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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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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규 

반올림 노무사



산재 피해자가 가해 기업에 배상하라니?

코앞에 다가온 ‘삼성 보호법’, 

반드시 막아야 한다


# 산업 재해 피해자인 노동자가 도리어 가해 기업에 손해 배상을 물어줘야 한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곧 현실이 된다. 이른바 ‘삼성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악안이 지난 8월 통과돼 다가오는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온갖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반도체‧전자산업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영문도 모른 채 희귀병에 걸려 죽었다. 그 유해물질이 무엇인지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요구 자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순식간에 만들어진 개악법. 그동안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작업장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삼성에 맞서 싸웠던 “반올림”에서 노무사로 활동하는 조승규 동지를 <변혁정치>가 만났다.



먼저 “반올림”에서의 활동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린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반도체와 전자산업에서의 직업병 문제를 다루는 단체다. 저희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강남역 삼성 본관 앞 농성 투쟁 때문이었는데, 그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피해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반올림은 산업재해 관련 상담과 함께 작업장 현실을 바꾸고 산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제가 반올림에서 일한 지는 이제 1년 반 정도 됐다. 노무사로서 피해자들의 산재 신청을 대리하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고, 활동가로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일에도 함께하고 있다.



Q 최근 반올림이 집중하고 있는 사안인 “산업기술보호법 개악” 문제로 바로 넘어가 보자. 이 개악은 이른바 ‘반올림 저격법’ 혹은 ‘삼성 보호법’이라고도 하던데.


간단히 말해, ‘사업장 내 안전 관련 정보는 알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하겠다’는 거다. 반올림은 사업장 안에서 어떤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노동자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알리는 투쟁을 해왔다. 그런데 산업기술보호법 개악안이 시행되면, 그 활동을 전혀 할 수 없게 된다.


개악법의 발의 취지를 보면 반올림이 삼성을 상대로 유해화학물질 정보공개 소송과 투쟁을 벌였던 걸 대놓고 지목했다. 개악안 통과 후 실제로 삼성 측이 법정에서 이 법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근거로 내세우는 등, 사실상 ‘반올림 저격법’이라는 걸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프리패스로 통과된 ‘반올림 저격법’


Q 개악된 산업기술보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건 올해 8월이고, 반올림이 본격적인 항의를 하게 된 건 3개월 뒤인 지난 달(11월)부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된 사정이 있을 것 같은데.


개악법이 발의된 시점부터 살펴보자. 작년 10월 반올림이 삼성을 대상으로 유해화학물질 정보공개소송을 청구했다. 그런데 개악법이 발의된 게 작년 11월이다. 저희가 소송을 청구하자마자, ‘앞으로는 이런 소송도 못 하게 하겠다’는 개악안이 1달 만에 올라온 것이다.


이 개악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가, 올해 7월 일본과의 무역분쟁이 격해지자 굉장히 빠르게 통과됐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1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프리패스로 통과된 것이다. 순식간에 처리되고 잘 알려지지도 않다 보니 저희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정부는 개악법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난 8월 국회 통과에 이어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을 의결한 뒤 정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안전 관련 정보의 공개를 봉쇄한다는 문제점은 쏙 빼고 ‘산업기술 보호가 강화된다’는 부분만 강조했다.


저희는 뒤늦게 이 문제를 알게 됐는데, 다름 아닌 삼성 측 변호사의 입을 통해서였다. 정보공개 소송 재판에서 삼성 측이 ‘이 문제는 입법으로 다 끝났다’고 주장하며 개악법을 근거로 삼아 정보 공개를 거부하더라. 너무나 황당했다.



Q 통과된 법에 따르면, 이제는 유해물질 사용 내역처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빼앗는 작업환경에 대한 정보조차 확인할 수 없다. 삼성은 이전에도 직업병 피해 책임을 은폐하려 해 왔는데.


물론 삼성은 어떤 정보도 공개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저는 국가의 문제를 좀 더 얘기하고 싶다. 노동부조차 유해물질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저희가 소송을 제기하고 싸운 결과, 법원 판결을 받고 나서야 노동부가 어쩔 수 없이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했던 거다.


그런데 어렵게 노동부를 넘었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산업부가 방해하더라. 산업부는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도 ‘국가 핵심기술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말라’고 결정했다. 결국 작년에 저희가 정보공개를 청구했던 내용은 공개되지 못했다.


