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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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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2.18 18:34

2020년, 경제 전망과 양상


홍석만┃참세상연구소



과잉생산과 과잉자본: 구조적 불황


세계경제는 생산능력의 확대로 글로벌 수준에서 과잉생산(과잉공급)과 그에 따른 과잉자본 문제로 장기불황이 지속하고 있다. 2020년에도 이 경향은 지속하며 장기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공급과잉에 따른 상품의 시장가격 하락으로 장기 이윤율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기업을 따라다닐 것이다. 특히 노동유연화와 노동비용 축소를 목표로 한 생산의 세계화, 노동자 임금자산을 수탈해 자본의 이자율 개선을 꾀한 신자유주의 금융화, 그리고 시장 이윤율 확대를 추구한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축적체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파산한 이후 세계경제는 이윤율 증대와 수익성 확대를 위한 새로운 출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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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총생산GDP 갭률1로 과잉자본량을 추산해 보면, 국내자산 기준 대략 100~200조 원의 과잉자본 상태임을 알 수 있다2. OECD 기준으로 보면, 2018년도 전제 한국 GDP의 11.2%가 과잉자본(과잉투자)이다. 마이너스(-) GDP 갭률의 확대는 과잉자본스톡 규모의 누적적 증가를 의미하며, 한국 GDP 갭은 2012~13년 이후 지금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해 지속적으로 과잉자본이 축적됨을 의미한다. 2020년에도 이 양상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과잉자본은 청산되지 않고 더 늘어날 것이다.


과잉공급은 설비가동률로도 확인된다. 과잉공급은 과잉생산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설비가동률은 낮아진다. 2011년 이래 설비가동률은 계속 줄고 있는데,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9년 10월 기준 73.4%를 기록하며 1998년 외환위기 당시 67.6%까지 떨어진 이후 최저 상태를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 축소는 그만큼 공급과잉 상태임을 보여준다. 특히 자동차, 철강, 건설, 전자 업종은 공급과잉 상태에서 설비가동률이 축소되고 있다. 최근 국내 산업은 가동률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재고 조정이 지연되는 등 산업 전반의 위험이 고조되는 반면 생산능력 확충이 계속되면서 과잉투자와 그 조정에 따른 경기 감속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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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공급에 대해 국내적으로는 기업 간 경쟁 조정과 구조조정으로 생산량 일부를 축소하고, 국제적으로는 대자본 중심 투자 확대로 시장 독점을 향한 경쟁 즉 과잉공급을 더 키우는 양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에서 각국 간 생산량 조절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시장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독점을 향한 치킨게임 외에는 해소가 어려워 보인다.


글로벌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대표 업종인 철강에서 생산량 감축을 목표로 주요 33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포럼’을 2019년 말까지 3년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이 협의체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중국과 인도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면서 중국의 반발이 컸던 탓이다. 철강업에서 공급과잉에 대한 국제적 조절 노력이 실패하면서, 자동차나 전자 부문의 과잉공급도 해결 전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공급과잉은 지속할 뿐만 아니라 경쟁의 확대로 더 심화할 전망이다. 당장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17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고,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SK하이닉스가 곧이어 122조 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무역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미‧중 간 무역전쟁도 과잉공급에 따른 자본 간 경쟁과 독점의 심화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과잉부채


과잉공급은 그 자체로 과잉투자된 자본(과잉자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현재의 과잉자본은 단순히 산업자본에 투자된 자본의 과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화폐적 자본moneyed capital 전체에 대한 과잉이 더욱 문제가 된다. 화폐적 자본은 생산과 유통에 존재하지 않으면 상당 부분 퇴장화폐가 되지만, 신자유주의 금융화 이래 유휴 화폐로 존재하기보다는 유동화되어 이자율 균등화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경제위기 이후 지속한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기축통화국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를 진행해 시중에 엄청난 자금을 공급했다. 그 자금이 선진국은 물론이고 이자율이 높은 신흥국으로도 흘러넘쳤다. 더 이상 투자할 곳이 없어 주요 은행들은 다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연방준비제도, Fed)에 돈을 쌓아 놓았다.


화폐적 자본의 과잉은 세 가지 흔적을 남겼는데,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통화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이므로 2020년에도 지속‧심화할 것이다.


