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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해지와 재계약의 반복,

당장 1달 뒤 저희는 다시 계약 해지됩니다”


산림청 비정규직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안프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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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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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소방관의 존재는 알지만, 많은 이들이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거나 이번 강원 산불로 처음 알게 됐을 것이다. 산불이 나면 가장 먼저 제1선에 투입되는 산불특수진화대. 하지만 이 노동자들은 10개월, 심지어 올해는 5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을 하는 비정규직이다. 4월 24일, <변혁정치>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대원 안프로 씨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그 마스크로는 연기를 거를 수 없다. 그럴 땐 숨을 참는다.”


Q 먼저 특수진화대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정식 명칭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다. 산림청 산하 5개 지방 산림청이 있는데, 계약직으로 운영하는 업무 중 하나다. 각 개소별 10명 정도 배치하는데, 산불이 크게 자주 나는 지역은 2개소 20명 정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산불 진화 과정은 대략 이렇다. 불 끄러 야산에 올라가야 하니까, 밑에서 고압 펌프를 가동해 물을 쏴준다. 그러면 계속 호스를 끌고 산에 올라간다. 거리가 멀면 산 중턱에 수조를 설치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호스를 끌면서 산꼭대기까지 올라간다. 각자 역할이 다르다. 펌프 가동하는 사람, 호스 끌어주는 사람, 맨 앞에서 살수포로 불 끄는 사람 등등.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뒤에서 주변 상황 살피면서 퇴각‧대피를 판단할 사람도 있어야 하고.



Q 이번 산불 진압에 직접 투입된 노동자로서, 장비 미비를 비롯해 어떤 문제를 느끼셨는지? 가령, 소방관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방화복이나 장갑 등 기본적인 물품도 지원받지 못해 사비로 구입하는 사례도 있다는데, 특수진화대 노동자들의 처지는 어떤가?


저희는 가파른 경사를 타고 절벽을 기어올라 불 끄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무거운 장비 착용을 못 한다. 기본적으로 진화복, 신발, 헬멧, 마스크, 장갑 다 내주긴 하는데. 헬멧의 경우 소방관들은 헤드랜턴‧무전기‧카메라까지 붙어있는 일체형이지만, 저희는 그냥 하이바다. 장갑은 목장갑을 준다. 문제는 불이 겨울철에 많이 나는데, 그 장갑을 끼고 물 뿌리면 손이 얼어붙는다. 헬기도 물을 뿌리니까, 옷이고 뭐고 흠뻑 젖어서 언다. 장갑이 젖어서 얼면 손이 끊어져 나갈 것 같다. 경험이 있는 분은 방수와 보온이 되는 두꺼운 개인장갑을 갖고 다닌다. 젖지 않으려고 고무장갑을 사서 위에 껴서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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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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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프로]



마스크는 사진을 보면 된다. 사람에게 연기가 오면 그 마스크로는 거를 수가 없다. 그럴 땐 숨을 참는다. 그런데 오래 참을 수 없으니 결국 연기를 마셔야 한다. 기침 같은 건 말할 것도 없다.



‘특수진화대는 1년 내내 쉴 틈 없이 일한다’고 하던데, 특수진화대 노동자들이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크고 작은 산불 건수만 1년에 몇십 회 정도 된다. 강원 지역은 산 밑에 붙어 있는 집들이 많다. 그 집에서 불이 나면 산으로 옮겨붙는다. 집 불은 소방대 관할이지만, 저희도 같이 출동한다.


특수진화대는 평시에 각자 역할에 따라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산불 예방 순찰도 하고, 화재 피해지 조사도 한다.

사시사철 항상 일이 있다. 봄철엔 산나물 캐러 많이들 산에 온다. 혹시라도 불을 지필까 단속하러 간다. 농사도 시작할 즈음인데, 시골에선 논밭을 태우는 경우가 있다. 그게 또 산으로 옮겨붙으니 단속하러 다닌다. 여름철 우기에는 산사태 예방작업을 한다. 불이 나면 차가 들어와야 불을 끌 수 있어, 우기에 길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거다. 등산로 주변에 혹시 담배가 떨어지면 풀에 옮겨붙으니, 풀과 잡목 베는 일을 여름 내내 한다. 가을엔 버섯 캐러 사람들이 오니까 단속하고. 추수 후에도 논밭 태우는 경우가 있어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산림청에 ‘체험의 숲’이나 ‘자연휴양림’ 같은 부속시설들이 있다. 그런 데 가서 풀베기나 필요한 작업들을 한다. 산 자체를 사시사철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10개월마다 해고”


가뜩이나 위험요소가 많은 산중에서 진화작업까지 하려면 상당한 숙련이 필요할 덴데. 특수진화대 노동자들은 어떤 과정으로 선발하나? 재계약에서 ‘탈락’이라며 해고당하는 노동자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선발과정은 대개 체력시험이 60점, 서류전형 40점 정도다. 그런데 체력시험이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다. 무조건 다른 사람보다 잘해야 뽑힌다.


