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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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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관제권 분리 시도,

민영화 망령이 부활하는가?


하현아┃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조직국장



지난해 강릉선 KTX 사고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그런데 이 감사결과에 현재 철도공사가 담당하고 있던 관제업무를 분리시키는 방안이 담길 것이라는 우려가 전해지고 있다.


국토부가 한국교통연구원에 발주한 철도안전 연구용역에 따르면, “(관제권 분리는) 운영자간 공정성․운행안전․질서유지가 최우선 목표이며 단계적으로 제3기관으로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추진”한다고 한다(“고속철 관제권도 분리 추진... ‘철도통합 논의에 역주행’”, <한겨레> 8월 26일 자 기사). 즉, 관제권 분리는 기존 철도공사 외에 다른 철도운영사가 존재하는 철도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이며, 민간사업자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조치인 셈이다. 이는 <한겨레>가 보도했듯 박근혜 정권에서 수립했던 계획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했던 철도 분할 민영화는 이렇게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관제권 분리, 철도 안전을 위협한다


철도에서 관제업무는 △열차운행 여부를 판단하고 △차종이 다른 열차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철도 차량과 선로의 유지보수 업무 시 작업을 위해 선로를 통제하는 등, 열차운행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업무를 말한다.


당연하게도, 열차운영과 관제업무는 유기적이어야 하며 불가분의 관계다. 현재 서울교통공사와 부산지하철 등 도시철도 운영기관 모두 동일주체가 관제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이런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선로 위에 두 개의 열차가 다니지 않고, 제동거리가 긴 열차의 특성상, 선행 열차나 선로 작업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다양한 운행변수들에 대한 사전 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도관제는 종종 항공관제와 비교되지만, 둘은 전혀 다르다. 철도에서는 중앙관제만이 아니라 전국 주요 역사 305곳의 로컬관제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운행이 이뤄진다. 달리는 열차마다 중앙관제-로컬관제-기관사 간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즉, 관제권을 분리하게 되면 중앙관제와 로컬관제를 담당하는 기관이 달라지고, 긴밀한 협의 체제와 지휘계통을 구축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실시간 현장정보 공유와 적절한 대응조치를 하기 힘들고, 당연히 철도 안전운행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무엇보다 관제는 풍부한 현장경험과 교육훈련을 통해 열차운행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숙련이 필요한 업무다. 지금까지 관제업무를 수행했던 철도공사가 아니라 국토부나 외부기관이 이러한 관제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따로 양성할 이유도 없다.


한국 철도는 속도가 다른 일반열차와 고속열차가 혼재돼 동일선로를 이용하는 등 운행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에,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사고복구 관련 설비와 인력을 철도공사가 담당하고 있는데, 관제업무를 분리한다면 소통의 단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만큼 비상상황 시 대처도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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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2월 6일, 강릉에서 서울로 가던 KTX 열차가 출발 10여 분만에 탈선한 사고 현장.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하는 민영화


이처럼 관제권 분리는 철도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불러오지만, 국토부는 강릉선 KTX 사고를 핑계로 숙원사업이었던 철도 분할 민영화의 중간 단계로서 관제 분리를 밀어붙이기 위해 (가칭) 철도안전기술원 혹은 철도안전공단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애초 강릉선 KTX 사고의 원인은 오히려 철도의 분리, 즉 시설(철도시설공단)과 운영(철도공사)의 분리 때문이었다. 사고를 일으킨 선로전환기 회선은 설계부터 잘못되었고, 이는 신호기 오작동으로 이어졌다. 최초 건설을 담당하는 시설공단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철도공사가 분리돼 있기 때문에,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1년이 넘도록 운행하다가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철도의 안전과 사고방지는 국가가 책임지고 철도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때 강화되는 것이지, 관제권 분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더욱 해악적이다.


애당초 철도에서 시설과 운영의 분리는 과거 김대중 정부가 철도 분할 민영화의 첫 단계로 설계한 것이었고, 2004년 노무현 정부는 당시 철도청을 지금의 시설공단-철도공사로 쪼개면서 분할 1단계를 완성했다. 정부가 진정 철도 공공성을 복원하고자 한다면, 민영화를 위해 억지로 갈라놓은 철도의 시설-운영부터 통합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김현미 국토부장관 역시 과거 박근혜 정부가 철도 민영화 시발탄으로 분리시킨 수서발 고속철도SR를 재통합시키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철도통합 연구용역은 국토부가 발주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기약이 없고, 도리어 관제권 분리가 튀어나왔다. 게다가 최근 국토부 내 민영화론자들이 주요 직위에 올라서면서, 공공성을 위한 철도 통합은 물 건너가고 도리어 분할 민영화의 망령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철도노동자의 분노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정부의 약속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다. 관제권 분리 음모를 분쇄하고 온전한 철도 통합과 국가 책임을 요구하면서, 시민과 철도노동자 모두에게 안전한 공공철도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