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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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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회운동 활동가 포럼: 변혁적 사회운동의 전망을 향해

여성해방의 불씨를 모으기 위한 

우리의 변혁적 고민


허성실┃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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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에서 흘린 눈물을 작은 불씨로


지난 10월, 동일 제목의 페미니즘 도서를 영화로 만든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했다. 여성 혐오적 기우와 비난 속에서도 300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영아 너 하고픈 거 해”라는, 어쩌면 뻔한 대사로 인해 많은 관객이 눈물을 흘렸다. 그 영화를 본 많은 여성들은 눈물을 닦아내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작은 불씨를 피웠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탐구하는 것에서부터, 미싱을 돌리다 손을 다친 여성 노동자의 삶을 떠올리는 것까지. 다양한 차원의 고민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주의 사회와 여성해방을 바라는 우리는,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눈물 흘리는 여성들과 어떤 고민을 나누고 불씨를 모아야 할까? 이번 변혁당 사회운동 활동가 포럼은 그 고민에 대한 답변의 실마리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 글에서는 사회운동 활동가 포럼에서 토론한 두 발제문 <변혁적 여성해방운동의 방향과 실천과제 모색을 위해>와 <재생산영역 권리와 투쟁과제>를 소개하며, 이후 변혁당의 여성운동에 대한 활동 방향을 안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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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적 여성해방운동의 방향과 실천과제 모색을 위해


첫 번째 발제는 변혁적 여성해방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천과제를 탐구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여성해방이면 여성해방이지, ‘변혁적’ 여성해방운동의 방향이 특별히 다를 게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상과 운동이 그러하듯이, 여성해방운동 또한 기원과 대상, 요구, 경로 등에서 차이를 드러내며 여러 갈래를 형성해왔다. 한국 사회에서도 페미니즘에 관한 논쟁과 실천을 바탕으로 각각의 담론을 만들어가고 있다.


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관점에서 세계를 해석하고 여성억압의 구조와 체제를 변혁하려는 운동이다. 이 명제를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여성 기업인이나 정치인을 무조건적으로 추대하거나, 남성과의 연대를 완전히 부정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다. 페미니즘이 보수주의부터 급진주의까지 다양한 사상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도 변혁당은 ‘계급 사회가 왜 남성보다 여성을 더 억압하고 있는가’에 대해 답변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한국 사회 여성해방운동이 체제를 변혁하는 사회주의 운동과 같은 선상에 설 수 있기를 열렬히 소망하며 실천 과제를 고민하는 것이다.


잉여가치를 창출하고 자본가에게 그 잉여가치를 안겨주는 노동만을 생산적이라고 간주하는 자본주의는 가부장 제도와 결탁하면서 가사노동을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고, 나아가 여성의 임금노동까지도 평가 절하한다. 이를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유지‧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여성 노동력은 임신‧출산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조건들 때문에 남성 노동력에 비해 돈을 못 벌어들이니, 그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우하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구조는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사회‧정치‧규범적 요소들도 함께 양산한다. 그렇기 때문에 변혁적 여성해방운동은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고발하고, 여성의 노동과 가사노동에 마땅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핵심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또한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 성 역할 관념, 남성 중심의 사회‧정치‧권력구조 철폐 투쟁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저임금‧불안정 노동이 갈수록 심화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앞서 밝힌 변혁적 여성해방운동의 필요성과 방향을 바탕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성별화된 노동과 그에 기반한 차별을 문제로 드러내는 일이다. 여성의 노동력은 자본의 입맛에 맞게 시장으로 투입되어, 임금에서부터 근무 형태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가치 절하됐다.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차별이 결국 모든 노동자에게 확대된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도 입증된 공공연한 사실이다. 여전히 여성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경력 단절, 쉬운 해고, 성폭력 등 자본주의가 불러온 착취와 차별에 더욱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


이러한 일터에서의 착취는 집 안에서도 이어진다. 국가와 자본은 재생산 영역을 책임지지 않고 개별 가정에 방치하면서, 가사노동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 가사노동에는 어떠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는 다시 노동시장으로 연결되어, 돌봄 노동이나 서비스 노동 등 주로 여성이 종사하는 일의 가치 절하로 이어진다.


