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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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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승계 위한 현대중공업 분할

정씨 일가가 하는 일은 

조선산업 약탈뿐이다


백종성┃조직·투쟁연대위원장



3세 승계, 정기선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2018년 3월, 현대중공업 주식을 들고 있지 않던 정기선(정몽준의 아들)은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3,540억 원에 사들여 정몽준·국민연금에 이은 3대 주주가 됐다. 정몽준에게 3,040억 원을 증여받고, 500억 원을 주식 담보대출로 빌려 마련한 자금이다.


이제 정기선은 1,440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내야 하고, 또한 주식을 담보로 빌린 5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6회에 걸쳐 1,440억 원, 회당 24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은 재벌에게도 크다. 정기선이 이를 마련할 방법은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받는 배당과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계열사 “현대글로벌서비스” 등에서 받는 보수다.



폭증한 현대중공업지주 배당,

8배로 증가한 현대글로벌서비스 경영진 보수총액


승계작업은 현대중공업지주 배당 폭증으로 이어졌다. 2018년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회사 배당 성향을 7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자본잉여금 2조 원을 배당 가능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7일, 현대중공업지주회사 주주총회는 2,705억 원에 달하는 당기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2018년 현대중공업지주 당기순이익 1,306억 원(개별재무제표 기준)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내세우는 명분은 '주주 친화 경영'이다. 대주주도 주주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정몽준-정기선 일가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약 31%를 보유한바, 이번 배당으로 836억 원을 챙겼다.


둘째, 정기선이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챙기는 보수의 증가 폭은 기가 막힐 정도다. 현대글로벌서비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중요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이사 및 감사”의 보수 총액은 2017년에 11억 5,366만 원에서 2018년 93억 8,443만 2천 원으로 폭증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 이사는 정기선 포함 3인, 감사는 1인이다. 결국 4명이 받은 보수 총액이 전년 대비 8.13배(인상률 713%)로 뛴 것이다. 물론, 정기선이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챙기는 정확한 보수를 알 길은 없다. 상장사의 경우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을 공개해야 하지만, 비상장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경우 임원 보수 공시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늘어난 82억 3천만 원 중 태반을 정기선이 챙겼으리라는 점은 정황상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분할, 공정거래법 개정안 우회는 물론

대우조선이라는 새로운 매출처까지 확보


정기선이 공동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12월 현대중공업이 선박 AS 사업 부문을 분할해 세운 회사다. 선박 유지보수, 기자재 부품공급, 선박 인도 후 보증, 보증기간 후 선박 관리, 스마트선박 개발 등이 글로벌서비스가 하는 일이다. 선박은 항상 수리와 관리를 받아야 하고, 업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비교해보자면, 정의선의 자금줄 역할을 한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와 비슷하다. 그야말로 실패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더군다나 2020년 1월부터 선박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IMO 2020), 배기가스 세정장치(스크러버) 설치,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 설치 등 선박개조 매출 역시 급성장할 전망이다. 공시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서비스 매출액은 2017년 2,403억 원에서 2018년 4,145억 원으로 늘었다. 연간 72.5%에 이르는 매출액 성장이다. 영업이익 역시 마찬가지다. 2017년에는 영업이익 600억 원에 영업이익률 25.2%, 2018년에는 영업이익 766억 원에 영업이익률 18.5%를 기록했다. 안정적인 매출은 물론,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기본인 알짜사업이다.


