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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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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06.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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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구속! 경영권 박탈! 

변혁당 전국 1인 시위

삼성 이재용의 범죄혐의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이재용 경영세습에 관건적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 그리고 증거인멸까지 이재용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삼성의 사령탑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임원들이 잇따라 구속된 데 이어, 이 TF를 총괄하는 정현호 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제 그 윗선에 남은 것은 단 한 명, 이재용뿐이다. 사업지원 TF는 회계 조작 증거인멸을 진두지휘했고, 이재용이 그룹 수뇌부를 불러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한다. ‘승계 작업은 없었다’며 풀려난 이재용. 하지만 자기 스스로 불법을 동원해 직접 왕관을 썼다는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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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주노총]



정규직화 요구했는데 2천 명 해고라니

세상이 간편해지면서, 이제는 톨게이트를 거칠 때 많은 사람이 ‘하이패스’로 멈추지 않고 지나간다. 톨게이트를 관리하는 공기업 한국도로공사 역시 ‘간편하게’ 요금소 노동자들을 해고하려 한다. 하지만 생계를 잃는 노동자들의 삶의 무게는 절대 간편하지 않다. 마땅히 도로공사 직원이었어야 할 요금소 노동자들은 그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고, 문재인 정부와 도로공사는 이들에게 ‘자회사로 가라’고 했다. 자회사를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은 집단으로 해고하겠다는 통보와 함께. 기술이 좋아진다면, 그 이득은 사람이 누려야 한다. 하지만 이 자본주의는 기술이 좋아졌다며 하루아침에 수천 명을 길거리로 내쫓는다.




◌ … 제조업 일자리가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단시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5월과 비교했을 때 전체 취업자 수는 26만 명 증가해 15~64세 고용률(해당 연령 전체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이 67.1%를 기록했다. 정부는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평가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런지 갸우뚱하게 된다.

일단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1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제조업은 국내 전체 취업자 2,700만 명 가운데 440만 명이 속해 가장 큰 고용을 담보하고 있는 산업이다. 하지만 올 5월에도 전년 대비 7만여 명이 감소해 2018년 4월 이후 14개월 연속으로 줄어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산업 구조조정 여파의 지속으로 꼽힌다.

한편 임금노동자 가운데 상용직이 33만 명 증가하고 임시직은 3만 명 감소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이 통계에서 ‘상용직’은 정규직만이 아니라 비정규직까지 상당 부분 포괄하고 있다. 때문에 일자리의 질이 높아졌는지 단언할 수 없을뿐더러, 취업 시간대를 살펴보면 주 1~17시간에 그치는 단시간 일자리가 35만 명 증가해(총 180만 명) 오히려 불안정 일자리가 늘어났음을 시사한다.



◌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을 순방하자, 자본가 단체들이 ‘북유럽을 배우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스웨덴 제조업 혁신 이니셔티브 동향과 국내 시사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북유럽 복지모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각각 내놓았다. 대한상의는 아예 “혁신성장으로 복지 몸집 키운 ‘북유럽 모델’ 본받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간 ‘복지국가 모델’로 알려져 있던 북유럽을 자본가 단체들이 띄워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용을 살펴보면 그 진의를 알 수 있다. 가령 대한상의 보고서는 북유럽의 “선제적 복지개혁”에 주목한다. 1990년대 초 경제위기를 거치며 복지 축소와 재정 긴축에 나서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노사정 협상을 통해 임금 삭감과 추가 보상 없는 노동시간 연장을 이뤄내고, 정부는 세금을 감면해줬다고 지적한다.

결국 자본가 단체들이 ‘본받자’고 띄워주는 실체는 복지국가 모델이 아니라 바로 그 복지국가 모델의 해체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는 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역으로 북유럽 모델이 왜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없는지까지도 함께 드러냈다.



◌ … 정부가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상향하도록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총리 홍남기는 최근 잇따라 “베이비부머 세대가 매년 80만 명씩 노동시장을 이탈하는데 노후 대책이 미흡”하다며 “정년 연장 등 이슈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년 연장이 이슈로 떠오르자 세대 간 갈등 프레임이 곧바로 펼쳐졌다.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 청년실업률은 평균 실업률의 2배가 넘고, 질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다 보니 젊은 세대가 정년 연장에 반발하고 나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면서 세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OECD 최악의 노인빈곤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보편적 복지는 턱없이 부족해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다. 좋은 일자리들은 사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윤을 축적하되 재투자는 하지 않거나 비정규직을 늘리고, 산업 구조조정까지 몰아친다. 청년들이 희망하는 공공 일자리는 주로 단기 저임금 중심으로 늘어나고, 정규직 전환은 전환 배제나 ‘자회사’ 꼼수로 마무리되고 있다. 그러면서,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은근슬쩍 연공급제를 직무급제로 바꿔 임금부담을 낮추자는 논의도 진행된다. 정년 연장 카드는 많은 것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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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속노조]



현대차를 팔고 있으니, 현대차가 책임져라

6월 13일, 대법원이 현대‧기아차 판매대리점 노동자들에게 노동자성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자임을 왜 법원까지 가서 인정받아야만 하는지 개탄스럽지만, 지금까지 이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당연히 노동권 역시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했다.

