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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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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잃은 달빛노동자에게

저녁을 돌려주는 

사회경제


송준호┃기관지위원회



인류의 종말을 예고하듯 푹푹 찌던 올여름, 유독 눈에 띈 물건이 있었다. 인도와 전철역 입구 주위에 놓인 공유 전동킥보드! 전철역과 일터의 거리가 버스 타기엔 너무 가깝고 걷자니 좀 멀어서 애매한 나 같은 사람에게 공유 전동킥보드는 ‘한 번 타 볼까?’ 싶은 이동수단이다. 개인소유가 아니니 계속 들고 다니며 분실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만큼 타고 아무 데나 주차하면 되는 편리함도 매력이다.


5~6년 전부터 인도를 달리는 전동킥보드가 종종 보이기는 했지만, 공유서비스 업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1~2년 사이의 일이다. 지금은 서울 강남, 경기도 판교 등 오피스빌딩이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서비스지역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개인용 단거리 이동수단은 모바일 플랫폼에 기반한 공유경제와 결합하면서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에서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시속 25㎞ 이하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해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 운전면허 면제 등에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현재 씽씽, 킥고잉, 빔, 라임 등 10여 곳의 업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회주의 경제와 이 전동킥보드를 연결 지은 계기는 우연한(?) 야근 때문이었다. 지하철 막차도 아슬아슬한 시간, 퇴근길 횡단보도 앞에 널브러진 전동킥보드를 수거하는 두 명의 노동자와 마주친 것이다. 기사를 찾아보니 매일 밤 전동킥보드를 회수해 점검·수리하여 출근 시간 전까지 도로에 배치한단다.


아침이면 사라지는 종량제봉투, 24시 편의점, 자정에 주문해도 새벽까지 도착하는 샛별 배송 등에 놀란 외국인 관광객이 ‘다이내믹 코리아!’를 외치는 사이, 누군가 밤을 잃는 대가로 그 서비스를 생산하고 유지한다는 걸 눈앞의 두 노동자와 전동킥보드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건축가 루이스 칸이 제시한 개념처럼, 한국의 모든 사회가 편의공간Served space과 설비공간servant space으로 나뉜 듯한 생각은 과장된 해석일까.


플랫폼에 기반한 공유서비스를 사회화할 수 있다면, 달빛 아래 일하는 노동자에게 저녁을 찾아주는 것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공유서비스가 제공하는 사회적 유익을 더 넓게 확대할 수 있다.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유용한 전동스쿠터도 공유 플랫폼에 통합해 제공한다면,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공유 경제·서비스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허울을 벗고 사회 경제·서비스라는 제 이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너의 사회주의가 들려 ┃ 사회주의자도 일상이 있다. 그 일상의 자본주의에서 부딪치는 온갖 문제들, 사회주의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우리가 만들어갈 사회주의의 미래를 상상하고 공유해보자. 누구나 자신의 일상 속에서 사회주의를 떠올린 경험이 있다면, 기고의 문은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