문제는 이 알토란같은 사업이 조만간 공정거래법 규제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 매출을 들여다보자. 글로벌서비스 2017년 매출의 25.2%인 606억 원이 현대중공업그룹 내부에서 발생했으며, 2018년에는 매출 18.7%인 776억 원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현대중공업 등 특수관계인 및 삼호중공업 등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회사 간 거래 총액). 현행 공정거래법 23조 2항은 총수 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나 20%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사가 계열사와 총액 200억 원, 또는 평균 매출 12%를 초과하는 계약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아니라 현대중공업지주가 소유하고 있기에,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아직 공정거래법 규제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2018년 11월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규제범위를 상장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로 확장하며, 이에 따라 법 개정 시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글로벌서비스는 공정거래법 규제대상이 된다. 3세 승계의 디딤돌인 글로벌서비스 지분 태반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는 것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모든 이익이 곧 현대중공업지주의 이익이고, 현대중공업지주가 내는 이익이 곧 총수 일가가 챙기는 배당인 상황에서, 글로벌서비스가 규제대상이 되면 3세 승계 역시 차질을 빚게 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 인수와 함께 중간지주사(한국조선해양”)를 설립하고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중간지주사 아래로 편재하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가 된다. 정씨 일가로서는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을 통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우회하는 것은 물론, 대우조선이라는 신규 매출처까지 확보할 수 있다. 설령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한다고 해도, 이미 현대중공업 분할이라는 실익을 챙긴 상황이니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



대중투쟁이 만들어낸 지배층 내부의 균열


1월 31일 갑작스러운 대우조선 매각 발표 이후,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굳건히 싸워왔다. 무엇보다 대우조선-현대중공업 합병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기업결합심사에 기댈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 결합을 승인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조건부 승인’으로 기울 가능성 역시 높다. 즉, 양사 결합으로 독과점이 예상되는 선종 생산설비에 대한 폐쇄와 구조조정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관련 핵심선종은 LNG운반선,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이다. 2018년 세계 시장에서 발주된 LNG운반선 71척 중 현대중공업은 25척, 대우조선해양은 18척을 수주해 양사 물량을 합치면 43척으로 전체의 60.5%를 차지한다. VLCC 역시 마찬가지다. 2018년 발주된 VLCC 40척 중 대우조선은 16척, 현대중공업은 13척을 수주해 양사 점유율은 72.5%에 달한다. 합병 시 구조조정은 필연이다.


대중투쟁과 함께 대우조선 매각의 수혜자는 오직 정몽준 정기선 일가일 뿐이라는 점 역시 초기보다 널리 알려졌다. 이와 함께 보수·경제지조차 합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종종 내보내고 있다. 다음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비교한 「인베스트 조선」 6월 3일 자 기사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도 당시에는 '옳은 일'이란 평가를 받았다. …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평가에서 비롯,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은 지금까지도 엄청난 비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찬성표를 낸 국민연금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 신변에까지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 불거졌다. 명분은 뚜렷했지만 소액주주 권리 침해에서부터 형평성의 상실,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한 거래라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의도'와 '목적'이 명확하더라도 '과정'의 논리를 넘지 못했다. 그렇다면 동일한 잣대로 수년 뒤 현대중공업-대우조선 인수합병이 이런 냉혹한 평가에서 자유로울지는 미지수다.”


오로지 정씨 일가를 위한 거래라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민주당 역시 균열하고 있다. 5월 29일 송철호 울산시장은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 본사 서울 이전에 반대하며 삭발식을 벌였고, 6월 11일 변광용 거제시장은 대우조선 매각 절차 중단과 재검토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양자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물론 현대중공업 분할 반대도 아니고 ‘한국조선해양 본사 이전 반대’라는 기회주의적 입장이고, 청와대 눈치에 5개월이 흐른 지금에야 발표한 입장일 뿐이지만, 중요한 것은 대중투쟁이 지배층 내부에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정씨 일가 경영권 박탈, 재벌 체제 청산

대정부 정치투쟁으로 나아가자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원하청 연대투쟁에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지회는 <임금인상, 노동조합 활동 보장, 휴일·휴가 및 성과금·격려금 동일적용> 요구를 원하청 공동요구안으로 내걸었다. 6월 11일 현대중공업지부는 하청지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분할 주총무효, 하청임금  25% 인상, 하청조합원 조직 확대 공동투쟁>을 선포했다. 비정규직으로 넘쳐나는 조선소를 바꾸기 위한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현장과 지역은 분노로 끓어오르고 있다. 대우조선-현대중공업 노동자가 연대해 정씨 일가를 퇴출하고, 조선산업을 공영화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차피 총수 일가가 하는 일이란 부의 약탈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지 않은가? 바로 지금이 정씨 일가 경영권 박탈, 재벌 체제 청산, 조선산업 공영화의 기치를 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