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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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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의료민영화로 질주하오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정치권이 보건의료 분야 규제 완화와 민영화를 가속할 것으로 우려되는 법안들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노동·보건의료·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위 글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5년에 어느 언론사에서 낸 기사의 한 대목이다. 4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법안의 제목이다. 2015년 당시의 법안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었다면, 지금은 더 많아졌다: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보험업법 개정안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안 등 4가지다. 법안의 제목은 달라졌지만, 본질은 하나다. 사람의 건강을 다루는 의료분야에서 산업화와 시장 종속을 부추기는 ‘의료민영화’와 연관된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민간보험회사 등 금융자본의 숙원을 풀어주는 법안이라는 점에서도 같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이 힘을 쏟는 바이오의약품과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필두로, △광범위한 건강정보를 수집·활용하기 위한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연구중심병원’ 확대를 통한 영리 목적 제품 상용화와 △의료기술협력단 및 기술지주회사 설립 허용이 골자다. 앞서 언급한 4개 법안은 바로 이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의료민영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병원으로 장사하고


먼저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 대표 발의)은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법안이다. 현재 대형병원 중심으로 10개 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돼 있는데, 개정안은 현행 ‘지정제’를 ‘인증제’로 전환해 연구중심병원을 확대하는 게 목적이다. 또한, 기업과 산업체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연구개발과 사업화는 물론이고 유·무형의 공동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산·병·연(산업체-병원-연구개발) 협력’이라는 법률적 근거를 제공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구중심병원은 산··연 협력을 관장하는 ‘의료기술협력단’을 설립할 수 있고, 이 협력단은 보건의료기술 사업화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으며, 의료기술협력단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자회사도 만들 수 있다. 의료기술지주회사와 자회사는 주식회사로 세울 수 있어, ‘영리 기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명목상 비영리법인인 병원의 운영에서 발생한 잉여금을 지주회사와 자회사를 통해 배당하는 게 가능하다.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이나 다름없다.



‘인보사’ 쏟아내고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재생의료법안’)은 여·야 의원 10명이 발의한 것으로, 여기에서 ‘첨단재생의료’는 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를 뜻한다. 말로는 ‘임상 연구에서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바이오의약품이 임상 3상(환자군 다수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증하는 절차)을 거치지 않아도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는 관련법에서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존 절차와는 별도로 임의의 ‘심의위원회’만 통과하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의약품은 시판 전에 안정성과 효과성을 충분히 검증하고 평가해야 하는데도 그 기준을 낮춰주는가 하면, ‘바이오의약품’에 대해서는 ‘신속처리대상’으로 지정해 임상 3상 없이도 ‘조건부 허가’를 내주겠다고 한다.


임상 3상은 기업 입장에서는 천문학적 비용과 많은 시간이 들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절차다. 임상시험 단계를 대폭 축소한다면, ‘가짜 약’으로 ‘제2의 황우석 사태’ 파문을 일으킨 ‘인보사’ 같은 약품이 얼마든지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인보사’ 사태에서 드러나듯, 지금도 한국의 의약품 규제는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2018년 7월 기준으로 한국은 15개의 세포치료제를 허가하고 있는데, 미국(18개), 유럽연합(6개), 일본(5개), 캐나다(1개) 등 전 세계에 걸쳐 허가받은 세포치료제가 모두 30개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 7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여·야 의원 가운데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환자 정보 거래하고


건강정보의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것으로,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과 함께 ‘빅데이터 3법’으로 불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게 목표다. ‘빅데이터 3법’은 아직 통과되지 않아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법안 내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 이견은 거의 없다.


개정안은 개인정보의 개념을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로 구분한 뒤, 이 가운데 ‘가명정보(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정보)’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론 보존 등의 목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정안에 대해 ‘과학적 연구’의 범위가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개인정보가 오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이 개정되면 본인 동의가 없어도 개인 의료기록과 건강정보가 보험회사나 제약회사, 대형병원 등에 넘어갈 수 있다. 이 회사들은 개인정보를 상업적 목적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명정보라 하더라도, 민감 정보에 대한 개인 식별이 가능해져 환자들에게 사회적·경제적·정신적 피해가 일어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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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



보험회사 챙겨주고


한편 민간보험업계의 숙원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정부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의료기관이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보험가입자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대해 “의료기관을 통해 민감한 질병 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이며, “공조직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계 전문기관으로 활용해 민간보험사가 손쉽게 환자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경로와 혜택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민간보험사는 공공기관을 통해 환자 정보를 축적할 기회를 얻고, 이 정보를 가령 실손보험 가입 제한 등에 활용할 여지가 크다. 즉, 이 개정안은 민간 실손보험을 활성화하고 의료를 상업화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민간보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의 발의 주체가 정부라는 점이 그 방증이다.



누가 이익을 누리는가


‘규제 완화,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름으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의료 부문에서 상업화․영리화 시도를 완성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에는 강원과 대구, 전남, 충북, 경북, 부산, 세종 등 7곳에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했는데, 이 가운데 강원 특구에 적용하는 규제 특례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와 의약품 안심 서비스, △정보의 민간기업 활용 등 6건의 내용을 발표했다. 의료와 관련된 내용인데, 추진 주체는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다.


원격진료에 대해 정부는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격오지 환자가 자택에서 의사의 상담과 교육을 받고, 의사는 환자를 지속 관찰 및 관리하게 돼 의료사각지대 해소, 국민 건강증진, 의료기술 발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원격진료 관련 기기를 판매하는 기업(삼성이 여기에 해당한다)과 원격진료에 이용하는 데이터의 전송과 교류를 통해 통신기업(SK, KT)의 이익에만 도움이 될 뿐이다. 오히려 환자들은 안전한 진료를 보장받지 못한 채 개인정보만 노출된다. 여기에 더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올 하반기에 2차 특구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를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하지만 그 실체를 보자. 정부는 지금 사람의 ‘건강’과 ‘몸’을 기업의 이윤 수단으로 삼는 의료민영화의 완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