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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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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2.18 18:42

“타다”

‘혁신’의 탈을 쓴 불법파견


한상규┃서울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세상이 꽤나 시끌시끌해졌다. 검찰은 “타다”가 면허 없이 불법 콜택시 사업을 벌였다고 보고,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와 VCNC의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를 여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타다 금지법”은 대여하는 11~15인승 승합차에 드라이버(운전노동자) 알선‧제공을 허용한 기존 여객법 예외조항을 규제하고, ‘여객 자동차 플랫폼 운송사업’이라는 면허 항목을 신설해 타다 같은 플랫폼을 통한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이하 MaaS(Mobility as a Service))’을 제도화한다. 규제 내용을 보면 대여 목적은 ‘관광’으로, 대여 시간은 ‘6시간 이상’으로, 차량 수령과 반납은 공항‧항만으로 제한하고, 이용자는 항공권이나 선박 탑승권을 소지해야 한다. 신설 면허를 받으려면 기여금을 내야하고, 차량 총량 제한 관리도 받아야 한다.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이른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통한 혁신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시대착오적 규제를 통한 혁신 금지법’이라며 ‘이런 식이면 퇴행만 있을 뿐’이라 경고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에 찬성하는 측은 ‘혁신도 중요하지만 기존 택시 사업과의 상생도 중요하고, 타다 같은 플랫폼을 이용한 MaaS 역시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여객법 개정안을 ‘플랫폼 택시법’이라 표현하고 있다.



‘혁신’에 가려진 불안정 노동의 확산


사실 “타다 금지법”을 둘러싼 찬반 양쪽 진영 모두 공유하는 점이 있다. 바로 타다 같은 MaaS 플랫폼 사업을 ‘공유경제를 통한 혁신’ 사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혁신’의 밑바탕에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있다. 타다의 경우,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모회사인 쏘카에서 차량을 공급받고, ‘협력사’라고 부르는 도급업체가 드라이버를 파견한다. 이는 명백한 불법파견으로, 타다 드라이버는 다른 플랫폼 노동자처럼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프리랜서’로 일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타다가 “인력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운전자들의 출퇴근‧휴식 시간, 운행 차량, 대기지역 등을 관리‧감독"하고 있어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규정했다. 또한, 여객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는 파견법상 파견금지 업무이기 때문에 타다 드라이버는 불법파견임을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은 온라인 플랫폼을 소유‧운영하면서 공급자와 수요자(소비자)를 중개할 뿐, 플랫폼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아 수많은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비용을 줄였다. 타다의 사업 모델은 간접고용‧불법파견이 만연한 현실을 활용해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면서 사업을 확장한 사례다. 불법파견이라는 비판에 대해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는 ‘만약 타다의 지휘‧감독이 문제라면 법을 바꿔야’ 한다며 사실상 ‘불법파견의 합법화’를 주장했다.


자유주의자들이 찬양하는 이른바 ‘혁신(사업)가’의 사고체계란 이런 것이다. 어떤 이는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호는 국가의 책임인데 어째서 혁신가에게 손가락질하느냐’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이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에 찬성할까? 그때도 이들은 ‘혁신이 불가능해진다’며 2절을 부를 것이다.



‘공유경제’라는 자본의 유토피아


자유주의자들이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로 찬양하는 ‘공유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다. 자본은 노동비용을 줄이면서 관련한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니, 유토피아가 따로 없다.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는 한, 플랫폼 기업과 이들이 주장하는 ‘혁신’의 기반은 결국 불안정 노동의 확산이다. “라이더 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의 말처럼 “모두가 사용은 하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유지의 비극은 공산주의자들이 만든 게 아니라 새로운 혁신가들이 만들고 있다.”*


나아가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을 사적으로 소유하면서 수요자(소비자)와 생산자(노동자)의 정보를 독점하고, 시장에서도 독과점을 형성한다. 독점적 초과 이윤을 얻을 수 있으니, 이 점에서도 자본의 유토피아다. 우버의 순손실이 해를 거듭하며 불어나듯, 독과점이 깨지면 플랫폼 기업의 화려함은 사라진다. 최근 국내 1위 배달 업체 “배달의 민족”을 독일 기업 “딜리버리 히어로DH”가 인수한 것처럼, 이들에게 독점은 사활적 문제다. 그런데 자유주의자들은 ‘공유경제’를 ‘공정한 시장’과 한 쌍으로 주장하지 않았나?


채효정이 밝혔듯** ‘공유경제’ 담론에서 ‘공유’라는 개념은 “필요한 사람들과 남는 것을 나눠 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개인이 가진 모든 자원을 상품화하여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파는 것이다.” 그리고 ‘공유경제’가 지향하는 ‘모든 것을 빌려 쓰는 임대경제’는 “각자가 가진 것조차 모두 박탈해 남의 것을 빌려 쓰는 ‘임대생활자’”로 우리 삶을 구조조정할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는 자본에겐 새로운 착취의 장이다. 저들이 말하는 ‘상생’이란 자본 간 상생일 뿐, 노동자에게는 그저 ‘일정 기간의 고용’에 만족하라고 한다.


이제 자본주의 임대경제가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을 위한 진정한 공유경제의 급진적 대안이 필요하다. 누가 플랫폼을 소유하고 통제할 것인가, 어떻게 ‘화폐를 통한 임대’가 아니라 ‘집단으로 뭉친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유’로 나아갈 것인가. 기술 발전의 이익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사회주의 공공 플랫폼을 향한 상상, 이를 위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자들을 주체로 조직하는 실천이 필요한 때다.



* 박정훈(라이더유니온 위원장), “‘혁신’에 속지 말아야”, <질라라비> 2019년 7월호.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 채효정, “공유경제”, <워커스> 2018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