첫째, 유동화된 화폐적 자본은 대부분 채권화되기 때문에 반대편에 항상 부채를 남겼다. 그 결과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폭증했다.


글로벌 부채는 2019년 상반기 기준 250조 달러(29경 6,500조 원)를 돌파했다3. 전세계 GDP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저성장과 저금리가 맞물려 ‘성장 없이 빚만 불어’나면서, 경제 다방면에서 부채 위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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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업부채는 경기침체를 유발할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최근 미국의 기업부채는 10조 달러에 달한다고 알려져, 2007년(4조 9,000억 달러)의 2배를 넘는다. 국제신용평가사 S&P의 추산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정크본드(부실하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채권, 열등채)에 쏟아부은 자금은 총 4조 달러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미국 기업이 빌린 돈만 2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레버리지 론(leveraged loan, 부채가 많은 투기등급 기업이 회사 자산을 담보로 추가로 돈을 빌리는 것)이 급증했는데, 2008년 경제위기 당시 미국 레버리지 론 시장 규모는 7,00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에 1조 1,000억 달러 규모로 늘었다.


기업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은 미국 연준과 금융당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저금리 기조하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기업 부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로존 등 주요 경제권 8개국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있는 기업부채가 2021년에 19조 달러(약 2경 2,600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4


한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2019년 1분기 4.9%까지 떨어져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소득이나 GDP 증가율을 넘어서고 있다. 벌어들인 소득이나 생산보다 더 많은 돈을 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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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과잉자본 청산을 늦추고 한계기업을 늘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 기업’은 퇴출되지 않고 저금리를 통해 빚으로 연명할 수 있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한계 기업 비율은 2008년 위기 전 5%에서 2015년 말 10.5%로 두 배가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2018년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외감기업) 3,236곳을 한계 기업으로 집계했다. 한계 기업은 2017년 3,112개로 전체 외감기업 중 13.7%였으나, 2018년에는 14.2%로 더 커졌다.


셋째, 부동산 시장을 폭등시켰다. 특히 산업생산과 무역의 위축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과 양적완화‧저금리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 세계 각국 부동산 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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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18년 실질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캐나다가 43.2%나 올랐고, 중국(31.2%), 미국(24.3%), 독일(25.7%), 영국(14%)이 뒤를 이었다. 특히 대도시 중심으로 집값 상승폭이 컸는데, 2014∼18년까지 5년간 더블린(아일랜드, 78.5%), 베를린(독일, 63.1%), 밴쿠버(캐나다, 60.4%), 오클랜드(뉴질랜드, 56.4%), 시드니(호주, 54.8%), 암스테르담(네덜란드, 54.4%), 상하이(중국, 52.5%), 샌프란시스코(미국, 49.1%), 홍콩(중국, 48%), 코펜하겐(덴마크, 45.1%), 스톡홀름(스웨덴, 41%), 런던(영국, 39.6%)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집값이 대폭 올랐다.5



2020년 경제 양상


과잉생산‧과잉자본은 해소되지 못하고 2020년에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2017~18년 세계 경기의 소폭 반등을 이끌었던 투자수요가 일단락됐다. 무엇보다 과잉생산과 신흥국의 수입대체 공업화 확대, 미‧중은 물론 각국의 무역갈등 심화로 세계교역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경기 하향세가 지속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과잉 부문과 건설‧금융 및 부동산, 도‧소매, 숙박‧음식업의 과잉 해소가 가장 큰 경제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 속에서도 시장 독점을 위해 투자를 멈추지 않는 반도체 등 ICT(정보통신기술) 일부 부문의 투자가 늘겠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의 과잉생산이 해소되지 않아 투자율도 떨어지고 있으며, 설비가동률도 줄어들어 경기의 활력을 죽이고 있다.


