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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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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참겠습니다!


학생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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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월세에 열악한 공간에 사는 사람들. 

자취생들이 오는 5일 사상 최초로 자취생 총궐기를 진행한다. 

누구보다 할 말 많고 요구할 것 많지만 잠잠했던 그들이 

드디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이 불만이고 어떤 자취방을 원하는지, 

<변혁정치>는 총궐기에 나서는 자취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기생충>보다 더한 충격”


- 김혜린(자취 3년 차, 반지하 → 원룸)


처음 집을 구할 때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것보다 더 심한 집들이 많았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3만 원으로는 지하나 좁은 반지하밖에 없었고, 창고 같은 곳도 있었다. 그중 제일 낫다고 생각한 반지하 방을 계약했다. 워낙 끔찍한 방을 많이 봐서, 그 방도 감지덕지했다. 하지만 1인당으로 따지면 2평밖에 안 되는 공간, 도넛을 놔두면 수 시간 내에 개미 떼의 밥이 되고, 하수구 냄새가 나며, 해가 들지 않아 들여오는 식물마다 족족 죽어 나가고, 3년을 사는 동안 2번이나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경험을 한 그곳을 안식처로 생각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꾸며도 좁고 냄새나는 건 바뀌지 않았다.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사 준비를 하는 동안 너무 괴로웠다. 이사를 결정하고 나니 살던 집이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고 얼른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보증금을 700만 원이나 더 주고도 두 명이 살만한 지상층 집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700만 원도 없어서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 이사를 하는 것인데, 그렇게 돈을 많이 주고도 지상이라는 이유로 작은 집에 살아야 한다는 게 납득이 가질 않았다.


월세가 부담이었기 때문에 집을 구하면서 월세는 최대 45만 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인 경우, 보증금을 1,000만 원으로 하고 월세는 45만 원으로 낮춰줄 수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몇몇 중개업자의 말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 돈 받아서 병원비 한다”라는 것. 어림잡아도 매달 수백만 원을 받는 그들의 편의를 수십만 원에도 허덕이는 우리가 더 봐줘야 한다니.


문제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 이러한 주거비, 그에 걸맞지 않은 열악한 환경, 처음 계약한다고 무시하는 집주인의 횡포를 모두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빈집을 보면서 생각한다. 왜 저렇게 비싸고 좋은 빈집은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린데, 나는 집 같지도 않은 집에 살아야 하는지.


대학생이 감당할 수 있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에 살기 위해 이번 자취생 총궐기에 참여한다. 전국의 많은 자취생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 홍류서연(자취 2년 차, 원룸)


얼마 전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 있었다. 그 뉴스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언젠가 내가, 내 주변의 자취하는 친구가 여성 1인 가구 대상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겠구나, 언제나 우리는 그런 범죄에 노출되어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관악구 신림동 부근은 고시생과 대학생이 모여 살아 원룸촌을 형성하고 있다. 크기가 기본 4평인 작은 원룸과 1~2평 남짓한 고시원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 하지만 보증금은 기본 5백만 원에, 큰길가의 집을 구하려면 월세만 50만 원씩 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큰길가에서 5분 정도 떨어진 외진 곳의 오래된 원룸에서 살고 있다. 집에 가기 위해서는 어둡고 인적이 드문 골목을 혼자 걸어가야 하기에, 하루도 마음 놓고 갈 수가 없다. 늦은 밤 집에 들어갈 때는 친구들과 서로의 문 앞까지 바래다주고도, 안전하게 들어갔는지 확인해야만 잠들 수 있었다.


‘신림동 삐에로 택배 도둑’ 영상도 있었다.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이후 어떤 1인 스타트업에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여성 1인 가구의 공포심을 이용해, 도어락을 누르고 택배를 훔쳐 가는 삐에로 도둑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사건이었다. 이 영상이 한참 논란이 된 후, SNS에서는 ‘곽두팔’ 같이, 여성이 택배를 시킬 때 사용할 수 있는 ‘강해 보이는 남성 이름’을 제시한 글들이 유행했다. 실제로 여성이 남성 이름으로 택배를 시키는 건 소위 ‘꿀팁’으로 통한다. 나 역시 자취를 시작하자마자, 여자 선배로부터 이 ‘꿀팁’을 전수받았고 항상 남자 이름을 빌려서 택배를 시키고 있다.


