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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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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2.18 18:17

온 노동자의 

‘철밥통화’를 위하여


장혜경┃정책선전위원장



올해 가을 어느 날 한 노조 교육실에서 ‘민주노조의 운영원칙과 간부의 자세’에 대해 교육을 했다. 간부의 자세 중 중요한 덕목인 ‘관료주의 극복’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공무원노조 동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공무원’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를 교육 참가자에게 질문했다. 대답은 여러 가지였다. ‘복지부동’, ‘다른 부서에 떠넘기기’, ‘고압적 자세’ 등.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답변이 ‘철밥통’이다. ‘철밥통’의 사전적 의미는 ‘철로 만들어서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밥통’으로,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가 일상화되고 불안정 노동층이 급증하자, 이른바 ‘철밥통’은 공무원과 교사, 공공부문 노동자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고, 질타와 부러움의 함의를 갖게 되었다. 반노동 개혁을 밀어붙이는 자본과 정권에게는 ‘개혁’ 대상으로, 해고와 불안정‧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많은 노동자에게는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자. ‘철밥통’이 뭐가 문제인가? 밥통은 깨지지 않는 것이 좋고, 노동자는 먹고살기 위해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 일하고자 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안정적 고용과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기업과 정부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온 노동자의 철밥통화’를 꿈꾼다. 모든 노동자의 안정적 고용과 생활임금이 당연한 권리로 보장된 사회를 바란다. 한 네티즌이 재기발랄하게 철밥통의 반대말을 ‘하루살이’라고 표현했듯이, ‘하루살이 삶’이 더 이상 없는 사회를 그려본다. ‘철밥통’이 일부 노동자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해당하는 사회를 상상해본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특히 IMF 이후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다. 다른 노동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철밥통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이른바 ‘공정성’ 논리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노동자가 ‘공정성’을 넘어 평등을 지향할 때, 이윤이 아닌 모든 이의 인간다운 삶이, 각자도생의 경쟁이 아닌 연대가 사회의 기본원리로 작동할 때에야 가능하다. 이게 바로 사회주의 사회 아니겠는가.


사회주의는 멀고 먼 이상향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부정한 현실에서 출발해 이를 극복하려는 운동이다. 노동자가 철밥통과 하루살이로 나뉜 현실, 철밥통이 노동자들 사이에 질시의 대상이 된 현실, ‘공정한’ 경쟁이 주요 담론이 된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운동,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 운동이다. ‘온 노동자의 철밥통화’를 위해 같이 싸워나갈 때다. 모든 노동자가 철밥통이 되는 사회주의 사회 건설을 지향해 나갈 때다. 



* 너의 사회주의가 들려 ┃ 사회주의자도 일상이 있다. 그 일상의 자본주의에서 부딪치는 온갖 문제들, 사회주의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우리가 만들어갈 사회주의의 미래를 상상하고 공유해보자. 누구나 자신의 일상 속에서 사회주의를 떠올린 경험이 있다면, 기고의 문은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