이렇듯 성별화된 노동은 여성의 삶을 핍박하는 핵심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여성’인 노동자들의 문제라고 제기하는 데 이르기까지는 아직 부족한 지점이 많다. 우리는 ‘여성 노동자’들이 여성이자 노동자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강요한 착취와 억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직장과 가정에서, 사회 곳곳에서 차별받고 착취당하는 여성들은 반대로 체제에 강력하고 전 범위에 걸친 균열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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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영역의 권리와 투쟁과제


여성운동에 관한 두 번째 발제는 “재생산영역 권리와 투쟁과제”였다. 낙태죄 폐지 투쟁으로 일정하게 재생산권에 대한 담론이 확대되었지만, 권리로서 보장해야 할 재생산은 여전히 개별 가족, 특히 여성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따라서 여성의 부불노동(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노동)을 통해 유지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폭로하고,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와 가치 인정 문제에 대해 운동진영이 다시금 합력을 모아야 함을 확인하고자 했다.


임신‧출산‧육아 등 재생산영역은 그동안 가족이라는 기제를 통해 여성에게 전담되었다. 국가는 결혼제도를 필두로 한 가족제도, 인구정책, 양육정책 등으로 여성을 가족제도에 묶어 놓고 낙태죄나 출산정책 등을 활용해 여성의 몸을 통제했다. 앞서 짚었듯이 성별화된 노동과 그에 따른 차별은 ‘집안일’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부가된 노동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했다. 이처럼 재생산 노동의 전담을 강요받지만, 그 조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저임금과 보육 시설의 부족, 사회적 지원의 결여, 열악한 주거 환경과 높은 주거비 속에서도 여성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무임 가사-돌봄 노동으로 고군분투해야만 한다.


오늘날까지 주로 여성이 전담하는 재생산 노동은 사실상 인간의 생존을 위한 보편적 역할이다. 임신, 출산 그리고 돌봄 관계가 없으면 사회는 유지 자체가 불가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돌봄 관계가 유지될 수 있게 자원을 투여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책임을 민간에 오롯이 떠넘겼다. 민간 자본은 이른바 ‘사회서비스 일자리’, 즉 보육, 간병인, 방과 후 교사 등 소위 ‘여성적’ 일자리를 크게 늘려 경력단절 기혼여성을 값싼 노동력으로 흡수했다. 결국 국가의 돌봄 책임을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기혼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 여성 노동자들은 가정 밖에서도 돌봄 노동에 종사하며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하지만, 이들을 사용하는 민간 자본은 경쟁과 독점을 통해 시장에서 이윤을 창출한다. 이 악순환이 현재 한국 사회 재생산영역의 현주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재생산 영역을 더 이상 ‘가족이나 능력 있는 개인’에게 떠넘기지 말고 사회화하자고 주장한다. 첫째, 사회서비스와 복지 확충은 돌봄의 사회화·공공화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돌봄 서비스의 질이나 노동권의 문제를 넘어, 돌봄 영역 자체를 공적으로 보장하도록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돌봄 노동을 단순히 ‘잔여적인 노동’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둘째, 국가의 직접고용으로 돌봄‧가사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운영 중인 ‘사회서비스원’은 직영 시설 자체가 턱없이 적은 데다 수익성 위주의 정책을 적용한 탓에 민간과 전혀 다를 바 없이 운영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의 공적 책임성과 권한을 요구해야 한다. 셋째, 노동의 권리, 생활의 권리를 재구성해야 한다. 돌봄서비스를 사회화·공공화하더라도,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조건이라면 근본적인 삶의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돌봄 시간과 충분한 여가를 보장해야 하며,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해고당하지 않고, 여성과 남성의 구분 없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는 노동환경이 필요하다.


우리의 고민


이번 사회운동 활동가 포럼에서는 여성억압의 근본 원인, 가사노동의 가치인정 방식, 여성운동의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고민, 변혁적 여성운동 조직의 필요성과 방식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들끓고 있는 여성들의 분노와 페미니즘의 생동감에 비하면 우리의 논의는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논의를 시작으로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눈물 흘린 여성들과 함께 새로운 투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이 투쟁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질지, 긍정적 기대에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