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문예 운동의 기로에서, 

다시 민중과 함께


김현수┃학생위원회



94_43_1_수정.jpg




지난 10월 4일, “2019 대학 문예의 밤”이 진행됐다. 15개 학교의 몸짓패, 노래패와 풍물패에서 약 60여 명의 대학생이 모였다. 다채로운 공연은 물론, 민중 문예에 대한 토론도 진행하며 대학 문예패들의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처음으로 다양한 분야의 대학 문예패를 모아 진행한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9 대학 문예의 밤”, 왜 시작됐을까?


최근 대학 문예패들은 기로에 서 있다. 민중 문예에 대한 청년 학생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문예패의 재생산도 함께 어려워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이 각각의 문예패 안에서만 공유될 뿐, 딱히 다른 패들과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따로 없기 때문에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또, 같은 분야의 문예패끼리 소통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다른 분야의 패와는 만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2019 대학 문예의 밤”을 기획했다. 활동 분야를 막론하고 대학에서 활동하는 문예패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교류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많은 문예패가 이런 갈증이 있었던 만큼 여러 대학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문예패들이 모여 만든 연합공연, 레크리에이션, 그리고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행사는 풍성하게 진행됐다.



대학 문예패의 고민


행사의 백미는 민중 문예에 대한 토론이었다. 본 행사가 문예패들의 고민을 한데 모아내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에, 민중 문예에 대한 감상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 연대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참가자가 민중 문예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상을 전하며 호기심과 에너지를 언급했다.


“처음 본 순간, 내가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기존에 보던 대중문화와 확실히 달랐어요.”


민중 문예와 최초로 조우한 장소가 다양한 만큼 여러 감상을 들을 수 있었다. 집회 현장에서 문화선동을 처음 접한 한 참가자는 몸짓이 집회에서 발산하는 에너지에 놀랐다고 대답했다. 정기공연이나 다른 공연에서와는 다르게 현장의 관중과 소통하며 시너지를 냈다는 것이다. 집회의 분위기가 어두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민중가요를 함께 부르면서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본 행사에서 민중가요를 처음 듣는 소감을 전했다.


“ 이런 춤이나 노래는 처음 접했는데, 너무 멋있어요.”


민중 문예의 정체성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특히 창작을 하거나 문예패의 재생산을 고민하는 참가자들은 민중 문예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의견을 냈다. 창작을 하는 패에서는 ‘민중가요가 민중가요이기 위해서는 가사 안에 민중의 삶을 담아내야 한다’고 답했다. 기존의 노래가 현재의 운동을 담아내기 어려울 때도 있기 때문에, 창작을 통해 지금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노래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민중가요나 풍물이 대중적인 문화가 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멜로디나 춤 같은 형식이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인 것 같아요.”


94_43_2_수정.jpg




자연스레 민중 문예의 정체성과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등장했다. 대부분의 토론자가 민중이 향유하는 문화로서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자본에 동화되는 형태여서는 안 된다는 점에 동의했다. 동시에 새로운 문예가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변화하기 위해 대중문화를 차용하거나 민중과 더 맞닿을 수 있는 장르 등의 새로운 시도가 이뤄져야 하되, 자본에 저항하는 의미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투쟁 현장에서 연대공연이 가지는 의미를 논의하는 대목에서는 노동자-학생 연대(노학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대공연 자체를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패도 있었기 때문에, 노학연대가 필요한지 의문을 가지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토론을 통해 문예패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가 연대라는 점에 동의하는 참가자가 늘었다. 상당수 참가자가 ‘연대공연이 투쟁의 동력이 되기도 하고, 문예패에게는 함께 투쟁한다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한 참가자는 “연대공연에서 오히려 힘을 얻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노학연대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민중가요나 풍물이 또 다른 형태의 발언이고, 연대공연이 현장의 민중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강력한 매개임을 확인했다.



대학 민중 문예패, 앞으로의 발걸음


이번 행사에서 많은 문예패들이 재생산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문화선동이 축소된 지금, 민중 문예를 다시 민중이 향유하는 문화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많은 참가자들이 민중 문예가 대중적으로 향유되지 않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민중 문예의 가사와 장단, 멜로디는 민중의 삶을 담아낸다. 결국 사람의 마음에 가닿는 것이 목표인 문화다. 이 의미를 되살리고 민중 문예를 대중화하기 위해 대학 문예패는 민중의 삶과 접촉면을 늘려가야 한다. 노학연대를 강화해 많은 현장의 사람들과 마주하며 문예패 본연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또 현재 민중이 공감할 수 있는 민중 문예의 재생산과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로 민중문예의 대중화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행사는 대학 문예패가 민중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주체로 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