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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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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1.04 18:07

전태일과 조국, 여야 계급 공조가 말해주는 것: 

노동자 운동의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


장혜경┃정책선전위원장



그들과 우리 사이의 거대한 단층선


그들과 노동자 사이에는 거대한 단층선이 있다. ‘그들’은 민주당과 한국당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 양대 지배 세력이다. 조국 사태는 이 거대한 단층선의 존재를 대중적으로 확인시켜줬다. 조국이 상징하는 ‘87년 민주화 세력’(자유주의)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 못지않은 기득권 세력임을, 즉 신자유주의로 재편된 한국 사회에서 수혜를 누리는 지배 세력임을 드러냈다.


더욱이 자유주의 세력은 ‘조국 내전’에서 내로남불식 태도를 견지했다. 한국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조국 임명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던 사람들에 대해 진영논리에 입각해 배신자로 낙인찍는 파시즘적 행태도 보였다. 20대가 서초동과 광화문 모두를 외면한 이유, 촛불항쟁에 참여했거나 지지한 수많은 대중이 ‘조국 수호’ 편에 서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층선의 핵심, 노동과 계급


조국이 사퇴한 이후 지금까지도 양 진영은 정치적 사활을 걸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휴전을 멈추고 적극 공조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노동’과 ‘경제’다. 이들은 누가 더 친자본적이고 반노동적인가를 두고 경쟁할 뿐이다.


9월 들어 한국당 대표 황교안은 ‘대안 경제 비전’이라며 ‘민부론’을 발표했다. ‘국가 주도에서 민주도 경쟁력으로 전환, 자유로운 노동시장 구축, 나라가 지원하는 복지에서 민이 여는 복지로의 전환’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소득주도 성장 폐기, 혁신적 규제 개혁, 탈원전 스톱, 시장을 존중하는 부동산 정책’을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민부론은 자본 천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민=자본’을 위해 국가가 기업(자본) 활동을 규제하지 말고,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정책을 축소하며, 이른바 ‘자유로운’ 노동시장, 곧 나경원이 지난 7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말한 것과 같이, 노조의 권한을 없애는 ‘노동자유계약법’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1:1의 자유계약을 해친다’는 이유로 19세기 자본주의 때 행하던 노조 불법화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또 최저임금을 인상해서는 안 되고, 원전을 재가동하며, 투기세력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노동 존중 사회‧소득주도 성장의 깃발을 내린 정부는 10월 들어서도 자본을 위한 규제 완화와 지원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반노동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고, 내년 노동시간 단축(주 52시간제) 확대 시행에 따른 ‘보완책'이라는 이름 아래, 300인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제 적용을 6개월 이상 유예하겠다고 한다. 경사노위 역시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발하던 기존 근로자 위원을 해촉하고 한국노총 중심의 새로운 위원을 위촉한 가운데, 제2기 경사노위를 출범시키고 첫 안건으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의결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반노동적 발언은 계속 이어진다. 현 청와대 경제수석 이호승은 톨게이트 투쟁이 한창일 때 “톨게이트 수납원은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느냐”고 발언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는 ‘주 52시간 근로제, 대학등록금 동결, 블록체인 규제’ 등을 적극 비판하고 있다. 여야는 ‘조국 내전’ 중에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한국당인 민주당보다 더한 개악안(주휴수당 삭제, 선택 근로 정산 기간 확대)을 내놓아 10월 내 합의처리는 물 건너갔지만, 이들이 노동개악 공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그들만의 리그 밖에는 힘겨운 노동의 삶이 있다.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근거하면 상반기 전체 임금 노동자 10명 중 3명은 200만 원 이하의 저임금을 받고 있다. 대통령 공약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지 않은 채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 발생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양 지배세력이 강조하는 플랫폼 산업 중 하나인 배달업은 연 20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배달 노동자들은 산재 적용도 받지 못한 채 18~24세 청년 산재 사망의 44%를 차지하면서 죽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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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노선에서 반자본주의 노선으로


이렇듯 49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전태일 열사의 절규는 진행형이다.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과거 민주화 세력이었던 자유주의 세력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추진자이자 수혜자로 되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의 민주노조 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이 87년의 ‘민주 대 반민주 대립 구도’에 여전히 갇혀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반자본주의’ 프레임으로 운동과 정치지형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은 1970년대 반독재민주화운동에 머물러 있던 지식인들이 노동 문제를 자각하는 계기이자, 70년대 민주노조 운동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즉 한국 사회의 핵심모순은 노동 문제이자 계급 문제임을 일깨워줬다. 2019년 현재 이를 다시 일깨워준 것은 지배 세력이다. 조국 사태와 여야의 반노동적 계급 공조가 그것이다.


11월 전국노동자대회가 연례적 행사로 끝나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면한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힘 있는 투쟁 조직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노동자 운동은 한국사회의 핵심모순이 계급과 노동 문제라는 점을 전면화하는 행동을 조직하고, 민주화 노선에 갇히지 않는 반자본주의 운동노선을 수립해야 한다. 이것이 2019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