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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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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주의자의 눈으로 본 2019년

반동적 부르주아 정치와 

유감스런 진보정치


장혜경┃정책선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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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정치의 키워드는 뭘까? ‘패스트 트랙(선거법, 검찰개혁법안 등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과 ‘조국 대전’이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올 한해 내내 조국 사태와 패스트 트랙 법안을 놓고 싸웠고, 그 결과 국회는 거의 개점 휴업 상태였다.


그렇다면 노동자 민중의 관점에서 2019년 한국 정치의 키워드는 뭘까? ‘부르주아 정치의 반동화’가 아닐까 싶다. ‘반동反動’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작용에 대하여 그 반대로 작용함, 또는 진보적이거나 발전적인 움직임을 반대하여 강압적으로 가로막음”이니, 2019년 한국 정치를 표현하는 데 이 단어만큼 적합한 게 없을 듯하다. 3년 전 촛불항쟁은 ‘박근혜 퇴진’을 넘어 ‘내 삶을 바꾸고 한국 사회를 바꾸자’는 싸움이었지만, 2019년 한국 정치는 이 변화의 길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촛불 역행 가속화


2018년 이미 노골화된 정부의 우향우는 올 들어 더욱 가속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경제‧노동 분야다. 정부는 작년보다 더 노골적으로 친자본-반노동 행보를 펼쳤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올인하고 있는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나 ‘검찰개혁’은 진정한 개혁일까? 결국 공수처 역시 또 하나의 권력 기구가 될 것이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차단할 수 있다. 근본적 문제는 정부의 검찰개혁안이 사법기관의 계급 편향성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년 2천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어도 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는 사례는 1%도 되지 않는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엄연한 불법파견 범죄자지만, 검찰의 수사도 압수수색도 기소처분도 받지 않는다. 민주당이 말하는 ‘검찰권력으로부터의 보호 대상’에 노동자는 없다. 더욱이 조국 사태로 민주당은 한국당 못지않은 기득권 세력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았던가.


물론 선거연령을 낮추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은 일정한 개혁성을 지닌다. 그러나 군소 야당과 공조로 한국당을 포위하면서 ‘20년 집권’을 실현하기 위해 선거법 개정에 동의한 점, 그리고 진정한 정치개혁이라 할 국가보안법 철폐에 대해서는 그 어떤 움직임도 없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민주당 정부의 문제를 확인하게 된다. 정부의 개혁성은 국가보안법을 손보려 했던 노무현 정부보다도 한참 뒤떨어진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이미 드러난 정부의 대북‧외교 정책의 문제점은 올해도 재확인됐다. 정부는 올 초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1조 원을 넘게 퍼줬는데, 더 큰 문제는 협상의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줄이면서 매년 미국에 인상된 방위비를 퍼주는 길을 내줬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선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 종료 카드도 미국의 압박에 밀려 철회했다. 미국 눈치 보느라 유엔의 제재조치에 해당하지도 않는 금강산 관광조차 재개하지 않았다. 내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7.4%나 올린 50조 2천억 원을 책정해, 작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단계적 군축’에 역행하는 조치도 취했다. 즉 미국을 추종하는 외교와 북한에 대한 대결적 군비 확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극우 정치로 부활한 한국당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폭망’했던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조국 사태로 기사회생했다. 올 초 황교안을 당 대표로 뽑은 한국당은 거리와 단식 정치라는 파격(?)을 보이며, 극우 보수의 색채를 분명히 했다. 한국당은 소득주도 성장 폐기와 자본을 위한 혁신적 규제 개혁이라는 노골적 친자본 경제 비전(‘민부론’)을 제출했다. 허구로 끝나긴 했지만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과 대비된다.


이뿐만 아니었다. 원내대표 나경원은 노조의 권한을 없애는 ‘노동자유계약법’을 도입하자고 했고, 황교안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차별 임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연장을 주장하는가 하면, 9.19 남북 군사합의를 폐기하라며 북한과의 대화를 ‘종북’으로 몰아세우는 종북몰이 정치를 그대로 구사했다. 소속 국회의원의 입에서 5.18 민중항쟁과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폄훼 발언도 일상적으로 나왔다.



유감스런 진보정치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양대 부르주아 정당의 행보는 촛불의 염원을 거스르는 반동 정치의 흐름을 보여준다. 따라서 2019년에는 양대 정당의 흐름에 맞서 촛불의 염원을 정치적으로 수렴하는 ‘대안정치’가 절실했다. 그러나 이른바 진보정당 중 가장 큰 힘을 가진 정의당은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단적인 예가 조국 대전에서 민주당 편에 선 것이다. 그 결과 민주당 정치(기득권 정치)에 실망한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수렴해 양당 정치와 질적으로 다른 정치적 비전을 제시할 기회를 상실했다. 결국 정의당 정치는 민주당 정치의 보완물로 전락했다.


2019년 정치는 부르주아 정치세력이 대중의 염원을 거스르는 반동 정치의 길을 걷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지금의 진보정치가 반동적인 부르주아 정치와 민주당 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2019년 정치가 노동자 민중에게 던지는 화두는, ‘내 삶을 바꾸고 한국 사회를 바꿔나갈 새로운 대안 정치’, 곧 사회주의 대중 정치의 모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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