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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1.04 17:56

쿠팡을 터는 

사회주의 루팡을 

상상해볼까


정은희┃서울



얼마 전까지 온라인 쇼핑몰 쿠팡을 이용했다. 하지만 쿠팡이 불법촬영 카메라 판매로 논란을 빚으면서 다른 쇼핑몰을 찾고 있다. 그간 쿠팡을 이용했던 건 무엇보다 정기배송 상품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개별 상품 3개 이상을 정기 주문하면 10% 할인해 주는데, 선택의 폭이 넓다.


그날은 처음으로 커피를 주문한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쿠팡에 들어가 검색했는데, 100개들이 베트남산 커피 <G7>이 약 5천 원에 뜨는 게 아닌가. 횡재라도 한 듯 주문 수량에 2개를 클릭하려 했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했다. 이 상품은 1건에 1개만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물건을 사지 못한 적은 있어도, 구매 제한 때문에 사지 못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자본주의에서 소비를 규제하다니! ‘뭔가 공산주의 같아.’ 바로 떠오른 느낌이었다. 그런데 연이어 소련이나 동구의 식료품 가게 앞에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쿠팡이 오버랩 되는 게 아닌가. 5천 원짜리 커피도 소비 물량을 맞추기 위해 제한하는데, 아예 쿠팡을 사회화할 수만 있다면 모두를 위한 배급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팡은 생산과 소비, 유통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네트워크화돼 있고, 끊임없는 사업 확장으로 취급하지 않는 상품이 없을 정도다. 어떤 공장에서 생산하든 온라인을 통해 집 앞에서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사회가 이 기술을 활용해 생산과 소비를 관리하면 사회에 더 이득이 되지 않을까?


어렵지도 않을 것 같다. 정보를 집적한 플랫폼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자발적으로 온라인에 등록한다. 20세기 사회주의에서처럼 가게 앞에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개인정보도 사기업보다 공공이 통제하는 게 더 안전할 수 있다. 모두가 이용하는 플랫폼을 사기업이 독점하는 게 더 문제 아닐까. 그것도 이익은 모두 자본에 돌아가니 말이다. 쿠팡에서 쇼핑몰 전체로 확대하면, 플랫폼 간의 경쟁과 이윤 추구로 배달노동자와 소상공인에 전가하는 피해도 막을 수도 있다. 쿠팡이나 쇼핑몰을 몰수해 ‘사회주의 배급몰 루팡’ 같은 걸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글을 쓰며 쿠팡에서 ‘몰래카메라'를 검색해보니, 1,086개의 상품이 조회된다. 반면, ‘11번가’는 “고객님께 양해 말씀드립니다. 몰래카메라에 대한 검색결과는 현재 제공하지 않습니다”라고 공지하고 있다. 여혐이나 젠더폭력 문제도 사기업의 윤리나 마케팅에 따라 바뀌는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쇼핑몰을 위해서라도 사회화가 더욱 필요한 것 같다.



* 너의 사회주의가 들려사회주의자도 일상이 있다. 그 일상의 자본주의에서 부딪치는 온갖 문제들, 사회주의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우리가 만들어갈 사회주의의 미래를 상상하고 공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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