또한, 과잉공급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저하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력 감축 중심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자본의 공세가 확대될 것이다. 노동운동의 대응력이 고양되지 않는다면, 노동공급의 감소와 노동유연화, 실질임금의 저하 또는 임금상승률의 감소가 표면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특히 산업 전반의 고용능력이 떨어지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고용량의 축소 속에서 여성과 노인 노동력의 확대 경향이 지속하면서 저임금‧불안정 노동 확산으로 2019년처럼 비정규직은 늘고 노동의 질은 악화할 것이다.6


무엇보다 2020년에는 급격한 침체recession 또는 순환적 공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 순환상 침체가 예고돼 있고, 미국 기업부채의 심각성이 고조되면서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역 축소와 신흥국 외환 상황으로 신흥국발 경기침체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세계적 수준에서 경기침체나 공황이 발생하면 한국도 충격을 그대로 받는다. 구조조정 업종이나 한계기업은 급수적으로 늘어나 파산이나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이 발생해 다수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되거나 직장을 잃는 상황도 발생한다. 세계교역량은 더 줄어 수출기업의 채산성은 악화하고 워크아웃과 같은 강제적 채무조정을 포함해 감원과 생산량 축소 등 자체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2020년 한국경제는 과잉생산과 과잉자본의 위기가 지속하면서 전반적인 경기 후퇴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성장률은 물론 노동소득분배율과 고용률, 임금상승률 모두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노동유연화, 규제완화, 민영화 등 자본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요구가 번져 노동의 질이 저하할 것이다. 정부 개입7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빈곤율 개선 전망도 크지 않아, 저금리의 영향으로 부동산과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빈부격차와 소득격차도 악화할 전망이다.


한국경제 성장률은 이제 1%대로 주저앉았고, 신자유주의 축적체제 파산 이래 회복 전망도 없다. 2020년에 경기침체나 공황이 발생한다면 성장은 마이너스로 움직이며, 경제위기는 물론 노동과 삶의 위기로까지 문제가 확대할 것이다. 경제위기, 부동산 가격 폭등, 임금하락과 노동의 질적 저하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투쟁은 칠레와 홍콩 같은 수준은 아니라 하더라도 불황이 장기화한 서구 선진국 수준의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구조 위기 속에서 경제 성장이 신기루인 것과 같이, 분배정책이나 총수요 진작으로 넘을 수 있는 위기가 아니라는 것도 문재인 정부가 현실로 보여주었다. 경제 위기와 극복 방향에 대한 현실 인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1 실제 GDP에서 잠재 GDP(한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GDP)를 뺀 ‘GDP 갭’을 잠재 GDP로 나누면 ‘GDP 갭률’을 구할 수 있다. 과잉자본스톡은 GDP 갭률과 순자본스톡의 곱으로 추산한다. 여기서 마이너스 GDP 갭률 폭이 확대되면서 과잉자본스톡 규모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 IMF와 OECD가 추정하는 한국 GDP 갭은 서로 다르다. 계산방식이 다르고 각각 한국의 잠재 GDP 추정값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8년 말 기준 한국 실질 GDP는 1,893조 4,970억 원이다. 2018년도 국민대차대조표 상 국내 비금융자산(실질) 1경 3,285조 원을 순자본스톡으로 놓고 2018년 GDP 갭률(IMF -0.7%, OECD –1.6%)을 곱하면 과잉자본스톡은 각각 93조 원, 212.5조 원이다.


3 “성장은 더딘데 빚은 급증... 글로벌 부채 규모 250조 달러 돌파”, <한국일보> 2019.11.16.


4 <세계 금융 안정 보고서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 IMF, 2019년 10월.


5 “문재인 정부 2년, 주택정책의 성과와 과제”(서순탁, 2019.5)에서 인용. 서울은 같은 기간 18.9% 상승했는데, 이는 뉴욕 등과 마찬가지로 OECD 국가 평균 상승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2년간 10.3% 상승했다.


6 통계청의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정규직은 1,307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35만 3,000명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은 748만 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86만 7,000명 증가했다.


7 문재인 정부의 2020년 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민간 자본의 수익성 증대를 위한 예산을 가장 많이 늘려 수출기업 지원과 이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및 신산업 지원 등에 예산을 27.5% 증액했다. 일자리 문제에서는 주로 노인과 중소업종에 대한 부분적인 소득지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 오늘도 맑습니다 ┃ 누구나 위기를 말하는 지금, 우리에겐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 맑스 경제학을 바탕으로 현실 경제를 풀이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지면은 “무엇을 할지 묻는다면 레닌” 코너와 교차로 월 1회씩 연재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