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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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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강사법과 

기생적 사립대학체제


임순광┃전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새로운 대학 강사제도가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강사와 비전임 교원에게 약간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을 제공하는 ‘2018년 개정 강사법’의 제대로 된 시행은 대학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


개정 강사법에 따른 ‘강사’는 새로운 교원이다. 비상근 교직원이자 여러 대학에서 동시에 교원으로 존재할 수 있는 다중 교원이다. 얼마가 될진 모르지만 방학 중 임금도 지급받는다. 이제 강사와 비전임 교원은 촉탁직이 아니라 공개 채용하는 선발직이다. 무기 계약직이 아니라 1년 이상 계약에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비정규직이다. 강사는 교원이자 노동자이므로 당연히 노동기본권을 다 활용할 수 있다. 강사는 교육, 연구, 학생지도를 하는 교원이자 학문 현재 세대이므로 그에 따른 권리보장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대학 지배층이 대학의 기반을 붕괴시킨다


대학은 이러한 새 교원 집단의 출현에 대응해 전임 교원과 비전임 교원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교원 간 관계 구축을 위해 임금, 복지, 연구 공간, 의사결정권 등을 강사와 비전임 교원에게도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립대학 재단과 대학 지배층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강사를 대량해고하는 한편 강좌 수 축소, 전임교원 담당 수업 시수 증가, 강사 외 비전임 교원 양산 등으로 대응하며 교육과 학문의 기반을 붕괴시키고 있다. 강사법이 그 자체로 해고와 강좌 축소를 가져오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의 잘못된 구조에 익숙한 대학 지배층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과정에서 강사 대량해고와 교육·연구 환경의 심각한 훼손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대학에 대한 어떤 신화에 사로잡혀 있었다. ‘교수가 만들고, 교수가 다스리는, 교수를 위한’ 대학이라는 신화 말이다. 그러다 보니 거의 모든 자원과 권력이 교수에 집중됐다. 특히 국립대를 중심으로. 그런데 대학의 지배층은 교수만이 아니다. 사립대학은 재단(이사회, 이사장)의 힘이 훨씬 더 막강하다.


사립대학은 소유구조에 따라 지배하는 자본주의 조직의 전형이다. 그 외피가 기독교든, 가톨릭이든, 성공회든, 불교든, 후마니타스든, 독립운동이든 그 무엇이든 재단의 이해관계, 자본주의적 이익 창출 관계가 거의 그대로 관철되는 곳이 대학이다. 그 안에서 약간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교수와 직원이 어느 정도의 권력을 쥐고 있다. 개정 강사법은 이들이 가진 자원 일부를 강사와 나누도록 하고, 업무 증가와 책임 부여의 불편함마저 가중시키기에 그들의 동의를 자발적으로 받기 힘들다.


강사 수와 강좌 수를 축소하려는 행동은 공존의 가치를 잃어버린 이들에게는 당연할지 모른다. 일반 공장과 달리 수익구조가 제한된 대학에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적립금을 돌려쓸 수 있는 대학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부 재원 투입은 필수적이었다. 문제는 관련 재정 규모가 너무 작고, 재원 투입과 사립대학의 책임을 묻는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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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사립대, 재정은 투입하되 공적으로 통제해야


교육과 학문에 대한 국가의 책무 불이행은 더 큰 문제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책임성 강화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대학에 안정적 지원을 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사립대학은 공영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부는 OECD 평균 수준의 학생 1인당 정년트랙 전임 교원 확보를 강제하고, 피폐해진 대학 교육·학문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전임 교원에게도 9시간 최대강의 시수제를 도입해야 한다. 돈을 안 주는 게 목표가 아니라, 양질의 대학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적 재정을 투입하되 그에 따라 공적인 통제를 바탕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립대학들과 대학 지배층은 개정 강사법 시행도, 전임 교원 9시간 최대강의 시수제 도입에도 모두 반대한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학령인구가 10년간 감소할 것이고 등록금도 10년째 동결했으니, 짜낼 마른 수건조차 없다고 한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돈만 받아내고 한사코 통제는 피하려 한다. 보수언론은 ‘대학에 대한 과도한 규제, 일자리 정책 파산, 대량해고’의 프레임으로 개정 강사법을 난도질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흥미롭게도 사립대학들이 가진 적립금 상당 부분은 몇 년간 이들 보수언론에 ‘투자’된 바 있다. 보수언론과 사립대학의 이해관계는 거의 같다.


주의할 점이 있다. 개정 강사법 시행 이후에 사립대학들은 ‘강사 전임 교원화’를 시도할 것이다. 비정규 교원으로 정규 교원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도발을 막아내고 정년 트랙 전임 교원 100% 확보 강제와 사립대학 감사 투쟁을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어긴 대학 재단들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개정 강사법을 통해 들어간 정부 재정을 ‘트로이의 목마’ 삼아 사립대학 회계구조를 파헤치는 작업도 필요하다. 나아가 노동자 착취와 학생 수탈로 기생하면서, 변화를 거부하고 기형적인 과두제 왕국을 지키는 데 혈안인 재단과 대학 지배층을 변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