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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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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주의자의 눈으로 본 2019년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문재인 정부의 

본질을 드러내다


백종성┃조직‧투쟁연대위원장



김용균의 죽음이 드러낸 공공부문 민영화의 참혹함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은 컨베이어벨트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김용균이 일하던 태안화력 외주업체 “한국발전기술” 최대 주주는 “칼리스타”라는 사모펀드였고, 태안화력 1~8호기 하청업체인 “한전산업개발” 최대 주주는 “한국자유총연맹”이었다. 공공부문 민영화와 비정규직화의 결과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김용균의 죽음에 대중은 분노했다. 연말연시라는 조건에도 투쟁은 확대되었고, 정부‧여당은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개정 산안법은 위험업무 전반의 도급 금지, 안전규정 위반에 대한 하한형 도입, 실질적 작업 중지권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담지 않았다. 도급 금지 범위는 도금 업무와 수은을 다루는 업무 등 22개 사업장에 불과했고, 적용 대상 노동자 역시 800여 명에 그쳤다. 죽음 이후 62일이 지난 2019년 2월 5일, ‘연료‧환경 설비 운전 분야 공공기관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국무총리실 산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에 합의하면서 비로소 김용균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8월 19일,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22개 권고안에는 발전산업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제정,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한 필수조치를 담고 있으나, 정부는 이행할 의지가 없다. 2009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산안법 위반사건 6,144건 중 징역‧금고형이 선고된 사건은 35건으로 0.57%에 불과하다. 산재 사망에 대한 벌금은 고작 평균 432만 원이다. 또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한 투쟁, 김용균 투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 

재벌을 위한 산업재편에 맞선 투쟁


1월 31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13조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 이후 연간 조 단위 영업이익을 올리는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헐값으로 넘긴다는 것이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기는 대가로 의결권도 없는 현대중공업 우선주를 건네받을 뿐이었다.


이는 현대중공업 정씨 일가의 조선업 약탈행위를 국가가 돕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정몽준-정기선 일가는 현대중공업을 쪼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일가 지분을 부풀렸고, 배당률을 70%로 인상해 현대중공업 이윤을 사금고로 흡수하던 차였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현장 모두에서 투쟁이 불붙었다. 변혁당을 비롯한 운동세력 역시 “재벌 특혜 대우조선 매각 저지 전국대책위”를 구성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주주총회장 점거 투쟁, 원하청이 함께하는 전면적인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운동이 벌어졌다. 대우조선에서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합병 반대 파업투쟁과 상경투쟁은 물론, 오랫동안 숨죽여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궐기 투쟁에 나섰다.


현재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은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거치고 있다. 정씨 일가를 위한 조선업 재편을 저지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2019년, 정치적 슬로건을 넘어서지 못한 ‘대우조선 공기업화’, ‘조선산업 공영화’의 과제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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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속노동자(임연철)]



7월 공공부문 노동자 총파업이 드러낸 

정부 비정규직 대책의 파탄


7월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학교와 돌봄 비정규직 노동자, 지자체‧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최초의 연대 총파업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투쟁이었다. 7월 3일 광화문 광장에는 6만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여 문재인 정부의 허울뿐인 비정규직 대책을 규탄했다.


2018년 10월 현재,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인원 중 54.7%가 자회사로 편재됐다. 또한, 2018년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채용이 11,513명으로 2017년 대비 6배나 증가했다는 통계에서 드러나듯, 정부가 ‘정규직 전환’으로 포장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자회사 소속이거나 무기계약직이다. 민간위탁 부문에 대해서는 대놓고 ‘민간위탁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가짜 정규직화에 더해, 직무급제까지 들이밀었다.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직무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을 명시하고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듯이 말이다.


