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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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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이긴다


정나위┃서울



“이렇게 싸울 수 있어서 기쁩니다. 10년, 20년 쓰다 버려지는 존재에서 당당히 싸울 수 있게 돼 너무나 기쁩니다. 이곳에도 수십 명의 대법 판결자들이 있지만, 나머지 1,100명의 손을 놓고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과 끝까지 싸워 함께 도로공사에 복직할 것입니다.”

- 9월 23일, 민주연합노조 박순향 부지부장



톨게이트 노동자 직접고용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하이패스 업무 등을 맡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자회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6월 30일 집단해고 된 후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 청와대 앞,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해고당한 1,500명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이 함께 있고, 민주노총 또한 4개 조직(민주연합노조, 공공연대노조, 지역일반노조 등)으로 소속이 다양하다. 하지만 요구는 하나다. “1,500명 요금수납 노동자 직접고용 하라.”


8월 29일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 대한 대법원판결은 “우리가 옳다”는 노동자들의 외침에 또 하나의 근거가 됐을 뿐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대법 판결 전에도, 판결 이후 도로공사가 일방적으로 승소자 304명 고용방침을 밝힌 후에도 1,500명 모두의 직접고용을 위해 싸운다. 도로공사는 대법 승소자만 복직시키겠다며 교육소집령을 내렸지만, 50여 명의 승소자가 복귀를 거부하고 싸우고 있다.


대법 판결 때문에 직접고용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오랜 노동이, 그간 참아온 차별과 울분이, ‘우리는 도로공사 노동자’라는 당당함이 이 싸움이 근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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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로 귀결된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낸 파열구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은 자회사로 귀결됐다. 고용노동부는 약 16만 명의 공공부문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 12만 명(80%)이 직접고용, 3만 명(19%)이 자회사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애초 자회사를 설립할 수 없는 중앙부처, 자치단체, 교육기관 등을 빼면 자회사 비율은 60%가 넘는다.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인천공항에서부터 자회사가 등장했고 산업은행, 국공립대 병원 등 여러 곳에서 자회사 전환 반대 투쟁이 이어졌다. 2018년 10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한국잡월드에서 자회사 반대 투쟁의 파고가 높아지는 듯했으나, 해고통지서와 자회사라는 선택지 앞에 꺾였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해고통지서를 받아들고 투쟁을 시작했고, 자회사 폐기와 직접고용 쟁취 요구를 분명히 내걸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이나 대법 판결에 기대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힘으로 정부와 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명령하고 있다. “우리가 옳다”는 구호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 방향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문재인 정부에서 길 잃은 민주노총에

톨게이트 노동자가 길 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로제와 노동법 개악 시도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 공약은 파기됐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파괴 엄단 등 어느 하나 해결된 것 없었지만 전선은 흐릿해졌다. 민주노총 조합원 수와 집회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투쟁은 정체됐다.


이런 상황에서 톨게이트 투쟁이 시작부터 민주노총의 싸움이었던 것은 아니다. 7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 총파업을 조직하던 중 대량해고가 발생해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와 청와대 농성이 시작됐지만, 한 조직의 투쟁이었다. 공공기관 자회사는 민간기업과 다르다거나 직접고용만이 답은 아니며, 자회사를 수용하면서 제도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우리가 옳다”는 외침이 처음부터 모두의 구호였던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투쟁으로 말에 힘을 불어넣으며 집회나 농성장을 찾는 사람들과 확신을 나눴다. 비정규직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 열심히 일한 우리는 정규직이 될 권리가 있다는 것, 끝까지 싸워 직접고용을 이뤄내겠다는 것.


9월 23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개최된 것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민주노조 운동에 길을 내주고 있다는 증표였다. 민주노총은 9월 내 투쟁기금 1억 원 모금과 농성장 침탈 시 김천 집결 정도를 결정했고, 당일 토론은 활발하지 못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온몸으로 옳다는 것을 증명해내며 길을 내고 있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 싸우는 법과 함께 이기는 법을 배워갔을 뿐이다.



국공립대 병원, 철도, 발전… 길이 열리고 있다

“함께 싸워 함께 승리하자”


비정규직 투쟁이 최전선에 있다. 불법파견에 맞서 싸우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식과 함께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 중이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과 불법파견 철폐를 요구하며 공장 앞 철탑에 올랐다.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환 이후 약속 불이행을 규탄하며 9월 두 차례 파업에 나섰고, 10월에는 정규직과 함께하는 파업을 준비한다. 자회사 방침만 고수하는 국공립대 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도 공동파업을 예고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공정임금제를 요구하며 10월 총파업을 조직 중이다. 이 최전선에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이 투쟁이 자신만의 싸움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미 싸우고 있거나 투쟁을 조직하고 있는 단위가 많다. 자회사 폐기, 직접고용 쟁취 요구를 걸고 함께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에게 톨게이트 문제를 풀지 않으면 더 많은 곳이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톨게이트 노동자 1,500명을 포기시키면 되는 일이 아니라,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 싸우는 노동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


승리의 단초도 보인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정규직과 차별 없는 직접고용을 이뤄냈다. 정규직과 동일 호봉 적용, 단체협약 일괄 적용 등 큰 성과를 이뤘다. 다른 국공립대 병원들이 여전히 자회사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얻었다. 이 과정에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이 승리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것, 자신의 요구를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이제는 달라질 수 있다고 싸우는 것. “우리가 옳다”는 이들의 말이 증명될 때, 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가는 문이 열릴 것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이미 길을 열고 있다. 이번에는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