한편 현대차는 판매대리점에 대해서도 노조 파괴를 위한 기획 폐업을 자행하고 있다. 충남 당진 소재 신평대리점에서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자, 소장은 “너희들이 말없이 노조에 가입했으니 나도 말없이 폐업한다”며 폐업을 강행했다. 원청의 지시 없이 대리점이 멋대로 폐업할 수 없기에, 노동자들은 현대차의 노조파괴가 진짜 목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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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지지 않은 약속, ‘비정규직 제로’

다가오는 7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선다.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으로 방문했다던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부터 다시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약속은 깨졌다.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은 ‘어떻게든 직접고용을 피하라’는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한다. 정규직 전환 제외, 자회사 신설, 경쟁 채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는 처우를 감내하거나 오히려 집단해고 위협에 내몰린다. 그 자체로 공공부문 민영화인 광범위한 민간위탁에 대해서는 ‘현상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병원에서, 학교에서, 공항과 도로에서,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의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그 문턱을 없애기 위한 싸움이 다시 시작된다.




◌ … 정부가 수저 대물림을 더 쉽게 해주겠다고 한다. 6월 11일, 정부‧여당은 당정 협의에서 “가업상속공제개편안”을 마련했다. 일단은 중소‧중견기업 경영세습을 용이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골자인데, 혜택을 받는 대상 기업의 규모 제한을 완화해달라는 자본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 한 번 풀린 규제가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간 자본가들은 ‘상속세가 과다해 경영 승계 과정에서 기업이 망가진다’고 주장해왔다. 가업상속공제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로, 1997년 첫 도입 이래 지속해서 요건을 완화해줬다. 현재는 매출액 3천억 원 이하 중견기업까지로 대상이 확대됐고, 공제 금액도 500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 공제를 받으려면 일정한 요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것은 이 요건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기존에는 사후 10년간 자산의 20% 이상 처분을 금지하며 고용을 유지하거나(중소기업) 20% 확대하도록(중견기업) 했는데, 개편안은 사후 관리 기간을 7년으로 단축하고 자산 매각의 ‘예외적 상황’을 인정해주며, 중견기업의 경우 고용을 확대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준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1조 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에도 공제 혜택을 달라고 요구한다. 이토록 뻔뻔하게 ‘세습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 … 광주형 일자리의 다음 타겟은 구미였다. 이번엔 현대차 대신 LG화학이다. 지난 6월 7일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구미형 일자리 투자 유치 제안서”를 LG화학 측에 전달했고, LG화학은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LG화학은 기존에 충북 오창과 청주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물량이 많아 생산시설이 부족하다며 구미에 신규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대신 구미시는 세금 감면과 부지 제공 등의 특혜를 준다.

아직까지는 광주형 일자리에서 드러났던 구체적인 임금‧노동조건과 ‘임단협 유예’ 같은 단서들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경상북도와 구미시의 제안에 LG화학이 즉각 응답한 만큼, 이미 어느 정도 물밑 협상이 진행되었을 수밖에 없다. 가령 이보다 앞선 5월 23일, 구미에서는 노‧사‧민‧정이(구미시, 구미시의회, 한국노총 구미지부, 경북 경영자총협회, 구미 상공회의소)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른바 ‘상생형 일자리’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권을 거래하는 것인 만큼, 임금‧노동조건을 물론이고 파업권과 노조할 권리에 대한 제약도 담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 한진그룹 조씨 일가가 태연하게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하려는 모양새다. 작년 4월 물컵 투척 사건으로 갑질 파문을 일으키며 경영에서 손을 뗐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년 2개월 만에 돌아왔다. 그것도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에다가 그룹 지배구조에서 주요한 위치를 점하던 핵심 계열사 “정석기업” 부사장 자리까지 꿰찼다. 대국민 사과까지 했었던 조현민은 지난해 대한항공과 진에어에서 물러나며 퇴직금을 17억 원이나 챙기더니, 이렇게 조양호 회장 사망 2달 만에 경영권을 다시 쥐게 됐다. 앞서 작년 10월 검찰은 조현민의 특수폭행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면죄부를 준 바 있다.

현재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조양호 회장 사망 이후 경영 승계를 완전히 매듭짓지 못했다. 더군다나 조씨 일가에 대해서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이제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선 사모펀드 KCGI도 강력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얼마 전 갑질과 밀수 등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던 조현아(2014년 ‘땅콩 회항’의 주범이기도 했다) 역시 집행유예로 실형을 피하면서 복귀 가능성이 스멀스멀 나온다. 이러다간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모펀드 vs 가업을 지키려는 총수 3세 남매’라는 괴이한 프레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주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금융자본과 범죄로 얼룩진 총수 일가. 이 진흙탕 속에서는 노동자의 미래를 발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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