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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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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버스 요금은 올랐나


박세연┃경기



9월 28일부터 경기도 버스 요금이 일제히 인상됐다.


일반형 시내버스는 1,250원에서 1,450원(16.0%)으로, 좌석형 시내버스는 2,050원에서 2,450원(19.5%)으로, 직행 좌석형 시내버스는 2,400원에서 2,800원(16.7%)으로, 경기도 순환 버스는 2,600원에서 3,050원(17.3%)으로 각각 200원에서 450원까지 대폭 오른 것이다. 경기도 하루 평균 버스 이용자 수가 374만 3천 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요금인상으로 인해 하루에만 이십억 원 이상의 돈이 도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간다. 그리고 이 돈은 고스란히 민간 버스회사의 금고를 채우게 된다.



책임 사라진 민간 버스회사


이번 버스 요금 인상은 예정된 것이었다. 지난 5월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자노련’)은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손실 임금 보전과 정년보장, 추가인력 확보를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물론 버스 노동자의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과 인력충원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었다. 특히 경기도는 살인적인 노동시간 때문에 버스 노동자의 졸음운전과 과로운전, 그로 인한 대형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그동안 주 80시간에 이르는 추가 노동으로 인해 막대한 운영수익을 얻었던 버스 자본이 져야 마땅했다. 실질임금 하락도 마찬가지다. 자노련에 따르면, 버스 노동자 평균임금 중에서 초과 노동으로 얻는 수당의 비율이 32%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수당 중심의 임금체계 때문이다. 버스 사업자는 그동안 이런 임금체계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며 이윤을 극대화했다.


그런데 이런 임금체계에 동의한 것은 버스 현장의 대다수 노동조합을 장악한 자노련이었다. 지난 5월 자노련의 파업 압박은 실제로는 자본의 파업을 대리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언론은 연일 ‘버스 대란’ 운운하며 파업에 대한 공포를 조장했고, 정부에서는 국토부 장관과 이낙연 총리까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한다며 부산을 떨었다. 버스 자본은 ‘요금인상이나 정부 보조금 추가지원과 같은 재정마련이 없다면 자노련의 요구를 받을 수 없다’라며, 파업하든 말든 나 몰라라 배짱을 튕겼다.


이 파업 협박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낙연 총리는 대놓고 지자체에 요금인상을 압박했고, 실제로 요금인상과 버스 자본에 대한 보조금 추가 지원, 준공영제의 전국적 확대를 대가로 파업은 철회되었다. 경기도처럼 버스 요금을 올리거나, 서울시처럼 세금으로 지원금을 확대하거나, 결국은 시민의 돈으로 버스 자본의 배를 불리는 것이니 결과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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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버스요금 인상 안내문



민영제와 다를 것 없는 준공영제


요금인상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내놓은 ‘준공영제의 전국적 확대’ 약속이다. 현재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8개 시·도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입금 관리형 준공영제’의 폐해는 익히 알려져 있다. 지자체가 버스 자본의 이윤까지 보장하는 ‘수입금 관리형 준공영제’는 항목별 재정지원을 하는 민영제보다 버스 자본에 더 이득이다. 파업 운운하던 시기 자노련과 버스 자본 모두 이 ‘수입금 관리형 준공영제’를 요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후보 시절부터 ‘노선입찰제 방식의 준공영제’ 시행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하겠다고 한다. 국토부도 전국에 ‘노선입찰제 방식의 준공영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선권을 지자체가 소유한다는 점에서 공공적 성격을 강화한 듯하지만, 노선입찰제 방식의 준공영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이라 내세우는 ‘업체별 경쟁을 통한 서비스 개선’은 이미 지역 토착 세력이 버스를 장악하고 공고하게 담합을 형성한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적자 노선에 대한 부담만 지자체가 떠안을 공산이 높다.


노선입찰제 방식의 준공영제를 오랫동안 시행해 왔던 영국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심야, 주말 운행 단축 등 공공성의 약화도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 악화다. 버스 자본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계속 쥐어짜고, 버스 현장의 다수를 장악한 어용노조 자노련은 지금까지 그랬듯 자본과 결탁하기에 급급할 것이다.



요금인상이 아니라 완전 공영제로!


요즘 경기도 버스를 타면 “버스운전종사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보다 안전한 운행환경을 갖추기 위해서 버스 요금을 인상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의 멘트가 몇 분 간격으로 흘러나온다. 하지만 경기도의 버스 현장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버스 노동자와 시민들은 다치거나 죽어 나간다. 과로 때문에 운전 중 심정지가 일어나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다반사로 일어나지만, 사망한 노동자는 산재도 인정받지 못하는 게 경기도 버스의 현실이다.


아무리 버스 요금을 올리고, 자본에 세금을 퍼주고, 업체 간 경쟁을 통해 운영권을 입찰한다 해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는다. 당연히 공공의 재산이어야 할 버스 노선의 사유화가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답은 명확하다. 사회가 비용을 책임진다면, 그 소유와 운영 역시 사회가 통제해야 한다. 이미 세금으로 버스 자본의 이윤까지 보전해주는 지금, 버스의 완전 공영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것만이 버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