 2단계에서 전환 배제와 해고 등 숱한 문제가 드러났지만, 정부는 성과만 부풀린다. 3단계인 민간위탁 부문은 아예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고 민간위탁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제 누구도 정부의 기만을 믿지 않는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은 고사하고 비정규직의 생존조차 외면한다. 화성시 학교 청소년 상담사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배제당하고 해고로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정부의 기만을 넘어 온전한 정규직화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공동투쟁을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