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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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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0.16 12:12

세 개의 사건에서 또다시 미국을 보다


장혜경┃정책선전위원장



8월 이후 ‘조국 사태’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한국 사회의 온갖 중요한 이슈를 덮고 있지만, 올 하반기 들어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세 가지 주요 사건이 있었다. 첫째는 한‧일 갈등이다. 두 번째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이후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역할’을 둘러싼 한‧미 간 협상이다. 마지막으로, 불발로 끝난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있다. 이 세 가지 사건은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제기했다.



미 동맹은 미일 동맹의 하위동맹일 뿐


첫 사건인 한‧일 갈등을 보자.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대해 개입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때 미국 정부의 태도는 ‘한‧일 정부 간의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중립적(?) 언사뿐이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8월 말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선언하자, 미국 정부는 곧바로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중국 봉쇄를 위한 한‧미‧일 군사동맹의 균열을 우려한 것이자, 미국이 생각하는 한‧미 동맹은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용인하는 미‧일 동맹의 하위동맹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한‧일 갈등에 원죄가 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인정하지 않은 채 이뤄진 1965년 한‧일 협정과 박근혜 정부 시절 ‘위안부’ 합의, 지소미아 체결은 모두 한‧미‧일 동맹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압력으로 이뤄진 것이다. 한‧일 갈등에서 미국은 결코 한국 편이 아니다.



거의 공짜로 주둔하면서 군대 지휘권을 포기할 수 없다


10월 들어 한‧미 정부는 두 개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나가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다. 올 3월 10차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작년보다 8.2% 인상해 1조 389억 원이나 올려줬는데, 협상 전 미국 정부는 6배(6조 원) 인상 입장을 흘렸다. 협상에서 실제로 6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인상을 요구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요구는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해외 주둔 미군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는 만큼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고 기지사용료를 해당국에 내야 한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바로 일본과 한국이다. 미국이 주둔하는 나라에서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을 맺고 미국에 분담금을 내는 나라는 한‧일 두 나라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이 낸 방위비 분담금은 쓰고도 남아, 2018년 말 현재 미집행 방위비 분담금은 2조 원에 달해 미국이 이자놀이를 하는 실정이다. 국방부가 밝힌 2014~19년 방위비 분담금 사용내역을 보면 약 1천억 원이 주일미군 소속 항공기 정비에도 지원됐다. 그런데도 미국은 작전 지원 항목(전략자산 전개 비용, 사드 운용 비용, 대중국 작전 비용 등)과 주한미군 인건비 명목으로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정부가 벌이는 두 번째 협상은 ‘전작권 환수 이후 유엔사의 역할’에 관한 협상이다. 2018년 말 한‧미는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전작권을 한국에 이양하고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사령부를 유지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전작권 전환 이후 현 한미연합사를 “미래연합군사령부”로 대체하고, 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 맡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미국은 전작권 환수 이후에도 유엔군 사령관이 한미연합군에 대한 지시 권한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고 알려졌다. 즉 미국은 한미연합사보다 상위의 유엔사를 통해 한국이 맡게 될 미래한미연합사령관을 지휘하거나 독자적으로 전력을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엔군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지배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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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굴복을 강요하는 미국


세 번째 사건은 10월 5일에 있었던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다. 이 협상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있던 대화 재개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러나 결과는 결렬이었다.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론 보도와 북한 입장을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협상 직전 미국 언론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폐쇄하면, 미국은 섬유와 석탄 수출 제재를 3년간 중단’하는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이 기존 입장을 고집하였으며…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협상을 의욕이 없다”고 발표했다. 즉 북한은 영변 등의 핵시설 폐쇄를 대가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제재 완화, 종전선언과 같은 안전 보장을 요구했으나, 이에 대한 미국의 카드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북한의 요구는 부당한 것이 아니다. 작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ICBM 발사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 제재를 오히려 강화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축소된 형태로라도(그러나 북한에는 여전히 위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면서도, 북한의 요구에는 소극적이거나 ‘미국이 요구하는 항복문서에 서명해야만 북‧미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연관된 이 세 사건은 ‘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 미국은 식민지배 사과 없이 군사 대국화를 추구하는 일본 우익의 배후다. 세계 패권을 위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면서 한국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날강도다. 유엔사와 주한미군을 통해, 그리고 대북 적대 정책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는 세력이다. 바로 제국주의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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