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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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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염원,

‘민주적인 대학’을 만들기 위해


정동헌┃경기(한신대 전 부총학생회장)



2015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민주적 총장선출’을 위한 한신대 학내구성원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매 학기마다 본관 앞에는 농성장이 차려졌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단식을 했던 사람들의 숫자는 이제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 진보’ 대학이라고 알려져 있는 한신대의 이른바 ‘한신성’은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사라졌다.


2015년 겨울 한신대를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총장직선제 투쟁은 이화여대, 상지대에서 그 가능성을 보이면서 대학 주체들의 투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재단과 이사회, 대학본부라는 강고한 벽에 항상 막혔다. 쉽게 끝날 것 같았던 투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한신대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의 동태를 파악하라’


지난해 한신대 구성원들은 비민주적으로 선출된 연규홍 총장의 비위 사실을 드러내고 총장에 대한 신임평가 실시와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며 싸웠다. 연규홍 총장은 인사 청탁과 특혜 채용, 논문 표절 의혹까지 받고 있었다. 당시 총학생회 간부였던 김건수 학우가 고공 단식농성까지 감행한 끝에, 결국 지난 9월 4자 협의회(대학본부, 학생, 직원, 교수 4주체의 협의체)에서 2019년 5월 말~6월 초 연규홍 총장에 대한 신임평가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겨울, 안타깝게도 한신대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면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대학본부의 태도는 돌변했다. 4자 협의회에서 합의한 총장 신임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교수협의회 일부 임원들도 대학본부와 뜻을 같이 하면서, 당초 신임평가 진행방식을 논의해야 할 4자 협의회는 올해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연규홍 총장에 대한 신임평가를 진행했어야 할 시기에, 학생대표 5인은 단식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연규홍 총장의 전직 비서실장으로부터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다. 연규홍 총장에게 비판적인 학생, 직원, 교수에 대해 총장 지시로 전방위적인 학내 사찰이 있었다는 내용의 폭로였다. 사찰의 내용을 부인하는 총장담화문에서 연규홍 총장 스스로 표현했듯이 ‘군사 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들을 2019년 현재, ‘민주, 진보’ 대학이라 불리는 한신대에서 자행한 것이다.


폭로 내용은 가관이었다. 연규홍 총장은 해당 비서실장에게 사찰을 지시하며 당시 총학생회를 비롯해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이던 일부 학생들의 이름을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직접 거론했다고 한다. 학내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들의 동태를 파악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폭로 이후 학교 당국은 ‘사찰 의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며 허위 사실’이라고 일축하려 했지만, 학생들의 동향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담긴 녹취는 분명 존재한다. 개혁적 기독교 언론 <뉴스앤조이>가 이 사태와 관련해 연규홍 총장 측근을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학생들을 사찰하라는 지시는 “연 총장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차원에서 살펴보라고 한 것”이라고 한다. 표현을 달리했을 뿐, 일부 학생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관리하라고 했던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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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대 학내 민주화 투쟁은 4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학생총회를 열고 총장 신임평가 이행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4년을 넘긴 싸움, 우리의 바람은


이사회에 의해 비민주적으로 선출된 연규홍 총장은 애당초 정당성은 물론이거니와, 이번 학내사찰 폭로로 인해 학내 구성원들의 신임마저 완전히 잃었다. 계속된 핑계로 신임평가를 부정하려 하는 연규홍 총장에 대한 신임평가를 진행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학내 구성원들이 단결해야 할 시기다. 그 ‘단결’을 만들기 위해 한신대 구성원들은 지금도 학내 곳곳에서 선도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4년이 넘는 싸움을 이어 오면서 “언제까지 투쟁만 하냐?”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매번 투쟁을 다시 시작할 때마다 “이번에는 꼭 끝내자”라는 말을 스스로 되뇌었던 것 같다. 긴 시간 우직함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왔고, 투쟁해왔다. 그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변화를 매번 쟁취해왔다.


우리가 바라는 ‘민주적인 대학’은 무엇일까. 재단과 이사회의 독단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학교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결정권을 갖는 것, 학교가 효율성을 앞세우고 시장 논리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진정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학문과 연구의 본령이 되는 것, 대학이 재단이나 특정 소수의 사적인 소유물로 전락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교육기관이자 공공재로서 기능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대학의 상이 아닐까 한다. 총장직선제 투쟁은 총장 한 명을 누구로 뽑을지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학교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대표를 선출하고, 대학의 운영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찾아오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총장직선제는 ‘민주적인 대학’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곧 끝날 것만 같았던 투쟁이 4년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적인 대학’이라는 열망을 잃지 않는 한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말 긴 시간이었다. 이번에야말로 꼭 승리해서, 한신대 투쟁의 기운을 교문 밖 넘어 모든 대학에 퍼뜨리는 그 날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