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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받지 않는 자본의 불법,

10년이 지났다


고공에 오른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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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젓이 범죄가 자행되는데, 처벌도 시정도 없다. 

불법파견 10년이 넘도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원 판결을 받아들고도 여전히 길거리로 내몰린다. 정부 자금 8천억 원이 들어간 한국지엠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몇 번이고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냈지만, 그 누구도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을 책임지지 않는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자 이영수 동지가 부평공장 앞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한 달을 넘어서고 그 아래에서는 동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던 지난 9월 26일,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황호인 지회장(이하 ‘황’)과 군산비정규직지회 이완규 지회장(이하 ‘이’)을 <변혁정치>가 만났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자 이영수 동지의 고공농성이 이제 한 달을 넘어섰다. 이영수 동지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 무엇 때문에 해고당했는지, 왜 절박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황: 부평공장에서는 2017년부터 해고가 시작됐다. 당시 엔진 단종 등으로 일부 공정이 사라지자, 정규직은 다른 공정으로 배치됐지만 비정규직은 무급휴직 형태로 해고 아닌 해고를 했다. 그러다 2017년 연말에 업체 재계약 시기가 되자, 그간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던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재고용에서 배제해 해고했다. 2018년엔 인천 KD공장 폐쇄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고했다. 올해도 지난 7월 말 인천물류센터를 폐쇄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쫓겨났다.

한국지엠은 계속 공장을 축소하고, 해고자 복직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데 부평 2공장이 작년에 1교대로 전환했다가 올해 다시 2교대로 복귀하기로 했고, 지금이 그 시점이라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 지금 해고자 복직이 가능한 시기라고 판단해서 총력투쟁을 진행하는 거다.


이: 군산공장은 2012년까지는 연간 28만~30만 대까지 생산하던 곳이었다. 그러다가 2014년쯤 쉐보레가 유럽에서 철수하고 러시아 쪽 물량이 대거 취소되면서 일감이 줄었다. 당시 비정규직 400~500명 정도가 희망퇴직, 사실상 정리해고로 떠났다. 곧이어 2015년, 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의 물량 협박에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면서 비정규직 800여 명 정도가 또 해고당했다. 하지만 회사의 약속과는 달리 군산공장 일감은 다시 줄어들었고, 지난 2018년 5월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당시 150여 명 남아있던 비정규직 모두가 해고당했다.



10년의 범죄, 벌금과 과태료가 처벌의 전부였다


Q 한국지엠 불법파견이 10년을 넘었다. 노동부와 법원에서도 그동안 이미 수차례 불법파견 판정이 나왔지만, 여전히 시정되지 않는다. 한국지엠 사측이 정부와 법원의 결정조차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 저희가 2005년 창원공장에서 처음 불법파견 소송에 들어갔다. 이후 2013년 대법원판결이 나왔는데, 기소 당시 GM대우(현 한국지엠) 사장 닉 라일리가 고작 벌금 7백만 원 형을 받았다. 창원공장은 2018년 5월에도 노동부가 비정규직 774명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 직접고용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한국지엠은 이를 거부하면서 그냥 과태료 77억 4천만 원을 물고 행정소송에 들어갔다.

과태료 77억 원이 커 보이지만, 대공장 경영진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돈으로 치부한다. 이 과태료는 불법파견 노동자 1인당 1천만 원으로 계산해 부과된 것인데, 사측은 그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부려먹으면서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

이러다 보니 십수 년 째 불법파견이 전혀 고쳐지지 않는다. 법 자체가 처벌을 3천만 원 이하 벌금 또는 3년 이하 징역으로 규정하는데, 대규모 공장은 수천~수만 명을 비정규직으로 써서 얻는 이득이 수천억 원에 달하니, 처벌 수준이 너무 약하다. 하지만 법조계나 정치권에서는 거꾸로 불법파견을 합법화하자는 주장까지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원칙적으로 불법파견 자체를 없애야 하며, 제도적으로 불법파견을 강하게 처벌하는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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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5일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벌였다. [사진: 민주노총 인천본부]



Q: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작년 구조조정 직전부터 대량 해고의 고통을 겪었다. 그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어떠했나? 무엇보다 한국지엠 소재지인 부평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홍영표는 구조조정 당시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했고 이후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올라섰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황: 작년 구조조정 당시 정치권과 정부기관을 만나봤다. 노동부장관은 고민 중이라는 정도로만 얘기했고, 산업부장관은 ‘한국지엠 사태를 마무리하면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던 홍영표도 몇 차례 만났는데, 매번 답변이 같았다. ‘지엠이 살아야 고용도 보장되니, 비정규직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대놓고 얘기하더라.

