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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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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을 재생산하는 교육에서, 

‘공정한 입시’는 없다


조장우┃충북



8월부터 시작된 ‘조국 사태’는 여전히 정국의 중심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언론까지 계속 여기에 몰두하면서 다른 사회적 이슈들이 몽땅 묻히고 있을 정도다. 조국 장관 자녀의 고교 시절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수령, 동양대 총장 표창장 수여 등 특혜 의혹에 대한 진실 공방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의혹들이 사실 여부를 떠나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이유는,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인 ‘교육과 입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검찰 개혁’으로 해결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교육 시스템은 그 사회가 재생산하는 가치관과 욕망을 반영함으로써 체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편, 교육의 본질이자 목적은 협력을 통한 모든 인간의 전면적 발달로서, 생애 전반에 걸쳐 보장해야 할 보편적 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교육은 사회적 위계와 차별을 재생산하고,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조국 사태’가 교육 시스템과 관련해 ‘특권과 계급 구분이 현존한다’는 진실을 회자시킨 것은 상징적이다. 부모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지위에 따른 교육 기회의 차이는 ‘입시’로 드러나는 결과의 불평등으로 나타나며, 이는 각종 지표로 증명되고 있다.


조국 장관의 자녀가 고등학교부터 대학을 거쳐 의학전문대학원까지 들어가는 일련의 입시 과정에서 설령 탈법·불법적 요소가 없었다고 해도 문제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평범한 부모와 학생들은 시도조차 할 수 없거나 알지도 못했던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음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특히 상류층의 입시전략과 사회자본의 강력함을 알게 되면서, ‘합법적’인 교육제도가 특권층을 형성하고 세습하는 기회로 활용되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분노하고 허탈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대입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시는 공정한가


2020학년도 기준으로 대입 전형의 비율은 수시 77.3%, 정시 22.7%다. 그런데 9월 초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63.2%)이 '정시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수시 전형 가운데 조국 장관 자녀 입시와 관련된 ‘학종(학교 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의 공정성 논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수시 폐지와 100% 정시모집'을 골자로 한 법률안까지 나오는 등 정시를 확대하려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 확대가 답이 될 수는 없다. 수능으로 인한 문제풀이식 수업의 폐단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정시 전형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미치는 영향력이 다른 전형보다 크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가령, 대통령의 ‘대입 제도 재검토’ 지시가 나온 직후 수능 전문 사교육 업체인 메가스터디 주가가 하루 만에 20%가량 급등했는데, 이는 대입 제도가 정시 중심으로 개편된다면 수능 관련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결국 더 많은 사교육을 받는 사람이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는 것은 수능도 매한가지다. 통계는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 확대가 지역·계층 격차를 심화시키고, 특정 지역과 학교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는 불평등과 특권 시스템을 절대 바꿀 수 없다. 교육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입시제도가 변경됐지만, 공정성 확보와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억제와 같은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다.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상위권 대학 진학이 곧 교육의 목적이 되는 구조에서, 입시제도를 어떻게 변경하더라도 살인적인 입시경쟁은 피할 수 없고 특권층 자녀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 놓이는 결과도 변함이 없다. '조국 사태'로 드러난 지금의 교육 체제와 입시의 폐해는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넘어 특권 대물림 교육 자체를 중단하는 방향으로 입시 폐지와 대학 평준화를 비롯한 교육의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야 비로소 시정 가능하다.



출발점 다른 ‘공정성’은 허구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과 부의 문턱에 있는 상위 20% 정도가 자녀의 학력과 학벌에 사활을 건다고 알려졌다. 하위 80%의 학생들은 입시전쟁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들의 부모도 무모한 경쟁과 출혈을 감수하기도 하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참담했다. ‘교육=대입’이라는 등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금의 체제에서, 대입이 아닌 다른 길을 꿈꾸는 학생에게 교육은 절대 공정하지 못하다.


사회 구성원 사이에 권력과 자원의 격차가 존재하는 한 기회의 평등은 가능하지 않으며, 환상에 불과하다. 애초에 서 있는 출발점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오로지 기회의 형식적 평등만을 강조하면서 차별을 정당화하는 ‘능력주의’는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이데올로기다. 각자의 자질과 능력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진정 기회의 불평등을 제거하려면, 출발점도 관심도 특기도 제각각인 학생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줄 세워놓고 무작정 ‘같은 방법’을 들이대 소수의 권력 대물림과 다수의 ‘패배자’를 양산하는 이 체제를 바꿔야 한다.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공정한 입시’가 아니라, 입시에서 벗어난 학생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평등한 교육’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