결국, 직무급제하에서 평생 최저임금 받는 가짜 정규직으로 살 것을 강요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가 모여 이뤄진 총파업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폐기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악까지 벌어진 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수언론은 ‘급식 대란’ 운운하며 파업을 비난했지만, 진짜 대란은 정규직이 ‘꿈’인 사회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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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백승호]



가짜 정규직 강요하는 정부에 맞선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


“우리가 옳다! 직접고용 쟁취하자!”, “자회사가 정규직이면 탱자도 밀감이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6월 이후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 고공농성, 청와대 노숙농성, 김천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 광화문 소공원 농성과 청와대 진격투쟁, 17개 민주당 의원 사무실 점거농성 등 강력한 투쟁으로 자회사 전직을 강요하는 정부와 도로공사에 맞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처사는 비열하기 그지없다. 2013년 톨게이트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 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2015년 1심, 2017년 2심, 2019년 3심까지 모두 승소했지만,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업무 자회사 이관방침을 고집했다. ‘모든 노동자가 대법원 판결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대법원판결에 따라 직접고용 전환되어야 하는 노동자에게는 수납업무를 주지 않겠다’, ‘2015년 이후는 불법파견 여지를 없앴으니 불법파견이 아니다’, ‘요금수납업무는 결국 사라질 직업이다’ 등등. 국가기관이 불법파견 시정요구를 받았음에도, 간접고용을 유지하고자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자본가’에 불과한 문재인 정부의 민낯을 드러내며 모든 힘을 다해 싸우고 있다. 개별 사업장 투쟁이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정부 정책의 허구성을 드러내며 전체 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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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주노총]



ILO 100주년, 추진된 것은 노동개악 뿐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친노동’ 행세조차 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정농단 주범 이재용을 9차례나 만나 삼성을 치켜세우고, 민주당은 해체 대상 전경련과 연이어 정책간담회를 열어 14개 재벌이 쏟아낸 입법 요구를 청취하는 등 노골적 친자본 행보를 거듭했다.


이는 고스란히 하반기 노동개악 추진으로 이어졌다. 2018년 10월, 문재인은 경제 4단체장과 비공개 오찬을 열어 탄력근로제 확대를 약속했고, 국무회의에서 ‘탄력근로제 등 주 52시간 노동제 보완입법 국회통과가 시급하다’며 “당‧정 협의와 대국회 설득 등을 통해 조속히 입법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정기국회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물론,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 쟁의행위 시 생산시설점거 금지(공장점거파업 금지)를 포함한 노동개악안이 상정되었다. 조국 사태와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쟁투로 아직 입법되지 못했을 뿐, 노동개악에서 양자는 하등 다를 바 없다.


일본과의 통상 갈등 역시 자본을 위한 대폭적 규제완화의 명분이다. 9월 26일 정부‧여당은 “소재‧부품‧장비 산업경쟁력 강화 특별조치법”을 민주당 당론으로 결정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환경‧입지‧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특례를 신설하며, 화학물질 인허가와 심사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산재 사망 노동자만 1,428명이고 재해자는 4만 9,845명에 달하는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비열한 정부, 싸울 수밖에 없다


12월 11일, 노동부는 오는 2020년 1월 1일로 예정되었던 300인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 노동제 시행을 미루고 계도기간 1년을 부여한다고 알렸다. 아울러 ‘경영상 사유’를 특별연장근로 인정 사유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즉,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 증가’, ‘신상품 연구개발’ 등 자본의 필요를 위한 연장노동을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실질 노동시간 단축은 다시 미뤄졌고, ‘자연재해와 재난’ 등의 경우에 제한되었던 특별연장근로 허용 사유는 대폭 확대되었다.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연장근로 인정 사유에 ‘경영상 필요’를 포함한 것은 자본에게 무제한 연장노동을 가능케 한 것과 다르지 않다.


돌이켜보자. 문재인 정부는 그간 ‘일주일은 5일’이라는 괴이한 행정해석으로 유지된 주 68시간 노동제(법정 40시간에 연장노동 12시간, 이에 토요일 일요일 각 8시간씩 16시간을 더한 총 주간노동시간)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명분으로 휴일 연장노동 할증률을 기존 100%에서 50%로 삭감하기도 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명분으로 자본에게 임금 삭감을 선물하더니, 이제는 무제한 연장노동을 모든 산업현장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비열하고 추악하다. 올해도, 내년에도 우리는 문재인 정부와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