내가 느끼는 이런 공포는, 우리 집을 비롯한 많은 원룸 건물 보안이 취약해서 더 심해진다. 내가 사는 건물은 지어진 지 20년이 됐고, 건물 1층 출입구 도어락이 없어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건물에 들어올 수 있다. 누구라도 우체통에서, 집 앞 택배 상자에서 어떤 성별의 누가 어느 집에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보러 다녔던 다른 방도 비슷했다.


내가 자취를 진심으로 후회한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하루는 새벽에 집에서 과제를 하는데 누군가가 비밀번호를 계속 눌러대던 날이었고, 다른 하루는 또 다른 누군가가 손잡이를 덜컥거리며 문을 열려고 시도한 날이었다. <도어락> 같은 영화나 ‘신림동 삐에로 택배 도둑’ 영상은 나와 내 주변 여성 자취생에게는 픽션이 아닌 현실이다. 조금이라도 싼 방을 구하려면 위치와 시설을 포기해야 했기에, 외지고 보안이 취약한 건물을 구해야 했다. 그 대신 매일매일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더 이상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더 이상은 매일 서로가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집에 들어갔는지 확인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더 이상은 남자 이름으로 택배를 시키면서 ‘혹시 이 집에 여자가 혼자 사는 걸 누군가 알게 되면 어쩌나’ 걱정하며 살고 싶지 않다. 더 이상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한 달에 한 번씩 바꾸면서, 도어락에 찍힌 지문을 매일 지우면서 살고 싶지 않다. 더 이상은, 안전을 희생하면서까지 조금이라도 더 싼 방을 찾으러 다니고 싶지 않다.



“학생들은 좁은 데서도 잘 산다고?”


- 주솔현(자취 3년 차, 원룸)


내가 지내고 있는 송도는 집값이 다른 인천 지역보다 월등히 비싸다. 대학생 신분으로 집안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한 나는 학교 앞 자취방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서 1~2학년 때에는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했고, 용돈을 벌기 위해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왕복 4시간 통학과 주말 알바. 돌이켜 보면 하루도 쉬는 날 없었던 그때의 2년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복학하고부터는 자취를 시작했다. 학교가 위치한 송도에서 방을 구하는 건 너무 비싸 불가능했고, 지하철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자취방을 구했다. 최저 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한 3.5평의 아주 작은 원룸이었지만, 이마저도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관리비 5~6만 원이 나왔다. 학교 앞이 아니니 교통비도 나갔다.


이 집을 구할 때 부동산 관계자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원래 학생들은 좁은 데서도 잘 살아요.” 여기서 ‘잘 산다’는 게 무슨 뜻일까. 겨울날 보일러를 풀가동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방에서 다음 달 관리비를 생각하며 꽁꽁 싸매고 살아도 죽지는 않는다는 것? 한겨울, 변기가 얼어서 사용할 수 없으면 집 근처 상가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


자취하며 알게 된 아이러니도 있다. 좁은 집에 살수록 돈이 더 많이 든다는 것이다. 정확히 계산해 본 것은 아니지만. 우선 3.5평의 집에서 요리를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방이 작으니 창문도 너무 작아 환기가 안 되는데, 여기서 요리를 하면 옷이며 이불에 음식 냄새가 다 배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매 끼니를 사 먹을 수밖에 없다. 식비가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으면 값이 싼 패스트푸드나 라면을 자주 먹게 되는데, 이러면 병원을 들락거리게 된다. 응급실이라도 한 번 가면 정말 폭탄 맞은 기분이다. 3.5평짜리 집에 살았던 1년 동안이 인생에서 가장 병원을 자주 갔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3.5평짜리 방에서 도망치듯 나와 학교에서 조금 더 먼 지역의 자취방에서 2년째 살고 있다. 이전의 집보다 주거환경은 비교적 좋다고 볼 수 있지만, 학교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곳에서 자취하는 이상한 자취생이 됐다. 다른 인천대 자취생들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인천대는 집값 비싸고 원룸촌도 없는 송도에 있는데, 국내 대학 중 기숙사 수용률은 하위권이다. 학교도, 인천시도, 정부도, 그 누구도 학생 주거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의식주가 인간의 생존 필수조건이라고 가르쳤으면, 자취생들이 3.5평짜리 방에서, 반지하에서, 고시원에서 겨우 연명하는 현실에 대해 국가가,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자취생 총궐기에 참여한다. 모두에게 평등한 주거를 위해, 누구나 인간다운 집에 살 권리가 있기에, 나부터 앞장서 요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