홍영표는 ‘한국지엠 정상화되면 문제 해결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작년 구조조정 이후 우리가 만나려고 하면 도망 다녔다. 공문을 보내도 답변이 없고,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는다. ‘역시 정치인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을 감내하라고 해서 감내한다고 한들 해결해주지도 않고, 지키지도 않는 말만 내뱉는다.


이: 작년 군산공장 폐쇄 발표 후 전라북도나 군산 국회의원을 몇 번 만나봤는데, 하는 얘기는 비슷하다. 이 사람들도 정규직 문제만 볼 뿐, 비정규직 문제는 신경을 안 쓴다.

단적으로, 군산공장 폐쇄하면서 정규직은 정부에서 6개월 정도 수당을 받았다. 그런데 비정규직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것까지 비정규직을 차별하느냐고 따졌지만, ‘논의해보겠다’고 한 이후 아무것도 없었다. 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어 한국지엠 군산공장까지 문을 닫게 되자 군산시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는데, 거기에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몫은 없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자녀 학비나 방과 후 활동 등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벌였는데, 저는 지원했더니 안 된다고 하더라. ‘한국지엠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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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이 이완규 군산비정규직지회장, 오른쪽이 황호인 부평비정규직지회장



“저희를 잊지 말고 기억해주십시오”


톨게이트 수납원과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을 비롯해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고공, 단식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함께 싸우고 있는 동지들에게 연대의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 톨게이트 수납원,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그리고 우리 한국지엠 비정규직이 모두 같은 투쟁을 하는 거라고 본다. 그동안 불법파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부려먹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처벌받는 사람이 없다. 단적으로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불법파견 범죄자인데, 정부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기아차의 경우에도 박한우 사장이 기소됐지만, 그 위에 있는 정몽구․정의선은 건드리지도 못한다. 한국지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함께 힘내서 이 땅에 만연한 불법파견을 여기서 끝장내는 투쟁, 각오하고 끝까지 싸워서 꼭 승리하는 투쟁 만들었으면 좋겠다. 동지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황: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화두로 제시했다. 그 여파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나 투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고 생각한다. 이 투쟁들이 제대로 마무리되면 좋은데, 마무리 과정에서 자회사로도 전환하기도 하는 등 현실의 높은 벽을 넘어서기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톨게이트 투쟁은 자회사를 완고하게 거부하면서 정확히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상징적인 투쟁이다. 어제 집회에서도 나온 말인데, 어쨌든 투쟁의 끝은 분명히 있다. 승리하는 날이 투쟁이 끝나는 날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투쟁계획과 더불어, <변혁정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황: 부평 2공장이 2교대로 다시 돌아가는 지금 시점에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인천에서는 지역에서 연석회의라는 공동투쟁 단위도 꾸려졌다. 10월부터는 민주노총 인천본부장 동지가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이렇듯 지역에서도 한국지엠 비정규직 문제 이번만큼은 끝장내자는 결의를 높여가고 있으니, 저희도 10월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동원할 것이다. 저희 투쟁은 계속 이어질 테니, 동지들도 저희를 잊지 마시고 계속 기억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 제가 지난번에 김천에 갔을 때 톨게이트 박순향 부지부장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민주노총이 민주노총답게 싸워달라’고 부탁하더라. 우리 모두 민주노총 조합원인데, 우리가 민주노총답게 싸웠던 게 언제였을까. 저희가 과거 대우차 정리해고 때 영상에서 선배 동지들 싸웠던 걸 보니 정말 치열하게 싸우더라. 우리는 요즘 그렇게 못 싸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한데. 선배 동지들, 우리와 함께 연대해주시면 그 기운 받아서 우리 노동자들이 또 하나로 뭉쳐 싸울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


■ 인터뷰 = 이주용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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