개악된 산업기술보호법이 시행되면 아예 정보공개 청구 자체가 막히게 된다.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로서는 ‘왜 이런 희귀암이나 질병에 걸리는지’ 원인도 모른 채 앓다가 죽어 나가게 된다. 게다가 현행법상 산업재해는 노동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하니, 질병의 원인을 알 수 없으니까 보상도 못 받는다. 그저 고통스럽게 방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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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 정보 공개하면 처벌한다니


Q 개악법이 시행되면 ‘적법한 절차’로 기업의 유해물질 사용 내역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가령 산재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이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도리어 형사처벌을 받거나 가해 기업에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주게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정보를 얻게 된 목적’ 이외에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 정보를 얘기해도 다 처벌된다. 산재 피해자가 직무상 정보를 사회단체에 알리는 것도 처벌받는다. 저 같은 산재 피해 대리인은 산재 신청이 원래 직무이니 정보를 확보하는 것까지는 괜찮겠지만, 사회적으로 이 문제의 위험성을 알리면 처벌받을 수 있다.


처벌조항을 보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억 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게다가 ‘3배 이하의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규정에 들어왔다. 참 어이가 없는 게, 지금까지 산재 피해자들이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산재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오랫동안 주장했지만, 그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산재 피해자들이 가해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이번 산업기술보호법 개악은 순식간에 통과된 것이다.


게다가 산업부나 국정원을 포함한 정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지금도 ‘국가 핵심기술 사업장’ 중에는 국정원에서 관리하는 곳이 꽤 있다. 반도체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는데, 이 법을 계기로 ‘국가 핵심기술 사업장’에 문제를 제기하면 국정원에서 개입할 수도 있고, 상시적인 검열 상태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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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 법안이 2019년 8월 2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올라갔을 때 재석 의원 210명 가운데 기권 4명을 제외한 국회의원 206명이 전원 찬성했고, 반대는 한 명도 없었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본회의에 참석한 정의당과 민중당 의원들까지 모두 찬성표를 던졌는데. 반올림은 11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들에게 의견서를 보내 ‘법안을 찬성할 때 문제점을 알고 있었는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행동을 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혹시 답변을 받으신 게 있나?


일단 당시 참석한 국회의원 전원이 찬성했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법안을 발의한 자유한국당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당들, 심지어 진보정당들까지 여기에 동의해 줬다.


지금 한국에서 무역분쟁처럼 이른바 ‘경제 프레임’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대해서 뼈저리게 느꼈다. 그 모든 국회의원이 어떤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산업기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찬성표를 든 거다. 이 개악안은 발의 취지에서부터 반올림을 저격하는 내용이 버젓이 들어가 있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질문하셨듯 저희가 국회 앞 기자회견을 통해서 의원들에게 의견서를 보냈고, 민중당으로부터는 답을 받았다. 정의당에서는 문서 형태로는 받지 못했고 구두로 전달받았다. 두 정당 모두 이 사안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그에 대해 잘못했다는 의견을 받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태다.



Q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무역 갈등을 핑계로 자본가들이 집요하게 요구한 화학물질 사용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악도 이와 동일한 맥락으로 보이는데.


이번 산업기술보호법 개악 과정과 올해 초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 과정을 비교해보면, 이 체제 자체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올해 초 산안법 개정은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의 죽음을 계기로 정말 큰 대중투쟁을 통해, 그마저 온전히도 아니고 ‘김용균 빠진 김용균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행령을 누더기로 만든 채 이뤄졌다.


이렇듯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은 정말 겨우겨우 개정되는 반면에, 자본의 이윤을 보호하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악안은 굉장히 수월하게,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순식간에 처리됐다. 결국 우리 사회 자체가 이윤이 아닌 생명을 우선시하는 사회로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들은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



Q 마지막으로, <변혁정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저희는 이번 산업기술보호법 개악 문제가 또 한 번의 어렵고 긴 투쟁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법이지만, 저희 싸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사회적으로 대응하는 데도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일단 시작 단계이긴 한데, 초벌로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함께할 단체들을 모으고자 한다. 개악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한 헌법소원도 생각하고 있다. 국회에서 자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이 사안에 대해 반성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종착지는 헌재나 국회가 될지도 모르지만, 이를 강제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인 싸움을 통해 힘을 만들어야 한다. 독자들과 많은 동지들이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다.



■ 인터뷰  이주용 기관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