매년 재계약을 하니, 1년에 한 번씩 이 시험을 봐야 한다. 산림청은 10달 정도 일을 시키고 계약해지한 뒤 다시 시험을 쳐서 채용한다. 일하는 분들이 불안해하는 게, 아무리 체격 좋고 일 잘해도, 어차피 매년 새로 뽑혀야 하니까. 미리 헬스클럽 다니면서 운동하는 분도 있다. 그러다가 발목이라도 삐끗하면 시험을 못 보니까 떨어진다. 한 번 실수하면 바로 탈락하고, 이 일을 1년 동안 못 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실제 투입 때 문제가 생긴다. 제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작년 2월 처음 이 일을 시작하고 1주일쯤 지났을 때 큰 산불이 났다. 밤중에 불 끄러 갔는데, 막상 7부 능선까지 올라갔더니 한겨울이라 불을 끌 물이 얼어붙었다. 물은 안 나오는데, 바람 때문에 불은 계속 저희 쪽으로 덮쳐오고. 불과 연기에 갇힌 상태에서 무전으로 퇴각 지시가 왔는데, 경험도 없고 처음 올라간 산이라 지리도 모르니 어디로 퇴각해야 할지도 몰랐다. 겨우 계곡 옆으로 피했는데. 경험 있는 사람이 없으면 대단히 위험하다.


그리고 불 끄려면 팀웍이 필수다. 앞에서 불 끄는 사람은 주위를 잘 살필 수 없다. 뒤에서 빨리 판단해서 퇴각이 필요하면 신호를 줘야 한다. 퇴각할 때도 호스를 끌고 가야 한다. 불에 타버리면 안 되니까. 다 같이 줄을 밀고 당기는 게 모두 팀웍에 달렸다.


산불 진화는 경험과 노하우가 전수돼야 한다. 그런데 매년 재계약을 하니, 그간 일을 해왔던 사람들도 떨어지고, 다시 처음부터 합을 맞춰야 한다. 훈련이 덜 된 채 출동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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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프로]



이번 산불로 특수진화대 노동자들의 현실이 알려지자 산림청은 처우개선을 약속하면서, 현재 330명인 규모를 2배로 늘리고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임금과 노동조건에 비춰볼 때, 정부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산불특수진화대 사업은 2016년에 처음 시작됐다. 올해가 4년 차다. 처음 일당이 10만 원이었는데, 4년째인 지금도 여전히 10만 원이다. 월급으로 정해진 액수는 없다. 게다가 대개 사무실이 시골에 있어 자기 차로 출퇴근하는데, 기름값, 밥값 모두 자기 돈으로 낸다. 사실상 일당 10만 원이 안 된다.


이번에 산림청이 인원을 2배로 늘리겠다고 하는데. 한편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은 예산 문제가 있다며 당장은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앞뒤가 안 맞는다. 돈이 없다면서 인원은 어떻게 2배로 늘리나? 그런 식으로 비정규직 늘려서 때우겠다는 건가? 그 돈을 지금 일하는 노동자들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활용하면 쓰고도 남을 텐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냈다. 공약대로라면 벌써 정규직 전환이 돼야 했는데 정부에서 안 한 것 아닌가. 이제 와서 돈이 없다는 건 핑계다.



“당장 1달 뒤, 저희는 계약 해지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최근 많은 사람이 관심도 갖고 취재도 하고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저희는 당장 올 6월에 다시 계약 해지된다. 지금까지 계속 일을 해왔는데, 당장 한 달 뒤엔 다시 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또다시 체력 상대평가로 경쟁해야 한다. 산불은 체력만으로 끄는 게 아니다. 경험과 노하우, 지리 숙달 모두 필요하다. 지금까지 일하던 분들은 산을 계속 다니다 보니 지리를 손바닥 보듯 안다. 처음 오면 길도 찾기 힘들다.


무기계약직 전환이든 처우개선이든, 당장 6월이 되면 기존에 일하던 분들은 밀려난다. 정부가 말한 처우개선이 일회성 멘트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려면, 딱 1달 뒤를 보면 된다. 대통령, 총리, 산림청장 등 이 정부가 했던 약속을 지키려면 6월이 오기 전에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들 고용유지와 안정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돈 없다’고 책임 회피하지 말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금까지 일한 분들이 그간 고생한 것에 대한 보답을 받고 고용이 안정됐으면 좋겠는데. 다시 이분들이 내쳐지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인터뷰 = 이주용기관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