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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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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2.18 19:49

분당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리

사람은 결코 일회용이 아니다!


박정상┃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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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선언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공약은 날이 갈수록 후퇴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은 지난 8월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판결에 이어 12월 6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한국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 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사측의 고집 앞에 여전히 극한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대병원 또한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강원대병원 등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쟁취했다. 특히 서울대병원에서는 원하청 노동자들이 공동투쟁을 벌여 직접고용을 쟁취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서울에 소재한 서울대병원 본원과 달리, 분당 서울대병원은 ‘자회사’를 고집하며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작태를 지속했다.



본원은 됐지만, 분당은 안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1월 7일 분당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자회사 반대와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전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돌입 직전까지 공공연대노조 서경지부 분당 서울대병원 분회는 병원 측과 교섭으로 원만한 합의를 맺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본원이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면 그대로 진행하겠다’던 분당 서울대병원 측은 정작 본원에서 직접고용 합의가 이뤄지자 태도를 싹 바꿨다. 오히려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신규채용 절차 요건을 강화하여 심사하겠다’라거나 ‘청소 직군의 정년연장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자회사로 전환하면 분회 측이 요구하는 것보다 노동조건이 훨씬 나아진다’며 자회사를 유도해 투쟁 대오를 교란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병원 측의 기만에 분노한 분당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1월 7일 파업의 깃발을 올렸다. 그와 동시에 공공연대노조 서경지부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11월 13일에는 파업 지도부가 집단 삭발을 감행하는 한편 그 이튿날부터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분당 국회의원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지역구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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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만 1,300명인 ‘국립대병원’을 바꾸기 위해


전체 비정규직 규모가 1,300명에 달하는 대형 국립대 병원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11월 19일에 국무총리 이낙연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직접 “파업과 점거농성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이 지속되지 않도록 노사에 해결책을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국무총리의 언급 이후 11월 21일 분당 서울대병원 분회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청와대 앞 공동투쟁을 진행하는 등 투쟁이 확산되자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교섭을 주선했지만, 병원 측은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병원 내 전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 설명회’를 진행하며 ‘자회사로 갈 경우 처우개선과 고용 승계 등 직접고용보다 노동조건이 훨씬 나아지고 고령자도 오래 일할 수 있다’며 자회사 전환을 강행하려는 태도로만 일관했다. 이에 분노한 노동자들은 11월 30일 기습적으로 분당 서울대병원 원장실 점거농성에 돌입하며 끝장 투쟁을 결의했다.


병원장실 점거농성을 기점으로 노동자들이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며 더욱 굳건하게 뭉치자 병원 측도 어쩔 수 없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12월 6일 협상이 다시 열렸지만, 병원 측은 자신들의 방안을 중심으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찬반투표를 실시해 상황을 정리하겠다는 입장만 거듭 되뇌었다. 이는 노동조합과 합의를 통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게 아니라, ‘병원 측의 의지로 정규직 전환을 시행했다’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꼼수였다.


하지만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차원의 연대투쟁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이 힘을 얻자, 결국 분당 서울대병원도 교섭 끝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12월 9일 오후, 분당 서울대병원 분회는 투쟁 승리 보고대회를 진행했다. 또 하나의 공공부문 대형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라는 소중한 성과를 쟁취한 것이다.



개별 사업장을 넘어


‘정규직 전환’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자회사 전환은 어떻게든 직접고용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하청업체를 만드는 것으로, 결국 비정규직·외주화의 연장에 불과하다. 외주화의 폐해를 해결하는 것은 원·하청 구조 자체를 없애는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뿐이다. 지금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은 자회사 폐기와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투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개별 사업장의 투쟁으로만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우리는 거듭 확인하고 있다. 분당 서울대병원의 정규직 전환 투쟁 역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과 공동투쟁을 전개하는 등 확산의 조짐을 보이자 병원 측이 서둘러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공공부문 자회사 저지와 정규직 전환은 개별 사업장 차원의 투쟁을 넘어서야 한다. 공공부문 최대 사용자인 정부의 직접적인 책임을 묻고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기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